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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찾아서/제주도 주변 섬

한라산 등정기 ③

by 전태공 2012. 1. 7.

 


한라산 등정기 ③편

[진달래 대피소 → 백록담→ 집으로]


○ 진달래대피소 → 백록담 정상



해발 1700m의 진달래 대피소를 지나면서부터 
경사가 가파라지기 시작했다.
꿈결처럼 아름다운 눈꽃과 상고대의 절경 속으로 정상으로 향한 발걸음을 서둘렀으나 ~



[눈꽃 상고대 1]



바쁜 마음과는 달리 한 걸음씩 내딛어지는 발걸음은 
처럼 빨리 움직여 주질 않았다.
그 것은 20리 가까운 눈길을 쉬지 않고 걸어온 피곤함이나 혹한 속에서 불어오는 칼 바람 탓은 아니었다.

 
[진달래대피소 등산안내도]


동화의 세계인 듯... 신
선들의 세계인 듯...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장엄한 수묵화, 
한라산의 선경(仙景)에 몽땅 혼을 빼앗겨버린 감탄의 마음 탓이었다.





이 얼마나 근사하고 아름다운 설경이란 말인가~!
더 이상의 말이 필요없었다. 
오묘하고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빚어놓은 신의 위대함에 그저 경외스러운 마음만 들뿐이었다.





그러나 야속한 시간은 촌각도 멈추지 않고 속절없이 흐르고 있었다.
아름다운 한라산의 설경에 취해 더 이상 계속 이곳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었다.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려거든 천천히 쉬엄쉬엄 넘어도 좋다." 며 묘하게 협박하던
어느 산악회 가이드의 말이 떠올랐
다. 그래 어서 서둘러 올라가자~! 백록담으로~




새빨간 불을 뿜는 저기 저 산에♪
♪ 올라가자~! ♬♪ 올라가자~! ♬
♬ 가자~! 가자~! 저기 저 산에~! ♪♪ 푸니쿨리 푸니쿨라~! ♬

이태리 가곡 푸니쿨리 푸니쿨라를 흥얼거리며 씩씩거리며 다시 눈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시간은 벌써 1시를 넘고 있었고
점심을 먹지 못한 배는 허기를 호소하고 있었지만 아직 여유 시간이 전혀 없었다.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아름다웠던 구상나무 군락지를 벗어난 곳이 해발 1,800미터 지점이었다. 
백록담이 있는
1,950미터 정상까지 오르려면 아직 해발 150미터를 더 올라야 했다.





늘어선 목책을 따라 
정상으로 뻗어올라간 돌계단 길 위는 빙판이 되어 미끈거렸다 .
까악 까악 까악~! 또다시 한무리의 까마귀 떼들이 약이라도 올리듯 맴을 돌았다.





정상근처에 다다를수록 고개를 들수 없을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으스스한 한기가 느껴지는 차가운 칼바람에 부르르르~ 얼굴에 경련까지 일어났다.





장갑을 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힘겨운 
발걸음을 얼마나 내 디뎠을까?
드디어 그렇게도 갈망하던 한라산의 정상, 백록담이 스르르르 요술처럼 눈앞으로 다가왔다.



[백록담]



와~! 정상이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깍아지른 바위절벽으로 몸을 가리고 있던 백록담의 하얀 속살이 적라라하게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한라산 정상부근의 운무 1]



한라의 여신 설문대 할망의 노여움으로 겨울에는 좀처럼 백록담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다는데
간밤에 "한라산의 좋은 날씨를 위하여~!" 하고 외쳤던 건배 탓이었는지 백록담 주변 날씨는 청명하게 개어있었다.





물이 없는 백록담을 
담(潭)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부끄러웠지만
새빨간 용암을 쏟아냈을 거대한 분화구 주변에서는 범접하지 못할 신비스러움이 뿜어나오고 있는 듯 했다.
 




"한라산 동능정상" 이라고 쓰여진
고사목 옆에서 문득 뒤를 내려다 보았다.





드넓은 설원 위로 하얀 운무가 
안개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구름인지~! 눈인지~! 신비스러운 하얀 풍광에 모두들 그저 아~ 하는 탄성만 쏟아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이 먹구름 속에서 그렇게 울었듯
백록담을 이처럼 만나도록 하기 위해 인천으로부터 13시간을 뱃길로 달려오게 했나보다.
 




휘잉~! 백록담으로부터 불어오는 세찬 칼바람에 떨어져 나갈 것처럼 귀가 얼얼했다.



[관음사 방향 이정표]



○ 백록담 정상→관음사 주차장

동쪽의 운해와 
서쪽의 검은 구름이 빚어놓은 아름다움에 취할 틈도 없이 하산을 서둘러야 했다.
뱃시간을 맞추기 위해 5시 30분 까지 관음사에 도착하려면 달리듯 내려가야 한다.





가끔씩 불어대는 세찬 북서풍을 뒤로 받으며 굴러내리듯 하산을 시작했다.
쪽능선으로 이어진 관음사 방향 산길에는 성판악보다 더 많은 눈이 쌓여있었다.
 




4시간이 걸린다는 관음사까지 
부족한 시간만큼 죽기살기로 
달리고 뛰어야만 했다.
가파른 비탈길을 달리다 넘어지면 다시 구르고 구르다가 미끄러지면 오리궁뎅이 썰매를 탔다.



[오리 궁뎅이 미끄럼을 타고]



눈이 많아 미끄러져도 
다칠 염려는 없었으나 마른 나무 가지들이 자꾸 얼굴을 긁어댔다.
관음사로 향한 하산 길은 성판악에서 오르던 길보다 더 가파르고 험했다. 
 




8.7키로라는 하산길이 어쩌 이리도 멀게만 느껴질까?
아름다운 삼각봉(1895미터)이 바라보이는 능선을 돌아 미끄러운 언덕을 미끄러지듯 달렸다.





장구목과 개미목, 탐라계곡을 가로지르며 얼마를 달려왔을까? 
드디어 관음사 주차장이 눈앞에 나타났다.
시간을 보니 마감 8분전인 5시 22분이다. 우~와~! 시간 내에 도착했으니 우리가 해낸셈이다. 만세~! 만만세~!
 


[눈꽃 상고대 2]



헉헉거리고 있는 숨은 턱에 닿아있었지만
목표시간 안에 도착했다는 사실은
백록담을 밟았던 것 이상의 큰 기쁨과 뿌듯한 성취감을 안겨주었다.





○ 제주항→일출→인천항

저녁 6시 반경 개찰구를 지나 "오하마나"호에 다시 올라탔다.
내릴 때와는 달리 올라타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축 처져있었다.



[여객선 "오하마나"호의 선미]



그래~
해발 1,950미터의 한라산 정상을 넘어 눈길 20키로 정도를 달려왔으니 오죽 피곤하겠는가?
소주한잔의 반주를 곁들인 저녁식사를 마치자마자 어느새 골아떨어지고 말았다.



[아침바다 어선들]



얼마 동안을 깊은 잠 속에 빠져있었을까?
끼룩거리는 갈매기 소리에 번쩍 깨어나니 아침 7시경이었다.





시간을 보니 조금있으면 일출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아침일출을 함께 보기위해 
모두를 깨워 갑판위로 달려나갔다.



[해오름, 일출 1]



멀리 동쪽 하늘에서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동쪽 수평선이 석양의 황혼처럼 붉게 물들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저 멀리 붉은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일렁이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바위섬 사이로 붉은 해가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 에필로그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해야 솟아라~!
아침 해는 
둥실둥실 잘도 떠올랐다.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마음 속의 소망을 기도해 보았다.


[해오름, 일출 4]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가족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사랑의 선물이고 힘이며 자랑입니다.

내 가족을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시고 사랑하는 법을 알려 주소서~!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로 아끼면서 우애있게 살도록 해주소서~!
어려움은 서로 나누어 반으로 줄게 하시고 기쁨은 서로 더해 두배로 늘게 해주소서.





우리 모두를 건강하게 해주시고 모든 일을 감사하며 살게 해주소서~!
영혼을 거룩하게 하셔서 선하고 맑은 것을 알아보게 해주소서 ~!

드디어 도착한 인천항~!
왕복 27시간의 긴 항해와 약 20킬로 산길을 넘느라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만은 무척 행복했다.



[인천항에 도착한 "오하마나" 호 앞에서의 일행 모두]


바다 날씨가 좋아 파도가 없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던가~!
라산의 좋은 날씨에 백록담 속살까지 볼 수 있었으니 또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던가~!

반가웠다~! 한라산아~! 백록담아~! 다음에 또 만나자~! 아디오스 "오하마나"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