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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및 해외여행기/2013년도

곰배령의 겨울~!

by 전태공 2013. 1. 3.

곰배령의 겨울

○ 기린면 진동리로

 

 

곰배령~! 곰배령은 그 이름부터 괜시리 친근감이 드는 곳이다.

그 곰배령을 만나려면 먼저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를 찾아 들어가야 한다.

 

 

 

 

동홍천I/C를 빠져 나와 인제방향 44번 국도를 달리다가

철정검문소에서 현리방향으로 우회전~

 

 

[설피밭 눈길을 따라]

 

 

상남을 지난 조침령터널 앞에서 비포장도로로 올라선 버스는

더 이상 미끄러운 눈길을 가지 못하고 미끌미끌~ 그 자리에 멈추고 만다.

 

 

[제설장비]

 

 

주차장까지는 아직 조금 더 가야하지만 그냥 내려 눈길을 걷기로 한다.

설피(雪皮)없이는 걷기가 힘들다는 강원도 오지답게 쌓인 눈이 푸짐하다.

 

 

 

 

설피대신에 아이젠과 스패츠로 채비를 하고 15분여를 덤으로 걸으니

곰배령과 단목령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주차장이 나타난다.

 

 

 

 

왼쪽으로 5킬로 정도를 더 들어가면

곰이 배를 하늘로 향하여 누워있는 형상의 곰배령을 만날 수 있고

 

 

 

 

오른쪽으로 1.5킬로를 더 오르면 은박달나무가 많아서

이름을 얻었다는 단목령을 만날 수 있는 삼거리란다.

 

 

 

 

○ 생태관리센터~강선마을

 

 

주차장을 지나 "점봉산 생태관리센터" 건물 앞에 잠시 걸음을 멈춘다.

이곳에서 인터넷으로 신청한 사람을 신분증으로 확인 후 출입허가증을 내준다.

 

 

[생태관리센터]

 

 

설악산국립공원에 속한 점봉산 일대는 천연 원시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그 동안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하다가 지난 2009년 22년 만에 개방된 이래~

 

 

 

 

곰배령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하루 탐방객 수를 200명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배령으로 이어진 산길은 온 천지가 하얀 눈으로 덮여있다.

산길을 따라 흐르는 진동계곡 물 또한 꽁꽁 얼어 있다.

 

 

 

 

얼음 아래를 흐르는 진동계곡의 맑은 물이

얼음판 여기저기에 온갖 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나무 잎사귀 모양]

 

 

활엽수 나무 잎사귀랑 물 속을 유영하는 뱀장어 모습을 그려놓은 것을 보면

얼음아래를 흐르는 계곡 물이 벌써부터 봄을 재촉하는 듯 하다.

 

 

[유영하는 뱀장어 모양]

 

 

봄부터 가을까지 모양과 빛깔이 형형색색인 온갖 들꽃들이

지천(地天)을 이룬다는 곰배령 야생화들은 지금 모두 눈 속에 묻혀 있다.

 

 

 

 

하얀 눈 속에서 동면하고 있다가 멀지 않은 봄 날~

해맑은 꽃잎을 배시시 내밀 야생화들이 행여 얼지 않았을까 걱정도 된다.

 

 

 

 

○ 강선마을

 

 

생태관리센터에서 1.7킬로 정도 들어온 곳에 산골마을 하나가 나타난다.

곰배령 들 머리를 지키고 있는 강선마을이다.

 

 

 

 

점봉산 주변 오지 중에 오지였다는 이곳 강선마을에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화전민 등 원주민 9가구가 살았다는데~

 

 

[강선마을 팬션 이정표]

 

 

지금은 마을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펜션들이 제법 들어서 있다.

 

 

[강선마을 편백 숲]

 

 

울울창창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빽빽한 편백나무 숲을 지나니

 

 

 

 

한 무더기 매달려 있는 앙증맞은 황태 덕장하나가 나타난다.

탱글탱글 얼어있는 황태 너머로 산골집 하나가 숨을 죽이고 업드려 있다.

 

 

[황태]

 

 

KBS TV "인간극장"에 나왔다는 주인공으로

이곳 강선마을에서는 가장 젊은 부부가 사는 집이란다.

 

 

 

 

강선마을에서 곰배령 정상까지 이제 3.7킬로 정도가 남아있다.

걸어서 1시간정도면 닿을 수 있는 거리다.

 

 

[제2초소]

 

 

○ 제2초소에서 쉼터까지

 

 

전국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곳답게

"곰배령"으로 이어진 산 자락에는 6~70센치 이상의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다.

 

 

 

 

생태관리센터에서 발급한 출입허가증을 한번 더 확인하는

곰배령 제2초소 앞에도 꽁꽁 언 황태들이 줄지어 매달려있다.

 

 

 

 

곰배령까지 2.8킬로 남아있음을 알려주는 이정표 하나를 지난다.

그러니까 생태관리센터에서 2.2킬로를 들어온 셈이다.

 

 

 

 

하얀 눈밭을 따라 밭고랑같은 외줄기 길이 실개천처럼 흐르고 있다.

잔뜩 흐려있던 하늘에서 부실부실~ 가루 눈을 뿌리기 시작한다.

 

 

 

 

눈이 많은 이 지역에서는 한번 폭설이 내렸다하면

마을을 고립시킬 정도로 엄청나게 쏟아진다는데 그 눈은 4월까지도 녹지 않는단다.

 

 

[쉼터부근 이정표]

 

 

완만한 오르막을 가루 눈을 맞아가며 곰배령을 향해 오른다.

곰배령이 1.3킬로정도 남은 지점에서 작은 쉼 터 하나를 만난다.

 

 

 

 

○ 쉼터에서 곰배령까지

 

 

쉼 터 나무 의자에 잠시 앉아 유자차 한잔을 마신다.

가슴 속 깊이까지 따사로워지는 느낌이 잔잔한 즐거움으로 전해진다.

 

 

 

 

길섶으로 키가 작은 구상나무들이 하나 둘 나타난다.

눈을 머리에 인 모습이 자연 그대로 만들어진 크리스마스 트리같다.

 

 

 

 

구상나무 군락지를 지날 무렵 싸라기 눈은 함박눈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함박눈]

 

 

곰배령 눈길을 걷다가 하늘에서 내리는 함박눈을 만나니

마음은 어느새 해맑은 동심으로 돌아가 있다.

 

"♬ 펄~펄~ 눈이옵니다~ 하늘에서 눈이옵니다~♪"

 

 

[설화와 상고대]

 

 

고도가 조금씩 높아지면서 곰배령 겨울나무 가지에

하얗게 피어오른 상고대들이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소월 시 "산유화"만큼이나 곰배령에는 4계절 내내 꽃이 핀다.

 

 

 

 

봄, 여름, 가을에는 온갖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고

한겨울에는 나무가지들이 눈꽃, 설화(雪花)를 하얗게 피운다.

 

 

 

 

눈에 보이는 나무 가지마다 하얀 상고대가 흐드러져 있다.

어느 틈에 온 천지가 하얀 동화의 세계로 변해 있다.

 

 

 

 

아~ 참 아름다워라~!

눈 앞에 펼쳐지는 설경이 숨을 칵칵 막히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오른 이 황홀경을 누가 빚어 놓았을까?

하나님의 위대함에 감탄의 탄성이 저절로 쏟아진다.

 

 

 

 

○ 곰배령의 눈꽃

 

 

드디어 해발 1,164m의 곰배령 설원이

동화의 세계처럼 하얀 모습으로 눈 앞에 쫘악~ 펼쳐져 온다.

 

 

 

 

온 세상이 하얗다. 새하얀 눈으로 덮여있는 곰배령엔

살을 에는 듯한 칼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곰배령 정상의 설원]

 

 

곰배령은 해발 천 미터가 넘는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그러나 산(山)은 아니다.

대관령이나 운두령처럼 그저 높은 하나의 언덕일 뿐이다.

 

 

[곰배령 데크 길]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는 곰배령 정상에는 뽀얀 운무가 안개처럼 깔려있다.

 

곰배령 건너편으로 설악준령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는데

짙은 운무로 오늘은 눈에 뵈는 것이 별로 없는 오리무중이다.

 

 

 

 

곰배령 정상에 놓여진 데크 산책로 끝에는

두개의 장승~ 산림대장군과 산림여장군이 보초를 서고 있다.

 

 

[곰배령 장승]

 

 

장승이 서있는 방향으로 오르면 "점봉산"으로 이어지고

반대방향으로 오르면 "호랑이 코빼기봉"과 "가칠봉"을 만날 수 있다는데

 

생태보호때문에 곰배령 데크길을 벗어나 더 이상 오를 수는 없다.

 

 

 

 

○ 아듀~ 곰배령~!

 

 

한반도의 등뼈 백두대간이 설악산 준령을 타고 점봉산을 넘어오다

가칠봉으로 오르는 중턱 마루쯤에 만들어 놓은 고개가 곰배령이다.

 

 

 

 

봄부터 늦여름까지 온갖 종류의 희귀한 야생화를 피우고

가을이면 단풍까지 황홀하게 물들어 "천상의 화원"으로 부른다는 곰배령~!

 

 

[곰배령 상고대]

 

 

봄, 여름, 가을에는 야생화가 흐드러지고

엄동설한 한겨울에는 눈꽃과 상고대가 피어오르는 곰배령은~

 

 

 

 

그러나 결코 웅장하거나 화려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수수하고 소박한 아름다움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어느 누군가의 표현처럼 "화장하지 않은 맨 얼굴의 수수하고 맑은 아가씨 모습"

 

바로 그 모습이 곰배령의 진면목 같다.

신록이 움트는 5월에 다시 한번 곰배령을 만나보리라~!

 

 

<끝>

 

 

■ 곰배령 출입 신청

 

- 점봉산 산림생태관리소 : 033-463-8166

- 인터넷 예약 : http://www.fores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