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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찾아서/제주도 주변 섬

제주여행 5편 : 선녀와 나무꾼 2

by 전태공 2017. 2. 6.

제주여행 5편 : 선녀와 나무꾼 2

 

선녀와 나무꾼 테마공원엔 정말 볼거리가 넘치고 또 넘친다.

추억이 서려있는 이런 테마들과 소품들을

어떻게 기획하고 모았는지는 몰라도 감탄의 탄성이 절로 나온다.

♪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

동요가 들려오는 곳에서는 그 시절 동네 공터의 단골손님 ~

리어카 흔들 목마가 꼬마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다.

10분에 100원, 30분에 200원이다.

이번에는 추억의 교실 속으로 들어가 본다.

그 당시에는 국민학교로 불렀던 초등학교 교실이다.

떼 국물이 흐르던 낡은 책상에는 칼로 새긴 낙서들이 참 많았었지~

조개탄을 태우던 난로 위에는 양은 도시락들이 겹겹이 쌓여있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모두 까먹어 버렸던 그 도시락들~

살살 녹았던 그 도시락 맛을 이제 어디에서 다시 맛볼 수 있을까?

도시락 맛을 회상하는 사람들의 표정에 깊은 감회가 서려있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청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열심히 겨루었던

추억의 가을 운동회장을 지나 이제 농업박물관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농업박물관에는 이름도 알 수 없는 온갖 추억의

민속소품들이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다.

비료로 쓰기 위해 화장실 오물을 나르던 거름통도 보이고

들에서 일을 하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만나면

등에 뒤집어썼던 볏집 우비, 도롱이도 있다.

볏단이나 보릿단을 운반할 때 황소 등에 걸쳤던 발채와

옥수수 알갱이를 쉽게 털어내는 옥수수 탈자기도 보이고

추수를 끝낸 농한기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앉아 가마니를 짜는 모습과

농사에 요긴하게 사용하던 삼태기를 짜는 모습도 재현되어 있다.

"물방아 도는 내력"을 콧노래로 흥얼거리며 새끼를 꼬는 모습도 보인다.

♪ 벼슬도 싫다마는 명예도 싫어~ 정든 땅 언덕 위에 초가집 짖고 ♬

♪ 낮이면 밭에 나가 길쌈을 매고~ 밤이면 사랑방에 새끼 꼬면서 ♩

♬ 새들이 우는 속을 알아보련다.♪

온갖 한약재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한약방에선

주인 영감님께서 지금 감초와 계피를 손질하고 있고

오~ 자네 왔는가. 잠시나마 쉬어가시게~

동네 어귀의 주막에 들어선 나그네 앞에 술상이 차려지기도 한다.

이번에는 닥종이 인형전시관으로 들어선다.

한지 원료인 닥종이로 정교하게 만들어 놓은 인형에는

황소가 상품으로 내걸린 천하장사 씨름대회장 모습도 있고

박이 주렁주렁 매달린 초가집 마당에

추수한 벼를 말리는 풍성한 농촌 가을 추수 풍경도 연출되어 있다.

동네 아낙들이 멍석 위에 둘러앉아 김장하는 모습을 뒤로하고

으스스한 도깨비 귀신관을 한바퀴 둘러보고 나와

화산석으로 빚어 놓은 부부 상을 지나니 추억의 내무반이 나타난다.

♪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진짜사나이 곡에 맞추며 위병소를 통과한다.

위장막을 뒤집어 쓴 찝차를 지나 "초전박살"구호가 걸린 막사로 들어서니

내무반 입구에서 일병 계급장을 단 군인 하나가

"충~성~!" 근무 중 이상 무~"를 외치며 전화를 받고 있다.

스테인레스 식판이 놓인 취사반에는 감사의 기도가 걸려있다.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이 음식을 준비해 주신 국민과 부모님~!

 전우들의 정성에 감사드립니다. 잘 먹겠습니다."

샤워장에서는 고참병사로 짐작되는 두 사람이 샤워 중이다.

그 때 그 시절~ 군대시절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는 내무반에서는

졸병 하나가 고참으로부터 원산폭격 기합을 받고 있고

내무반 벽에 걸린 부모님의 위문편지 아래  관물대에는

수통, 반합, 배낭 등~ 군생활 필수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엉겹결에 군에 들어가 시작했던 군 생활이 어쩌면 그리도 길게 느껴졌던지~

눈에 익숙한 내무반 모습에서 흘러가버린 젊은 날의 추억들이 되살아 난다.

가지런히 정돈된 관물대와 모포들~

매일 밤 점호를 치르면서 오와 열을 맞추고 각을 잡아야 했었지~!

호랑이 고참 조교의 그 매섭던 눈망울을 지금도 잊을 수 없지만

그래도 힘들었던 그 시간들이 다시 아련히 그리워지는 것을 보면

"푸시킨"의 시(詩)구절처럼

모든 것은 일순간 지나가 버리나 지나가 버린 것은 역시 그리워지는 법인가 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