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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 만세/재형이네

둘째 아들을 군에 보내고

by 전태공 2012. 1. 12.

둘째 아들을 군에 보내고

둘째 아들을 군에 보내고
우리 집에 딸은 없고 산적두목 같은 아들 놈만 둘이 있어
어버이날에도 카네이션 꽃 하나 제대로 선물 받기 힘들다고 몇 번, 섭한 마음을 투덜거렸던 때문이었을까?

평소에도 큰 아들녀석보다
더 다정다감했던 둘째, 아들녀석이
자기형이 군에 입대한 이후부터 부쩍 더 딸 노릇을 하기 시작했다.

어버이날이나 엄마 아빠 생일만 되면 
잊지 않고 카네이션에 케익을 챙겨다가
지 혼자서라도 "Happy Birthday" 노래를 불러주었고

어깨를 주물러 준다.
설거지를 해준다하며 딸에 비해 다소 징그러운 구석은 좀 있었지만 
그래도 귀여움과 너스레를 떨면서 그 동안 딸이 없어 느꼈던 나의 설음을 많이 해소시켜 주었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철없는 아이로만 보였던
그 녀석이 지난 5월 26일 월요일에
30여년 전 지 아빠가 입대를 했던 바로 그 육군 논산훈련소로 입대를 했다.

입대하던 날 아침 
입대를 하루 앞두고 이런 저런 걱정에 깊은 잠을 못 이루며
밤새 뒤척거렸을 녀석이
부시시한 모습으로 거실에 나오더니
출근준비에 바쁜 나와 지 엄마의 두 손을 끌어 덜썩 소파에 앉히더니 넙죽 큰절부터 했다.

" 엄마~! 아빠~! 건강하게 잘 다녀올께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이 녀석아~! 고맙다!
아빠는 두 가지만 얘기 할께 
아무리 참기 어려운 일이 닥쳐도 반드시 먼저 마음속으로 참을 인(忍)자 세 번을 꼭 써보거라...

그리고 또 너의 몸은 이 부모의 몸이니 
흠집하나 내지 말고 2년 후, 지금과 같은 건강한 그 모습으로 돌아 오거라~!

평소에도 잔 정이 많았던 녀석은 
80키로가 넘는 거구로
우리 부부 둘을 한꺼번에 껴안고 " 엄마~! 아빠~! 사랑해요"를 연발하면서

녀석 어렸을 적, 내가 녀석의 등을 두드려 주던 그런 자세로 한참동안이나 우리 둘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녀석~! 그래도.... 참 듬직한 놈이지~!" 어느 누가 자기 아들을 든든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만은

그 날 따라 생각지도 않았던 큰절을 받은데다
등까지 두드려 준 녀석에게
나도 모르게 더 큰 든든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입대하는 날이 하필 바쁜 회의가 많은 월요일이라 
지 엄마만 논산훈련소 입소대대까지 따라가도록 했는데
점심을 먹고 지 엄마와 함께 연병장에 앉아 있다가 집합 10분전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이제 엄마와 있을 수 있는 시간이
10분밖에 안 남았다며 엄마 볼에 지 볼을 비벼대면서 카운트다운을 했다던가.
5분전~! 4분전 ~! 3분전~! 2분전 ~! 1분전~! 하면서 충~~~~성! 

그렇게 입대했던 녀석의 옷이 엊그제 왔다.
부모들 마음이 다 그렇겠지만 입고 간 옷을 받고 나니
새삼 녀석 생각이 많이 나고 훵~한 녀석의 빈자리가 더 느껴졌다.

녀석~! 천방지축으로 하루하루를 살다가 
이제 눈알이 팽팽 돌아갈 정도로 빡센 훈련을 받으려면
제법 힘이 들텐데
몸이라도 잘 견뎌 주었으면 좋으련만 

큰 아들녀석이 먼저 입대해 버려 셋이 살고 있던 집에서 유난히 덩치가 컸던 녀석까지 입대하고 나니
집안이 텅 빈 듯한 느낌이 든다.

집안이 텅 비어 있는 느낌 이상으로
마음 속 역시 텅 비어있는 듯한 그런 느낌도 든다.
역시 사람이란 있어야 할 자기 자리에 항상 있어 줘야 비어 있음이 안 느껴지는 그런 존재인가 보다.

어느 날 갑자기 비워져 버린 커다란 빈자리~!
그러나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큰 아들 녀석이 제대하고 돌아와 텅 빈 그 빈자리를 다시 채워줄 것이다.

빈자리가 새로 생기게 되면 
빈자리를 채워주는 일이 뒤따라 생기는 세상사
역시 사람이란 다 그렇게 그렇게 살게 마련인 모양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