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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내금강

내금강 여행기 ① [다시 찾은 금강산]

by 전태공 2016. 1. 2.

내금강 여행기 ① [다시 찾은 금강산]

 

 

○ 프롤로그

 

 

2005년 처음으로 금강산을 찾아가 만났던 구룡연과 만물상 등

외금강 지역의 그 빼어난 절경을 잊지 못하고 있던 차에

 

내금강 지역이 추가로 개방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2008년 6월 초순~ 드디어 내금강을 만나보게 되었다.

 

 

[외금강 상팔담 전경 ~ 1차 방문 당시 촬영했던 사진]

 

 

한반도의 명산 금강산은 최고봉인 비로봉(1,638m)을 중심으로

 

비로봉 동쪽에 펼쳐진 구룡연, 상팔담, 만물상, 집선봉, 세존봉 등

남성미가 가득한 지역을 외금강이라 부르고

 

 

[외금강 만물상 천선대 주변~ 1차 방문 당시 촬영했던 사진]

 

 

비로봉 너머 반대편 내륙 쪽에 다소곳이 숨어있는 장안사 터와

표훈사, 만폭동 등, 섬세한 여성미를 가진 지역을 내금강이라 부르는데

 

춘원 이광수선생께서 내금강을 둘러보고서 쓰셨다는 '금강산유기'에서

"천지창조를 목격하였다. 신천지의 제막식을 보았다" 고 극찬했을 만큼

 

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 바로 내금강이다.

 

 

[내금강 만폭동 계곡의 맑은 ]

 

 

그러나 내금강지역을 단 하루 동안 주마간산(走馬看山) 해보았을 뿐이니

일만 이천 봉, 팔만 구 암자라는 금강산을 다 표현할 수 없지만

 

비록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는 식이 될지는 몰라도

표훈사와 만폭동, 묘길상과 보덕암, 그리고 삼불암과 장안사 터 등

 

대충 둘러본 내금강 명승지 몇 곳을 작은 여행기로 남겨본다.

 

 

[내금강 만폭동 계곡]

 

 

○ 휴전선을 넘어

 

 

화진포에 있는 고성, 남북 출입사무소 도착한 시간은 2008년 6월 어느날 12시 반경~

2박 3일간의 관광증을 받아 출경수속을 마치니 오후 3시 20분이 넘어있다.

 

 

[고성, 남북 출입사무소]

 

 

선도차를 따라 10여대의 버스들이 휴전선을 넘어 월북하기 시작한다.

차창 밖 사진을 찍으면 절대 안된다는 상투적인 주의사항을 귀로 들으며

 

 

[남북 출입사무소 내부]

 

 

버스는 남방한계선, 금강통문을 지나 "여기서부터 비무장지대입니다."라는

팻말이 서있는 비무장지대(DMZ)를 넘어 서는가 했더니

 

작은 표시말뚝 하나만 덜렁 세워진 휴전선 같지 않은 휴전선과

북방한계선을 월북해 들어가니 금방 북측 출입사무소가 나타난다.

 

 

[금강산 온정각 소나무]

 

 

내 관광증 번호는 "내금-해금강- ×× -× "~!

간첩들이 쓰는 난수표 암호같은 이 번호는 내금강을 구경할 관광객으로

 

해금강 호텔에 투숙하는 ×× 조의 × 번 관광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북측 출입사무소에서 관광증 번호순서대로 해당조의 해당순번에 서서

괜시리 죄 지은 사람처럼 쭈삣거리는 긴장된 마음으로

 

 

[금강산 호텔 입구 구호]

 

 

얼굴이 까무잡잡하고 퉁명스러운 북한군인들의 검열을 마치고 나니

해외 가는 것 보다 더 번거롭다는 푸념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동해 북부선 철로를 따라 달리는 버스 차창밖에는

붉은 깃발을 손에 들고 일정간격으로 서있는 북측 초병들이

 

혹시나 버스 안에서 사진 찍는 사람은 없는지? 감시의 눈초리를 번뜩이고 있다.

 

 

[온정각 플래카드]

 

 

"조선 로동당 만세~!"라는 붉은 구호가 눈에 들어오고

판박이처럼 똑같은 구조로 지어진 회색 빛 북한 마을 앞을 지나다 보니

 

아~ 정말 북한 땅에 들어오긴 들어 왔구나? 하는 현실감이 번쩍 느껴진다.

 

 

[온정각에 서 있는 고 정몽헌회장 추모비(도올)]

 

 

○ 금강산 예술단의 가무 공연

 

 

니 땅, 내 땅을 구분할 필요가 없어 논두렁 밭두렁이 없다는 넓은 들에서는

삼삼오오 모인 북한주민들이 한참 들일을 하고 있다.

 

북한 마을 온정리와 "이산가족면회소" 건물을 지나니 바로 온정각이다.

 

 

[온정각 1]

 

 

온정리는 지난번 왔을 때의 모습 그대로다.

 

평양의 그 유명하다는 냉면집을 축소해서 지었다는 옥류관과

김정숙초대소를 리모델링했다는 외금강 호텔 ~

 

 

[온정각 2]

 

 

그리고 거의 완공단계에 있는 "이산가족면회소" 등의

새 건물을 제외하고는 변한 것이 거의 없어 보인다.

 

다만 북측 온정리 마을 부근을 지나던 엉성한 소나무 전봇대들을

콘크리트 전주로 교체하는 작업현장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온정각 주변 전봇대 교체공사]

 

 

평양 교예단 서커스 공연이 끝난 후, 첩첩산중을 이룬 금강산 봉우리

사이로 붉은 태양이 떨어지면서 스물스물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다.

 

 

[온정각의 해 내림 1]

 

 

온정각 어느 한식집에서 1인당 10달라짜리 저녁식사를 마친 후

"금강산 예술단 가무공연"을 보기 위해 금강산 호텔로 향한다.

 

"21세기의 태양 김정일장군 만세~!"라는 붉은 구호를 지나

금강산 호텔로 들어서니 김일성뱃지를 단 북측 접대원들이 영접해 준다.

 

 

[우리 일행...4동서 부부]

 

 

금강산예술단의 가무공연은 밤 9시 정각에 시작된다.

 

노래와 춤을 공연하는 금강산예술단 멤버들 상당수가

몇 년 전, 외금강 관광 때 보았던 평양 가무단 멤버들이다.

 

 

[금강산호텔 북한접대원]

 

 

사회자가 북한 특유의 간드러진 목소리로 공연의 개막을 알리자

현란한 한복을 차려 입은 가수 여럿이 등장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북한측 가수들의 억양과 음색은 비슷하다.

가창력이 뛰어난 소프라노 가수들이라고나 할까?

 

 

[금강산예술단 가무공연 1]

 

 

선동하는 듯한 목소리와 날카로운 소프라노 음색으로

오페라 가곡 같은 북한가요 열창이 이어

 

사이사이 목포의 눈물 같은 남쪽의 흘러간 옛 노래들도 불러준다.

 

 

[금강산예술단 가무공연 2]

 

 

또한 가야금 독주로 "옹헤야~!"를 연주하기도 하고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을 아코디언으로 독주해주기도 한다.

 

한 시간 동안 펼쳐진 가무단 공연은 밤 10시경에 끝이 난다.

 

 

[금강산예술단 가무공연 3]

 

 

○ 호텔 해금강

 

 

금강산을 처음 왔을 때는 이 곳 금강산 호텔에서 숙박을 했었는데

이번 여행의 숙소는 고성항에 있는 호텔 해금강이다.

 

온정각에서 호텔 해금강까지는 셔틀버스로 약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호텔 해금강 1(자료)]

 

 

호텔 해금강은 바다 위에 떠 있는 배 위에 지은 해상호텔로

현대아산이 처음 금강산에 들어왔을 때

 

관광객 숙박 문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싱가포르로부터 130억원을 주고 “해금강”호텔을 들여왔다는데

 

 

[호텔 해금강 야경 1]

 

 

지하 2층에 지상 6층을 가진 호텔 해금강은 바다 위에 떠 있어

운치는 있었지만 조류와 파도 등으로 배는 제법 흔들거렸고

 

함께 갔던 일행 중에서는 배멀미를 하는 사람까지 생기기도 했다.

 

 

[호텔 해금강 야경 2]

 

 

비록 흔들리는 호텔이었지만 해금강호텔은 깨끗했고 아늑했다.

자~ 내일이면 이제 내금강으로 들어가는 날이다~.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변한다는 금강산 날씨가 쾌청하기를 기도하며

꿈결처럼 들리는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자리 속으로 기어든다.

 

 

<1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