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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찾아서/제주도 주변 섬

한라산 등정기 ②편

by 전태공 2012. 1. 7.

 


한라산 등정기 ②편

[성판악 → 진달래 대피소]


[성판악 매표소→진달래대피소 ] 


긴 항해끝에 
제주항에 도착한 사람들은 항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관광버스에 올라탔고
30여분을 달린 버스가 
5.16도로 중간쯤에 있는 "성판악"매표소 앞에 도착한 것은 아침 9시경이었다.



[성판악 매표소 앞 길가에 쌓인 눈 덩어리]



여행사에서 준비해 준 도
시락 한 개와 생수 한 병씩을 받아들고 버스에서 내리니 
길섶에 쌓여있는 많은 눈이 한라산에 내린 폭설의 규모를 과시하고 있었다.



[등산로 1]



성판악 대피소 앞에서
아이젠과 스패츠를 동여매고 한라산으로 올라갈 준비를 모두 마쳤다.



[등산로 옆에 쌓인 눈]



이 곳, 성판악 매표소에서부터 
백록담 정상을 넘어 관음사 주차장까지의 거리가 약 18.3km라고 하니 
눈이 쌓인 산길을 40리 하고도 오리를 더 걸어야 하는 먼 거리다. 우와~ ! 정말 걸어야 할 거리가 장난이 아니다.



[등산로 초입에 서 있는 이정표]



먼저 이곳에서 
약 7.3km 떨어진 진달래 대피소까지 1차 눈길을 트랙킹한 다음
진달래 대피소에서 백록담 정상까지 2.3km를 더 올라 산너머의 관음사 주차장까지 다시 8.7km를 하산해야 하는데 



[등산로 2]



당면한 가장 큰 숙제는 과연 
12시 30분 까지 진달래 대피소까지 도착할 수 있겠는가?와 
오후 2시 까지 백록담 정상을 오를 수 있을 것인가?였다.





그 시간까지 도착하거나 오르지 못할경우 
어두워진 하산길에서 조난을 당할 수도 있고 
7시 출항하는 "오하마나"호를 타기힘들기 때문에 시간을 엄격히 통제한다고 한다.





더구나 오늘은 여객선이 평상시보다 30여분 연착되어 
이 곳 도착 시간이 늦은데다가 
주말로 인해 많이 몰려든 등산객들로 좁은 등산로의 체증발생까지 예상되고 있단다.



[등산로 4]



시간은 벌써 9시 4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 곳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1차 목표지 진달래대피소까지
쉬지 않고 오른다고 해도 
통제시간인 12시 30분까지 도착할 수 있을지 아슬아슬했다.



[등산로 5]



발걸음을 부쩍 서둘렀다.
그 동안 한라산에 쏟아진 많은 눈으로 약 1미터 깊이의 눈이 쌓인 
등산로는 꼬불거리면서 완만하게 오르고 있었다.





등산로에 한줄로 길게 늘어서 있는 사람들로 추월하기도 힘들었을 뿐아니라 
혼자서 아무리 빨리걷고 싶어도 빨리 걸을 수 없을만큼 사람체증이 심했다.



[한라산에서 만난 겨우살이 풀]


등산로 옆에는 폭설로 길이 파묻혔을 때, 길 위치를 알려주는 주황색 비닐 끈이 한 줄로 매어져 있었다.



["성널 오름"의 상고대(서리꽃)]



멀리 보이는 "성널오름"에는
하얀 서리꽃, 상고대가 흰구름처럼 피어 있었다.
구상나무 군락지를 지날 무렵 독수리만한 까마귀 떼들이 휘휘~ 바람소리를 내며 상공을 맴돌고 있었다.



[사라대피소 지붕위의 눈]



"사라오름" 옆, 
대피소 지붕 위의 눈을 보니 이 곳 한라산에 내렸다는 엄청난 눈이 짐작되고도 남았다.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있는 백발의 "흙 붉은 오름"을 오른쪽으로 통과하고 나니 



["흙붉은오름"의 상고대(서리꽃)]



완만하던 길이 급경사로 변하면서 상고대가 활짝핀 
나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경사가 심해진 좁은 눈길에는 러쉬아워의 교통체증 만큼이나 심한 사람체증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벌써 12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눈 앞으로 펼쳐져 오는 눈꽃은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지만 마음은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등산로에 쌓인 눈]


과연 이런 속도로 올라가 12시 30분 통제시간까지 
진달래대피소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인가?



[눈꽃, 상고대 1]



애간장이 타는 마음에 
“앞에 가시는 분들~ 빨리 좀 갑시다” 라고 소리를 쳐봐도
앞에 늘어서 있는 사람들 역시 자기들도 답답하다는 듯 고개만 살래살래 흔들어댄다. 



[한라산 등산길의 설경] 


아무튼 한라산 온 천지는 꽃밭이었다.
봄꽃보다 더 곱고 화사한 눈꽃과 상고대 서리꽃이 온산에 흐드러져 있었다.



[눈꽃, 상고대 2]



어떤 것이 상고대이고 눈꽃인지~?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려웠지만 
그 것을 꼭 구분할 필요가 없을만큼 모두 다 아름다운 설경을 빚어내고 있었다.





악전고투 끝에 드디어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30분~!
통제시간 커트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넘어서긴 했지만 여기서부터 올라야하는 백록담까지의 길 또한 큰 걱정이었다.





멀리 백록담을 향해 오르고있는 사람들의 행렬이 
아른아른 아지랑이처럼 눈에 들어왔다.



[진달래 대피소에서 정상으로 가는길]


세시간 동안을 거의 쉬지 않고 달려와서 만난
진달래대피소~!
이 곳에는 마지막 매점이 있었고 몸을 쉴 수 있는 대피소 건물이 있었다.





국립공원 관리인은 
백록담을 넘어가려는 사람은 1분이라도 빨리 촌각을 다투어 출발하라고 성화였다.
조금 늦으면 혼자 비행기로 편하게 서울을 갈 수 있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눈꽃, 상고대 4]



휘잉~!
백록담방향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결이 매서울 정도로 차가웠다.
체감 온도가 거의 영하 20도 이하로 느껴지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군
락을 형성하고 있는 구상나무들이 
서로의 아름다움을 뽐내면서 하얀 설원에 끝도없이 펼쳐져 있었다.





다리도 아프고 배가 고팠지만
잠시 앉아 다리를 쉬게 할 시간도 
여유있게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시간도 시간에 쫒기는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





고픈 배는 
일단 백록담을 넘은 후에 해결하기로 하고 무조건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휴~ 아직 
백록담 정상까지는 1시간 반 이상을 더 올라가야 한다.
그 것도 추운 날씨속에 급경사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는 생각에 힘들게 걸어온 다리가 길게 한숨을 내쉰다.





걱정하는 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속도 모르고 까마귀 몇마리가 까르르 까악~! 깍~! 빨리 가라며 재촉하고 있다.


<다음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