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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및 해외여행기/2013년도

금산 신안사와 보곡산골

by 전태공 2013. 4. 29.

 

금산 신안사와 보곡산골

 

 

▣ 금산 어죽집~

 

 

4월 하순 어느 토요일 이른 아침~ 새벽부터 주륵주륵 봄비가 내리고 있다.

나들이 길에 내리는 비가 야속했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어찌하랴~

 

 

 

 

경부고속도로를 벗어나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로 올라서자

이번에는 때아닌 눈보라가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아니~ 4월도 중순을 넘긴 20일인데 무슨 겨울 눈이 쏟아지나~?

 

 

[갑자기 쏟아지는 4월의 눈]

 

 

봄과 겨울이 뒤죽박죽으로 엉킨 날씨를 뚫고

금산의 어느 유명한 어죽집에 도착하니 시간은 어느새 오후 1시를 넘고 있다.

 

 

[어죽 마을 조형]

 

 

어죽으로 소문 난, 맛집답게 정갈해보이는 반찬들이 한상 가득 차려지고

꼬리를 물고 맛깔스러워 보이는 강고기 요리들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한다.

 

 

[도리 뱅뱅이]

 

 

튀긴 피라미가 양념을 흠뻑 뒤집어 쓰고 누워있는

도리뱅뱅이 요리 모양이 활짝 핀 봄 꽃을 닮아있다.

 

 

 

 

노릇노릇 튀겨진 새우 튀김 역시 사르르르~ 군침을 돌게 만든다.

 

 

[어죽]

 

 

강에서 갓잡아낸 잡어(雜魚)에 온갖 양념과 고추장, 국수를 풀어 넣고

큰 솥에 푹 고아서 만든 어죽 맛은 한마디로 환상이다.

 

 

 

 

비록 봄과 겨울이 뒤죽박죽인 요지경 속 날씨지만

강변에 서있는 나무가지에는 연 초록빛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 있다.

 

 

[신안사 벚꽃]

 

 

▣ 신안사

 

 

어죽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 신안사 벚꽃나무를 찾아 나선다.

하늘에선 이제 부슬부슬 부슬비를 뿌리고 있다.

 

 

[신안사 극락전]

 

 

1년 만에 다시 찾아온 신안사는 작년 모습 그대로다.

 

365일이라는 세월이 엊그제처럼 느껴지는 것을 보면

역시나 유수처럼 빠른 것이 세월인가 보다.

 

 

 

 

비가 내려서 그럴까~? 아니면 헷갈리는 계절 탓일까~?

신안사 벚꽃이 작년만큼 화려하지가 않다.

 

 

 

 

 

에잇~ 그래도 벚꽃나무 사이로 보이는 극락전의 교교한 모습이~

얼마나 고즈넠하고 겸손해 보이는가?

 

 

[신안사 대광전]

 

 

이런 겸손한 마음~ 나를 낮추는 마음은 배우고 또 배워야 하는데~

아직도 욕심을 버리지 못한 속마음이 그저 부끄럽기만 하다.

 

 

[신안사 요사채]

 

 

극락전 옆으로 대광전이 보이고

벚꽃나무 왼쪽으로 요사채도 눈에 들어온다.

 

 

 

 

고요한 적막이 흐르는 산사(山寺)~!

 

사찰의 적막 속에 무더기무더기 돌로 쌓아 놓은 돌 탑이

경망스럽지 않은 장중함으로 무겁게 다가온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일거수일투족이 이처럼 무거워졌으면 좋으련만~

세속적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가벼운 경망스러움이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보곡산골]

 

 

▣ 보곡산골(보이네요 정자)

 

 

신안사를 뒤로 하고 작년 이맘 때의 추억을 되새김질 해보기 위해

금산 "보곡산골"의 "보이네요 정자"를 찾아 나선다.

 

 

[보곡산골 보이네요 정자]

 

 

보곡산골의 "보이네요 정자" 주변 산 자락에 봄눈이 하얗게 쌓여있다.

 

 

 

 

흐드러진 벚꽃 위에 피어오른 하얀 눈꽃이 눈부시다.

벚나무 위에 피어오른 저 꽃이 벚꽃인가~? 눈꽃인가~? 계절이 혼란스럽다.

 

 

[눈 속의 진달래]

 

 

4월도 하순에 내려준 갑작스러운 봄 눈~!

하얀 눈 밭에 떨어진 연분홍 진달래 꽃잎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진달래 너머로 보이는 순 백색 하얀 눈이

연지곤지 치장을 한 예쁜 신부가 둘러쓴 면사포처럼 보인다.

 

 

 

 

오늘 축제가 열릴 예정이던 이곳 보곡산골에

계절을 거스르며 쏟아진 봄눈이 산꽃을 하얗게 뒤덮고 있다.

 

 

 

 

멋진 설경을 빚어주며 내려준 4월의 봄 눈이 ~

많은 사람들에게 덤으로 행운의 눈꽃 선물을 해준 셈이다.

 

 

 

 

하얀 조팝나무 꽃과 벚꽃, 연분홍 진달래꽃이

순백의 눈꽃과 환상의 콤비처럼 잘 어우러져 있다.

 

 

 

 

산 자락 여기저기에서 와글거리는 ~

봄 꽃들의 아우성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눈 밭의 고사리]

 

 

이그~! 봄인 줄 알고 나와봤는데~ 이거 아직도 한겨울네 ~

눈 밭에 고개를 내민 고사리 또한 화들짝 놀란 눈치다.

 

 

 

 

문득~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했던 영국시인

"T.S. 엘리엇"의 "황무지(荒蕪地)"가 생각난다.

 

 

[눈밭과 벚꽃]

 

 

황무지[The Waste Land] -T.S. Eliot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추억과 욕정을 뒤섞으며 잠들어 있는 뿌리를 봄비로 흔들어 깨운다.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차라리 겨울에 우리는 따뜻했다.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고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마른 구근(球根)으로 작은 생명만 유지했으니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중략>

 

 

[개나리와 눈]

 

 

"엘리엇"의 시(詩) "황무지"를 떠올리다 보니

아닌게 아니라 4월의 눈 덮인 산야가 꽃들에게는 황무지가 될 것도 같다.

 

 

 

 

아무튼 봄 꽃들이 아우성을 치거나 말거나

 

봄 날~ 꽃길에서 만난 행운의 눈꽃이~

천진스러운 동심의 세계 속으로 뛰어들게 해줘서 마냥 즐겁기만 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