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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공의 취미세상/야생화와 텃밭

텃밭 이야기

by 전태공 2011. 12. 19.



텃밭 이야기

놀고 있는 좋은 땅이 있다며 밭이라도 가꾸어 먹으라는 땅주인의 권유에
겁도없이 무조건 그러겠노라고 덜컥 달라붙었던 텃밭이 요즈음 단단히 시어머니 노릇을 하고 있다.




아무 때라도 무조건 심어만 놓으면 지가 다 알아서 자라는 줄 알았던 이런 저런 밭 작물들~!




4월 초순경에 무심코 심었던 고추모는 "아니~ 이렇게 일찍 고추모를 심는 사람도 있나?"라는 소리를
고개를 갸우뚱 거리면서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수도 없이 들어야 했고 




어렵게 구한 강원도 찰옥수수는 또 너무 늦게 씨를 뿌려
껑충 키가 커 있는 다른 사람들의 옥수수 옆에 이제 배시시~ 얼굴만 내민 상태이다.




그리고 그 놈의 풀은 어쩌면 그렇게도 끈질기고 억척스러운지?

 



일주일에 한번 쫒아가 뽑아내고 뽑아내고 또 뽑아내도
뽑아낸 것보다 더 많은 풀들이 뒤만 돌아서면 쑥쑥~ 자라나고 있다. 




그리고 그 벌레라는 놈들은 또 얼마나 억척스러운가? 무공해채소를 먹어보자며
아무런 농약도 비료도 쓰지 않았던 얼갈이 배추 잎에는 벌레 구멍들이 슝슝슝 은하수처럼 뚤려 있다.




하긴 뭐 벌레들이 먹고 남은 것들만 뜯어다 먹으면 되지 뭐~
하고 마음을 비워보지만 남아 있는 것이 얼마 안되어 보인다.




그래도 허허로웠던 빈 땅에 가득 푸릇푸릇 심어져있는 밭작물들이
5월의 신록만큼이나 푸르고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니 이것이 바로 텃밭을 가꾸는 재미가 아니겠는가~!




또한 앞으로는 절대 채소 값을 일원 한 푼도 깍지 말아야겠다는 결심까지 섰으니
이보더 더큰 소득이 어디 있겠는가~! 




바람이 굴러가고 있는 텃밭 위로 뻐꾹새 소리가 뻐꾹~뻐꾹 날아와 앉고 있다.
 
<끝> 



텃밭주변 스켓치 [詩] 
             <작자는 잘 모릅니다.>

감꽃 필 때 올콩 심고
감꽃 질 때
메주콩 심으라 했다던가





엊그제
비 오시는 날
텃밭에 콩을 심다.

엄니는 밭머리에서 참견하시고
초보농군의 서투른 호미질
빗속에서 바쁘다.





알곡은 세 알을 심어야 하는 법.
한 알은 날짐승이 먹고
또 한 알은 들짐승과 나눠먹고

나머지 한 알로 싹을 틔워
사람이 먹으라고 세 알을 심으란다.





새벽운동을 마치며 올라오는 텃밭머리
까치가 파먹다 날아가고
비들기가 빼먹다 날아간다.

멀찌기 텃밭머리에서 비켜 앉다.

고요한
아침
먼 산에서 아침 뻐꾸기 울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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