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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 만세/봉춘마을무지개

토요일 날의 드라이브~!

by 전태공 2012. 1. 14.

토요일 날의 드라이브~!


2008년 7월 5일 토요일, 서둘러 
둔촌동에 도착을 하니 아침 9시 반이 조금 넘어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티비를 보고 계셨고 어머니께서는 부엌에서 무엇인가를 다듬고 계셨다.



[팔당댐 호반 길에서 1]


"일찍 나섰나 보구나? 차는 안막혔니~?"
이른 시간에 수박 한 덩이를 덜렁 들고 나타난 아들을 반가워하며 어머니께서 금방 참외 한 접시를 깎아내 오셨다.

우적우적~ 참외 몇 쪽을 먹으면서 말을 던졌다.



[팔당댐 호반 길에서 2]


"어머니~ 요즈음 많이 답답하시죠? 
 우리 아버지 모시고 어디 가까운 곳에 드라이브나 한번 다녀올까요?  
 아버지도 많이 갑갑해 하고 계실텐데~ "
"나야 좋지~! 그런데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가 가실 수 있을까?"
 
어머니는 아버지 핑계를 대고 계셨지만 사실 속마음으로는 아들과 함께 드라이브를 가고 싶어하는 눈치셨다.



[팔당댐 호반 길에서 3]


"차로 모시는데 왜 못 가시겠어요? 얼른 준비하세요~!"
사실 둔촌동에 잠깐 다니러 왔다, 돌아 갈 때마다 항상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고

잘 걷지못하시는 아버지께서 얼마나 세상구경을 하고 싶으실까? 하는 생각과 아버님을 수발하고 계시는 어머니께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계실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늘 편치 못했었다.



[팔당댐 호반 길에서 4]


그래서 오늘은 힘이 들더라도 두 분을 모시고
팔당댐과 퇴촌,
그리고 분원마을과 귀여리로 이어지는 팔당댐 호수길을
한번 드라이브시켜 드리기로 했다.



[팔당댐 호반 길에서 5(분원)]


10시 반경 두분을 태우고 
올림픽도로로 미사리를 지나 팔당댐까지 연결되는 도로를 달렸다.
"아버지~! 옛날에 팔당댐을 가려면 건너편 길로만 갔었는데 지금은 이 길이 새로 뚫려 퇴촌가기가 편해졌어요?"



[팔당댐 호반 길에서 6]


오랜 만에 세상구경을 나오신 탓일까? 아버지께서는
차창 앞으로 펼쳐져 오는 신록의 풍경들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팔당댐 호반 길에서 7]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좌우를 쉬지 않고 두리번 거리고 계셨다.
팔당댐 옆을 통과하여 삼성리를 지난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니 퇴촌이 나타났고



[팔당댐 금사리 마을 입구]


호수를 끼고 구불구불 언덕을 넘어 금사리를 지나니
붕어찜으로 유명한 분원리 마을이 나타났다.
일단 분원리 마을 호숫가에서 팔당호를 구경시켜 드린 후 다시 호수 길을 돌기 시작했다.



[분원마을 앞에서]


꽃이 가득 핀 언덕 앞에 잠시 멈춰 꽃도 구경시켜 드리면서
귀여리를 지나 꼬부랑꼬부랑 달려가니 정암산 입구도 나타났다.



[팔당댐 정암산 등산로 입구]


신록은 푸르렀고 길엔 차도 별로 없었으며
자전거 사이클링을 즐기는 사람들만 간간히 스쳐 지나갔다.
호수를 완전히 한바퀴 돌고 나니 12시가 넘어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점심 식사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첫번째로 추천한 청국장정식 집 앞에서 아버지의 의향을 물어보니 별로 달갑지 않으시다는 표정이시다.





다음 후보지를 물색하며 달리다가
반찬이 열 대엿가지가 나온다는 남도정식 그림이 있는 집에서 다시 멈추었다.
그러나 힘들게 차에서 나오신 아버지께서는 자꾸만 식사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을 하신다.



]


아하~ 이 집도 마음이 들지 않으신 모양이시구나~!
할 수 없이 다시 차에 모시고 고개를 넘어 퇴촌에 도착 천진암 방향 토속음식점이 몰려있는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다가 남원추어탕 간판이 보여 그냥 기대를 안걸고 여쭈어보았다.
"추어탕은 어떠세요?" 아버지께서 추어탕이 너무 좋다고 하신다.  아~! 아버지께서 추어탕을 잡숫고 싶으셨구나....





차에서 아버지를 내리시도록 하여
5미터도 안되는 식당 문을 통과, 문턱을 오르시게 한 후
식탁 앞에 앉으시도록 하기까지 무려 20분이상이 걸렸다.






힘들게 식당에 들어왔지만 
아버지께서는 남원 추어탕이 너무나 맛있으시다며
아이처럼 흘리시면서도 그 한 뚝배기나 되는 추어탕 국물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모두 비우시는 것이었다.





아~! 아버지께서 추어탕을 이렇게나 많이 좋아 하셨구나~!
그 동안 아버지께서 추어탕을 전혀 드시지 못한 줄 알고 자주 사드리질 못했는데....





추어탕을 다 들고 나오니 억수같은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다시 그 짧은 거리를 10여분 이상 전쟁을 치르면서 힘들게 걸으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아~! 그 날렵하시던 우리 아버지께서 언제 이처럼
요 몇 미터도 안되는 거리마저 잘 못걸으실 정도로 약해지셨는지
그 회한과 서러움이 억수같이 내리는 비만큼이나 쏟아져 내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