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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공의 취미세상/즐거운 걷기

연인산 용추구곡 트레킹

by 전태공 2011. 12. 23.

연인산 용추구곡 트레킹

1. 국수당~우정고개

여행을 떠나는 아침은 언제나 상큼하다.
특히나 심심산골 초록빛 숲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더욱 더 그렇다.



[연인산 안내지도]


아침 8시 정각 충무로역을 떠난 버스가
연인산입구 국수당부근 주차장에 들어서자



[노란 괴불주머니 꽃]


노란 괴불주머니 꽃을 거느린 눈부신 5월이
이슬처럼 맑은 연 초록빛으로 영접해준다.





국가의 안녕을 비는 제사를 올리던 성황당이 있었다 하여
국사당이라고 부르는 옛 화전민 터를 지나 우정고개를 오르기 시작한다.





한 구비를 돌아... 다시 또 한 구비...
우정고개로 이어진 산길은 가파른 오르막 길이다.





시원한 얼음 막걸리로 목을 축이며 40분쯤 올랐을까?
한 없이 높아만 보이던 우정고개 정상이 어느 틈에 눈 앞으로 달려와 있다.



[우정고개 이정표]

2. 우정고개~ 연인능선 삼거리

우정고개 갈림길에서 연인산 정상으로 가는 코스와
용추구곡으로 가는 코스로 길이 나뉜다.



[우정고개 갈림길 이정표]


오늘 우리는 용추구곡을 지나 중산리까지
약 14킬로의 연둣빛 숲 길을 트랙킹할 것이다.



[피나물 꽃]


계절의 여왕 5월은 우정고개 주변에도
넘실거리는 연 초록빛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금붓꽃]


노란 양지꽃과 피나물 꽃.. 그리고 앙증맞은 금붓꽃까지
임도 좌우에는 온갖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홀아비 꽃대]


하얀 빛깔의 "홀아비 꽃대" 야생화도
춘란(春蘭) 소심(素心)처럼 청초하게 피어올라 있다.





길가에 늘어선 노란 괴불주머니 꽃의 사열을 받으며
연인능선 방향으로 임도를 휘도는 순간~!



[괴불주머니 꽃]


울긋불긋 유니폼을 걸친 산악자전거 팀들이 나타나
MTB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오르막을 올라오고 있다.



[산악자전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
산악자전거 행렬을 잠시 피하기 위해





연인능선 삼거리부근쯤에서 만난 소나무 숲에서
가지고 온 먹 거리들을 펼치기로 한다.





3. 연인능선 삼거리~연인골

팔도강산 식 재료로 만든 진수성찬 점심식사를 마친 후
다시 연인골 트랙킹에 나선다.





이 산에서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면
연인 간의 모든 사랑이 이루어 진다는 연인산~!





해발 1066m 높이의 이 연인산은 원래
"아홉마지기"라는 옛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연인산 밑에 조 농사를 지을 만한 아홉마지기 정도의 밭이 있었다 해서
"아홉마지기"라고 불렸던 이곳에는 슬픈 전설 하나가 서려있다.





옛날 이곳 화전민 마을에서 숯가마를 하던 청년하나가
김참판 댁 종으로 있는 처녀를 사랑했는데






사랑하는 그 처녀와 혼인하고 싶었던 숯장수 청년이
김참판에게 결혼 허락을 간절히 청하자





그 참판은 청년에게 조 백 가마를 내놓던가
아니면 숯 가마터를 내놓고 떠나야 허락해주겠다고 했단다.





고민하던 청년이 조 백 가마를 마련하기로 하고
연인산 바로 아래의 넓은 공터에 조 밭 아홉마지기를 일구어





수확한 조 백 가마를 들고 김참판에게 달려갔으나
마음 나쁜 김참판이 씌운 역적 모함에 걸려 도망을 쳐야 했고





도망 중에 소식을 수소문해 보니
청년이 역적이라는 말에 처녀가 자살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상심을 한 총각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려
얼레지 꽃으로 환생했다는 슬픈 전설이다.



[계곡 건너기]


4 연인골~용추구곡

4월에 솟아오르기 시작한 연둣빛 새순들이
검푸른 생명력을 뿜어내는 초여름의 숲으로 넘어가기 전



[연인산 신록]


연하디 연한 연 초록 빛 향연을 펼쳐내고 있는 5월
그래서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르고 있나 보다.





임도 삼거리를 지나고 나자
건너야 하는 계곡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기 시작한다.





어떤 계곡에는 천연 징검다리가 놓여져 있기도 했지만
또 어떤 계곡은 신발을 벗어 들고 건너야 하는 곳도 나타난다.





맨발로 건너본 계곡 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뼈 속까지 시려 왔지만 기분만큼은 상큼하기가 그지 없다.





흐르는 계곡의 모양이 용을 닮았다고 하여
용추(龍湫)계곡이라 불리는 이 곳은 가평 8경 중 하나라고 한다.





5. 용추구곡~ 내곡분교

흰 손수건을 담그었다 꺼내면
금방이라도 초록빛 물감이 줄줄 흐를 것 같은 숲길을 따라





이정표 하나를 지나 구비를 돌아서니
문득 푸른 숲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폐교 하나가 나타난다.



[유신시대 표어.. 내곡분교]


폐허가 된 건물 외벽에는 6~70년대의 표어하나가 그대로 남아 있다.
"참다운 새 한국민이 되자 유신과업 수행에 앞장서자"





쉬지 않고 흐르는 역사의 뒤안길에서 만난 한줄기 표어~!
그 것은 시간이 멈추어 있는 역사의 현장이었다.



[물안골 계곡]


6. 내곡분교 ~ 중산리 공무원 휴양소

내곡분교를 지나
멋진 수채화를 그리고 있는 물안골 계곡으로 들어선다.





기암절벽 앞에는 청정옥수가 흐르고

숲 어디선가 계곡 물만큼이나 맑은 새소리가 바람결을 타고 날아든다.





물소리..새소리..바람소리.. 자연의 소리들이 하모니를 이루고 있는 물가에서
무릉도원의 신선처럼 계곡 물에 발을 담그어 본다.





저르르르~ 뼈까지 시려오는 용추계곡의 차가운 느낌이
가슴 속 깊이까지 전해져 온다.





하늘도 파랗고.. 물도 파랗고.. 숲도 파란 용추계곡
문득 이양하 선생의 수필..."신록예찬" 몇 구절이 떠오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사시(四時)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중략>





그 중에도 그 혜택을 가장 아름답게 나타내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萬山)에 녹엽(綠葉)이 싹트는 이 때일 것이다….'

<중략>





이 즈음의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모든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낸다.
<이양하님의 "신록예찬" 중에서....>



[돌 단풍]


공무원휴양소가 있는 중산리 종점에 도착할 무렵
아닌게 아니라 신록이 씻어준 나의 눈은 더 맑아진 듯 했고





신록이 맑게 만들어 놓은 내 머리와 가슴 속은
오월의 햇살을 담은 눈부신 연 초록빛으로 계속 출렁거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