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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공의 글사랑/일할 수 있는 기쁨

한국형 원전 4기 첫 수출 소식을 듣고

by 전태공 2012. 1. 13.
한국형 원전 4기 첫 수출 소식을 듣고

아랍에미리트(UAE)가 발주한 400억 달러(약47조원) 규모의
초대형 원자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한국전력이 따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뛸 듯이 기뻤고 감개무량했다.





이처럼 신바람 나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지 않을 대한민국 국민들이 어디에 있을까 만은
한국형 원자력발전소의 수출 뉴스는 나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1975년 한전에 입사 후, 원자력발전소 건설분야에 뛰어든 것은 1979년부터였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부산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이제 막 준공되어 상업운전을 시작할 무렵이었다.



[고리원자력발전소]



본사 원자력건설처에서 몇 년을 근무 후,
1981년 8월 영광원자력 1,2호기 건설현장으로 발령을 받아 내려와 보니

120명이 넘는 벡텔사와 웨스팅하우스사 소속 외국인 엔지니어들이
바글바글 기술지원을 나와 있었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전무했던 그 당시

한국전력은 하나부터 열까지 원자력에 관한 모든 것을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와 GE. 벡텔사로부터 배워야 했다.




하긴 대용량 화력발전소조차도 혼자
제대로 건설하지 못했던 시절이었으니 오죽 했으랴~!
그 당시 원자로가 설치되는 구조물,
컨테인먼트 빌딩이라고 불렀던 원자로 돔을 건설할 때



[원자로 건물 돔 라이너플레이트 설치작업]


원자로 돔 콘크리트 구조물에 들어가는
직경 65밀리 철근이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아
미국 베들레햄 스틸(사)에서 수입을 해야 했고
터빈 건물 기둥 철골재도 외국에서 들여와야 했다.





또한 원자로 빌딩 벽체 타설용 콘크리트에는 방사능 차폐를 위해

자갈이 아닌 철광석이나 납광석을 사용토록 되어 있어
이를 구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었다.





나중에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을 무슨 대단한 기술이나 되는 것처럼

외국인 기술자들은 호들갑을 떨며
별스럽지도 않은 답 하나를 주고서 비싼 기술료를 받아갔고

목에 뻣뻣하게 힘을 주며 자기네 기술의 우수함을 뻐기곤 했었다.
또한 우월적 위치에 서 있던 외국회사들은
한국 체류 조건들을 엄청나게 요구하기도 했다.



[우라늄 핵분열 전개도.. 여기에서 나오는 열로 물을 끓인다.]



1인 당 45평이 넘는 아파트 한채 씩을 사택으로 지어 달라고 했고

또 사택단지 안에 외국인 초등학교와 수영장,
나이트 클럽까지 지어 달라고도 했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모든 것을
기초부터 한 걸음씩 배워 나가야 했던 그 시절
우리는 미국회사가 요구하는 조건들을 모두 다 들어줘 가며
작은 기술을 하나하나 힘겹게 배워 나가야 했다.





그렇게 해서 지어냈던 영광원자력 1,2호기의
발전용량은 1기당 95만 킬로와트~!
2기 합하여 190만 킬로와트,
각각100만 킬로와트 용량을 가진 후속기 3,4,5,6호기까지 합치면

영광원자력 발전소에만 590만 킬로와트 용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영광원자력 발전소 전경.. 좌측으로부터 1,2,3,4,5,6호기]


590만 킬로와트 용량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해방 후 동양최대라고 자랑하던
북한 압록강 수풍발전소의 최대 발전량이 70만 킬로와트이니

수풍발전소 8배가 넘는 발전량을 영광원자력발전소가 가지고 있는 셈이다.





나는 영광 1,2호기 건설을 끝으로 6년만에 영광원자력 현장을 떠나왔지만

그 이후에 영광에는 3,4,5,6호 등, 모두 6개호기가 건설되었고





고리 원자력발전소에 4기, 월성원자력발전소 4기, 울진원자력발전소 6기 등

오늘 날 모두 20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건설되어 운전 중에 있고
또 다른 10기가 건설 중에 있다.



[ 둥근 돔 구조물이 원자로가 들어가는 원자로건물(Containment Building)이다. 
  두 원자로 건물 사이에 있는 건물은 악세스 컨트롤 건물이고 앞에 돌출되어 있는 건물이 터빈건물이다.]


엄격하게 말해서 영광원자력 1,2호기까지
우리가 기술을 배웠던 단계였고
영광 3,4,5,6호기와 울진 6개호기를 건설해가며 집약한 기술로
한국형 원전을 개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와신상담, 각고의 노력 끝에 외국형보다 더욱 더 품질이 우수한
한국형 원전을 개발하였고
드디어 아랍에밀레이트에 수출까지 하게 되었으니
이 어찌 감개무량하지 않고 기쁘지 않겠는가~!





더구나 그렇게 목에 힘을 주던 웨스팅하우스사가
우리의 하청업체로 들어오게 되었으니
상전이 벽해가 되고 경천동지하게 된 경사가 아니겠는가~!

원자력발전소라고 해서 발전 원리가 대단한 것은 아니다.
물을 끓여서 만든 고압의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을 화력발전이라고 한다.



[원자력발전소]



기름을 때서 만든 수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발전소를 유류발전소라고 하고
석탄을 때서 만든 수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발전소를 석탄발전소라고 한다.



[영광원자력발전소 1,2호기 기념패 1]



우라늄 핵분열 시 나오는 열로 수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돌리는 발전소가 바로 원자력 발전소다.
물을 원자력으로 끓인다는 점만 빼면 나머지는 화력발전소와 똑 같다.





내 인생의 황금기, 패기 많았던 그 젊은 날을 보냈던
원자력발전소 건설현장
현직에서 은퇴해 버린 나에게는 이제 그 흔적이 작은 기념패로만 남아 있지만



[영광원자력발전소 1,2호기 기념패 2]



400억 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한국형 원전 수출을 성사시킨 후배들이
그저 고맙고 대견스럽고 자랑스럽기만 할 뿐이다.
앞으로 터키와 요르단까지 한국형 원전 수출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해 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