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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공의 글사랑/살며 생각하며

내가 쓰고 있는 감투들

by 전태공 2012. 1. 12.

 

내가 쓰고 있는 감투들[2006년 4월]

집을 나서 전철역 입구를 막 들어서려는데 왠 낯선 사람 하나가 꾸벅 인사를 하면서 명함하나를 내민다.
이번 지방선거에 구청장 후보로 나올 무슨무슨당 후보 아무개라면서 잘 좀 부탁한단다. 

평소엔 콧구멍도 안비치다가 
어느 날 문득 나타나 배시시~ 기생웃음을 흘리며 굽신거리는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는 것을 보니 이제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긴 다가온 모양이다. 

 



 

요즈음 정치인들이 정치하는 모습을 보면 어느 구석하나 맘에 드는 것이 없어 정치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꽁~하고 꼴밤이라도 한 대 때려주고 싶은 그런 기분이지만 그럴 수도 없고 혼자 궁시렁 궁시렁거리다가 살펴본 명함에는 깨알같은 글씨로 이런저런 경력들과 거창한 감투이름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무슨무슨 대학교 졸업에 
무슨무슨 명예박사를 취득했고 무슨무슨 협회 부총재에 무슨무슨지역 범죄예방위원~
무슨 무슨 운동본부 위원장에 무슨 무슨 운동연합 지회장 등등등, 우와~ 정말 참으로 거룩하고 훌륭한 분이신 것 같다.

 

 



 

무슨 재주가 그렇게 많아 그런 감투들을 푸짐하게 쓰고 있을까? 이그~ 그런데 남들이 저렇게 어마어마한 감투를 쓰고 있는 동안에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왔지? 허송세월을 보내버린 것 같은 내자신이 문득 한없이 작아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순간~!
아냐~ 내가 쓰고 있는 감투도 얼마나 많은데 ~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닌게아니라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감투도 장난이 아니다. 

 

 



 

전국 저수지 및 수로에 대한 민물고기 분포도 조사 및 어류생태계 연구 위원~(민물 낚시꾼)
천안전씨 삼재공파 제59대 족보 계승 무형문화재~! (천안 전씨 59대 장손)

숨쉬기 운동본부 평생위원~!
(아직 살아있으니)
무슨무슨 아파트 몇 동 몇 호 청소년 장학회장~! (두 아들 학비를 대주고 있으니)

 

 



 

전국 명승고적 및 유명산에 대한 답사 및 환경보호 위원~! (여행과 등산 취미)
와~ 그러고 보니 내가 쓰고 있는 감투 또한 많기도 많다. 

어디 그 것 뿐이랴~! 
한 가정의 가장에 직장에서는 부하의 상사에 상사의 부하이기도 하고
친구의 친구역할까지 하고 있으니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을만큼 내가 쓰고 있는 감투들이 무진장 많다. 

이 정도의 경력이면 나또한 어디~ 지방의원이라도 한번 출마해봐도 꿀리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