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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찾아서/경상남도 섬

거제 지심도(只心島)여행

by 전태공 2012. 11. 16.

거제 지심도(只心島)여행

 

 

○ 거가대교를 지나

 

 

섬을 찾아 여행을 떠날 때면 가슴부터 먼저 설레기 시작한다.

 

망망대해에 떠있는 그 많고 많은 섬들 중에~

아직 가보지 못한 섬, 또 하나를 새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가거대교 홍보관]

 

 

거제도에 딸린 작은 섬~ 지심도와 장사도를 찾아가는 여행 또한 그랬다.

지심도와 장사도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줄까?

 

 

[해저터널 입구]

 

 

KTX 밀양 역 앞에서 올라탄 버스는 거제 지심도로 가기 위해 부산외곽을 돌아

거제도와 가덕도 사이 바다 밑에 놓여진 해저터널부터 들어선다.

 

 

[해저터널 내부]

 

 

이 터널은 미리 육지에서 만든 터널 구조물을 깊은 바다 속에 침몰시켜

서로 연결해가는 식의 침매공법으로 건설했다는데

 

 

 

 

한 개의 길이가 180m에 무게 또한 4만 5천톤이나 나가는

엄청난 크기의 직사각형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 18개를~

 

 

 

 

최대수심 48m 깊이의 바다 밑에 빠트린 후 서로 연결해 만든 터널이라고 한다.

 

 

[가거대교 단면도]

 

 

가덕도와 대죽도 사이 해저에 뚫린 길이 3.7㎞의 터널을 빠져 나오니

두 개의 사장교가 연속으로 나타난다. 이 다리가 바로 그 유명한 가거대교다.

 

 

[가거대교]

 

 

그 동안 부산에서 거제도를 가려면 약140㎞를 돌아 가야했지만

해저터널과 가거대교로 이어진 이 길이 생기면서 이제 60㎞로 확 줄었다.

 

 

[단축도로도]

 

 

현대 토목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찬탄을 금할 수 없으면서도

승용차 한대에 만원씩 받는 통행료가 따끔하다는 생각은 감출 수가 없다.

 

 

[가거대교 조감도]

 

 

○ 거제도 장승포 항

 

 

동해에 고래잡이 항으로 유명한 장생포항이 있다면

거제도에도 이름이 비슷한 항구, 장승포항이 있다.

 

 

[장승포 항]

 

 

지심도(只心島)로 가기 위해 들어선 장승포항 여기저기에는

한참 꼬들꼬들~ 마르고 있는 오징어들과 생선들이 줄지어 널려있다.

 

 

[건조 중인 오징어]

 

 

장승포항과 지심도 간을 하루에 다섯 번 오간다는 유람선~

 

 

 

 

뱃길로 15분~20분 정도면 들어간다는 유람선 요금은

어른 기준으로 한 사람당 왕복 12,000원을 받고 있다.

 

 

[지심도행 도선 시간표]

 

 

○ 지심도(只心島)

 

 

오후 2시반경~ 장승포항을 떠난 유람선이 항구를 벗어나자

거친 파도가 유람선을 바이킹 놀이기구처럼 흔들어 놓는다.

 

 

 

 

주말에 비를 뿌리기 위해 다가온 저기압이 몰고온 돌풍 때문인 듯하다.

 

15분여의 항해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질 정도로 격랑속에서 곡예를 부리던 유람선이

지심도 선착장에 기우뚱~기우뚱~ 가까스로 접안을 한다.

 

 

[지심도 휴게소]

 

 

지심도 선착장 앞에는 둥근 휴게소 건물하나가 외롭게 서있다.

살짝 오르막을 이룬 비탈길을 올라 울울창창 우거진 동백 숲으로 들어선다.

 

 

 

 

남해안 일대에 널려있다는 동백나무 군락지 가운데

동백나무 수령이 가장 오래되고 숲의 조밀도 또한 최고로 친다는 지심도~!

 

그래서 지심도 앞에는 늘 동백 섬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지심도 동백나무 길]

 

 

한낮인데도 어두컴컴한 동백 숲 터널을 지나

지심도 자가발전소 앞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니 "마끝"이 나타난다.

 

 

[지심도 발전소 앞]

 

 

지심도 서쪽 끝의 해안 바위절벽을 뜻한다는 "마끝"~!

 

맑은 날에는 멀리 대마도까지 보인다는데 지금은 옅은 해무 때문에 

병풍처럼 늘어선 주변의 기암절벽만 눈에 들어온다.

 

 

[지심도 마끝]

 

 

쪽빛바다 위에 외롭게 떠있는 작은 섬 지심도~

 

지심도는 그 길이가 2km에 폭은 500m 정도되는 작은 섬으로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해봐야 해발 97m 밖에 안되는 섬이다.

 

 

 

 

늦가을인데도 아직 한여름의 신록이 남아있는 푸른 숲길을 가로지르니

지심도 비행장터라는 제법 넓은 공터 하나가 나타난다.

 

 

[지심도 비행장 터]

 

 

비행장터 아래 바다에서는 작은 동력선 한 척이

제 몸보다 몇 배나 큰 바지선을 위풍당당하게 예인해가고 있다.

 

 

 

 

지심도 곳곳에 세워진 이정표에는 붉은 동백꽃과 동박새가 그려져 있다. 

무척 운치가 있고 예뻐 보인다.

 

 

[지심도 이정표]

 

 

동백터널을 가리키고 있는 이정표를 따라가니

아닌게 아니라 둥근 터널을 이룬 동백 숲이 미로처럼 펼쳐져 온다.

 

 

[동백 터널]

 

 

50년쯤 된 동백나무도 그 굵기는 어른 팔뚝 정도밖에 안된다는데

직경 3~40센치 이상 되어 보이는 저 동백나무들의 연륜은 도대체 얼마나 된 것일까?

 

 

 

 

하늘을 빽뻭하게 가린 동백나무 숲 여기저기에는

일제시대~ 일본군들이 만들었다는 군사시설 잔해들도 널려있다.

 

 

[서치라이트 보관소 설명문]

 

 

일본군 대포의 발사방향을 알려주는 방향지시석도 보이고

서치라이트(탐조등) 보관소와 일본기 게양대 기초석도 남아있다.

 

 

[일본군 포사격 방향지시석]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들이 지심도 주민들을 모두 쫓아낸 후

섬 곳곳에 포진지와 탄약고를 지은 후 일본 해군기지로 사용했다는데~

 

 

[일본기 게양대 기초석]

 

 

그런 연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금도 이 섬의 전체 소유권을 국방부가 가지고 있고

지심도 안에 국방과학연구소 건물을 운용하고 있는 중이란다.

 

 

 

 

섬 산책로가 끝나는 돌출부 지점에 기암괴석의 해식절벽이 나타난다.

이정표에는 "그대 발길 돌리는 곳"이라고 쓰여있다.

 

 

[지심도 끝, 해안전망대]

 

 

해식절벽 끝에는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해안전망대도 설치되어 있다.

더이상 갈 곳이 없는 이 곳에서 이제 발길을 돌려야 한다.

 

 

 

 

오른쪽 저 멀리로 조금 전에 다녀왔던 "마끝" 주변의 갯바위들이 보인다.

그러니까 지심도는 "마끝"에서 이곳까지가 처음과 끝인 셈이다.

 

 

 

 

계속 밀려드는 거센 파도가 갯바위를 때리며 하얀 포말을 흩뿌리고 있다.

해안전망대에서 바라본 주변 풍광 모두가 다 실경산수화다.

 

 

 

 

이 섬의 지명유래를 보면 오래 전, 지사도(知士島)라 했고

또 나무가 숲을 이룬 섬이라 하여 지삼도(只森島)로 부르다가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섬 모양이 마음 심(心)자를 닮았다 해서

지심도(只心島)라는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공원순찰 오토바이]

 

 

찌리리리~찌루루루~

어디선가 옥 구슬 구르는 듯한 청아한 새소리가 들려온다.

 

동백나무 숲에 사는 동박새 소리 같다.

 

 

 

 

지심도에는 동박새와 직박구리 등 많은 종류의 새들이 살고 있고

 

 

 

 

또한 희귀 종인 거제 풍란을 비롯해 후박나무, 소나무 등

많은 종류의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는데 그중 동백이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단다.

 

 

 

 

동백나무 숲 한쪽에는 굵고 푸른 대나무들이 바글바글 모여

하늘을 찌를 듯이 쑤욱~쑤욱~ 솟아올라 있다.

 

 

 

 

섬 안에 살고 있다는 10여가구의 섬마을 주민들은

주로 밭농사와 유자 재배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낚시꾼들이 많이 찾아들면서 거의 모든 집에서 민박을 하고 있단다.

 

 

[일본군 전등소 소장 관사]

 

 

지심도 중간 쯤의 동네 어귀에 고풍스러운 커피 집 하나가 나타난다.

 

특이하게 생긴 이 건물은 일제시절~

발전기를 관리하던 일본군 전등소(電燈所)소장이 쓰던 관사라고 한다.

 

 

 

 

지심도를 한바퀴 돌아온 길은 어느새 다시 선착장으로 원점회귀하고 있다.

 

선착장 앞 바다에는 팔뚝만한 숭어 떼 수십마리가

무리를 지어 어슬렁어슬렁~ 유영하고 있다. 정말 장관이다.

 

 

[지심도 앞 바다 숭어 떼]

 

 

처음 만나본 지심도는 떼묻지 않은 동화 속 세상같으면서도

순박한 촌색시마냥 다소곳해 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지심도 약도]

 

 

가보지 않은 섬을 새로 찾아 갈 때의 가슴은 늘 설레지만

처음 만난 섬을 다시 떠나올 때의 마음에는 항상 아쉬움만 가득 남는다.

 

 

 

 

매년 11월부터 피기 시작한다는 동백꽃이 절정을 이루다가

후두둑 떨어진 동백꽃이 붉은 양탄자처럼 깔린다는 3월 중순쯤~

 

 

[지심도 휴게소 내에 걸린 그림... 동백꽃이 졌을 때의 모습]

 

 

다시 한번 더 지심도 동백꽃 터널을 꼭 찾아와야 할 것만 같다.

작지만 매력이 넘쳤던 지심도야~ 아듀~ 다음에 또 만나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