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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 만세/재훈이네

졸업 2제

by 전태공 2012. 1. 13.

졸업 2제 

○ 졸업 1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아이가
가슴에 하얀 손수건을 매달고 " 하나 둘~,셋, 넷~!"
노란 병아리처럼 삐약~ 거리면서 선생님 뒤를 졸졸 따르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는 동안 
훌쩍 커버린 큰 아이가 며칠 전에 대학을 졸업했다.

♪ 빛 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
♩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
♬ 잘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 ♪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 갑니다 ♬





졸업식 노래를 부르며 
달기 똥 같은 눈물을 글썽이던 그런 초등학교 졸업식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학사모를 공중에 높이 던지며 환호하는 발랄한 젊음 속에 

그들만의 희노애락을 잔잔하게 느껴볼 수 있다.





잔디밭에 모인 친구들과 
어깨동무 사진을 찍으며 재잘거리는 아이에게 

"그래~ 그 동안 공부한다고 수고했다~!!" 격려를 해 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제 좋은 시절 다 지나 버렸구나~! 하고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도 든다. 





비록 졸업이라는 것이 결코 만만치않는 
사회에 이제 힘찬 첫 걸음을 막 내 디디는 날이긴 하지만 





이처럼 아이가 커서 졸업을 하고 
또 취직을 해가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알토란처럼 뿌듯한 인생의 큰 행복인 것만은 분명한것 같다.

그래서 젊은이가 졸업하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그저 아름답게만 보이는가보다.



○ 졸업 2 

♪ 백두산 줄기 따라 한라산까지♬
♩ 연연히 이어가는 귀한 동맥을♪
♬ 한 마음 한 뜻으로 가꾸어 가는♪♩ 우리는 휏불이다 겨레의 등불♪





1975년 봄~! 한국전력사원
연수원에 들어와 회사 사가(社歌)를 신바람 나게 부르며 
청운의 꿈을 피우던 신입사원 시절, 그 때 그 시절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나역시 평생을 다녔던 회사에서 3월 말로 이제 그만 졸업을 했다.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는 30여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나에게 일할 수 있는 기쁨과 사랑할 수 있는 행복과 노래할 수 있는 평화를 주었던 어머님 품 속 같았던 직장~!
 




든든했던 그 직장을 졸업하기 싫다고 
일부러 낙제할 수도 졸업을 연기할 수도 없는 일~!





훌쩍~ 커 버린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는 동안 
훌쩍~ 흘러가 버린 세월의 무상함을 곰 씹어보며 
흐르는 강물처럼 순리로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문득, 대학을 졸업하는 아이와 비슷한 시기에 
회사를 졸업하게 된 상황이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의 고리같다는 느낌도 든다.



[정 2품송]


아이 졸업식이 있었던 금요일, 
아이의 졸업을 기념한다며 다녀왔던 속리산 법주사 나들이가 
어쩌면 아이의 졸업여행을 빙자한 스스로의 위로여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속리산 법주사 일주문]


산 꿩 소리를 들으며 
산사(山寺)로 들어가는 숲길에서 
고려 말기의 고승 나옹선사(懶翁禪師)가 지었다는 시조 한수가 떠오른다.





" 청산은 나를 보고 
말 없이 살라 하고(靑山見我 無言以生)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蒼空見我 無塵以生)

  성냄도 벗어 놓고 
탐욕도 벗어 놓고(解脫嗔怒 解脫貪慾) 
  물 같이 바람 같이 살다 가라 하네 (如山如水 生涯以去)"





그래~ 이제 직장도 졸업했으니 앞으로 삶을 졸업할 때까지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처럼 산천이나 여행하며 살아봐야겠다.


<끝>

[법주사 쌍사자석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