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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내금강

내금강 여행기 ⑥ 마지막 편 [해금강과 삼일포]

by 전태공 2016. 1. 2.

내금강 여행기 ⑥ 마지막 편 [해금강과 삼일포]

 

 

○ 금강산 관광 마지막 날

 

 

금강산을 떠나야 하는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에구~ 그런데 창밖을 보니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다.

 

어제 내금강을 누비던 때만 해도 날씨가 청명했는데 비가 내리다니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변한다는 금강산의 변화무쌍한 날씨가 실감 난다.

 

 

[삼일포약도]

 

 

오늘은 오전에 만물상이나 구룡연, 해금강 코스 중 하나를 선택관광 한 후

점심식사 후 휴전선을 다시 넘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다.

 

속마음으로는 지난번 왔을 때 둘러보고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던

만물상을 다시 한 번 더 오르고 싶었지만

 

산에 짙은 운무가 끼어있고 비까지 내리고 있어 해금강코스를 선택한다.

 

 

 

[지난번 만났던 만물상 길목]

 

 

○ 처음 만나본 해금강

 

 

그 동안 사진으로만 접해 보았을 뿐인 해금강을

난생 처음, 직접 만나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고 두근거린다.

 

 

[해금강 초입]

 

 

하나에 3달라씩 하는 우의 하나씩을 사들고 올라탄 버스가

해금강을 향해 출발한 시간은 아침 8시 경

 

길게 늘어선 10여대의 해금강행 버스들은

앞뒤로 북측 차량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비속을 어슬렁거리며 달린다.

 

 

[해금강 관광로 안내도]

 

 

추적추적 내리는 비속에서도 버스가 지나는 도로 옆에는 어김없이

붉은 기를 든 북한 군인들이 듬성듬성 서서 버스를 째려보고 있다.

 

북한 마을 온정리를 지난 버스가 삼일포 입구를 지나

해금강 쪽으로 방향을 틀 무렵 거짓말처럼 비가 개이기 시작한다.

 

바다의 금강산이라는 해금강으로 가기 위해서는 북측 민통선을 넘어야 한다.

 

 

[해금강 돌섬]

 

 

인민군들이 삼엄하게 경계를 펼치고 있는 민통선을 지나자

멀리 동해 바다가 눈에 들어오면서 금방 해금강 입구가 나타난다.

 

해금강 바닷가에는 콘크리트 정자하나가 서있고

정자 바로 앞에는 해송을 머리에 인 기암절벽 바위섬 하나가 불뚝 서 있다.

 

 

[해금강으로 내려가는 길]

 

 

그 섬이 바로 "바다의 만물상"으로 불리는 섬이란다.

북한 안내원하나가 정자에 오르더니 해금강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남조선 동포여러분~ 여기가 바로 바다의 금강산, 해금강입네다.

 요 앞에 보이는 바위섬이 "해 만물상"이디요.

 

 

[해 만물상]

 

 

그런데 저쪽 방향으로는 절대 사진을 찍으시면 안됩네다."

안내원동무가 사진 찍지 말라고 가리킨 방향에는 멀리 해안포대 같은 것이 보였다.

 

 

 

 

 

휴전선 가까운 곳이라서 그런지 해금강 지역은 아직 극히 일부만 개방되어 있다.

 

그래도 바다의 금강산이라는 해금강은 그 이름답게

바다와 바위섬, 기암절벽과 해송 등이 잘 어우러져 아름다운 절경을 뽐내고 있다.

 

 

[총석정 그림]

 

 

혹시 만나볼 수 있으려나 기대를 했던 총석정의 층층바위들은

아직 개방을 안한 탓에 구경할 수 없지만

 

 

 

 

오래 전, 남쪽 통일 전망대에서 멀리 가물가물 보이는 북쪽을 가리키며

 

저기가 해금강이 있는 곳이라며 아쉬워했던 바로 그 자리에

지금 내가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찬 감동이 소용돌이쳐 온다.

 

 

[해금강]

 

 

○ 북한 안내원 동무와의 대화

 

 

가슴에 붉은 흉장을 단 북측 남자 안내원 동무하나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목에 걸고 있던 내 관광증을 보고 나서는 웃는 얼굴로 말을 걸어온다.

 

 

[해금강 앞 바다]

 

 

"전 선생님께서는 어디서 오셨습네까?"

"아~ 네 저는 서울에서 왔습니다."

 

"아~ 그러십네까? 서울에서는 요즈음 촛불시위가 대단하두만요?"

 

 

 

 

"아니~ 안내원동무께서 어떻게 그 것을 아십니까?"

"우리 평양방송 뉴스에 시간마다 자세히 나오고 있어 잘 알고 있습네다. "

 

"미제 소고기 때문에 서울이 정말 난리두만요.

 전 선생님께서도 정말 근심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

 

 

[해금강 앞 바다]

 

 

북한 안내원과 대화할 때 잘못하면 예민한 문제에 말려들 수 있으니 특히 조심해야 하며

거북스러운 문제에 대해서는 가능한 대꾸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지금 안내원동무가 근심걱정이 많겠다고 한 말에

그냥 침묵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아니 꼭 대답을 해야 했고~대답을 하고 싶었다.

 

 

[해금강(자료사진)]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는 촛불시위를 보고 동무께서는 걱정이 많이 되는 모양입네다. "

 

"안내원동무가 보기에 요즈음 남조선에 금방 인민봉기라도 일어나

 폭삭 무너질 것같이 보이지요? 그러나 우리는 그런 것 전혀 근심걱정하지 않습니다. "

 

"그런 일은 전혀 없을테니까요. 북측 표현을 빌리자면.. 일 없습네다~!"

 

 

[해금강 해안]

 

 

"금강산 호텔로 들어가는 길목에 ?"우리식대로 살자~!"라는 북측 플래카드가 걸려있던데

 

 북측은 북측대로 북조선식으로 살아가는 방식이 있듯이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있습니다."

 

"남조선 국민들은 혹시 정부가 정치를 잘못하면 이런 저런 방법으로

 자기 의견을 주장하며 정부에게 잘못된 것을 고치라고 요구를 하지요."

 

 

 

 

"촛불도 그런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저렇게 금방이라도 망할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조용해지면서 나라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로 우리 남조선방식이거든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요. 안내원동무~!"

 

잿빛 비구름으로 가득한 하늘에서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았지만

버스가 삼일포에 도착할 때까지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삼일포 관광로 안내판]

 

 

○ 다시 만난 삼일포(三日浦)

 

 

삼일포로 들어가는 초입에는 여전히 늘어진 낙락장송들이 멋진 수묵화를 그리고 있다.

 

관동 8경 중 하나인 삼일포는 이미 지난번에 한 바퀴 둘러본 곳이긴 하지만

해금강 코스에 덤으로 끼어있어 고맙게도 다시 한 번 더 구경해볼 수 있게 되었다.

 

 

[삼일포 입구 금강송]

 

 

동해 바다에 툭~ 튀어나온 해안선의 작은 만이었다가

강이 밀고 온 토사가 만의 입구를 막아버리면서 호수로 변했다는 삼일포

 

옛날 어떤 임금님께서 하루일정으로 유람을 왔다가

경치가 너무 좋아 3일 동안을 머물고 갔다고 해서 삼일포라고 했다던가~!

 

 

[삼일포의 섬]

 

 

두 번 째로 만나 본 삼일포였지만 아름다운 경치는 그 모습 그대로다.

 

단풍관을 지나 호수가로 나있는 반달형 호반 길을 걷다가 만난 북측 좌판에서

3달라짜리 북한 막걸리 몇 병을 사서 맛을 보았다.

 

새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북한 막걸리의 단맛은 감미롭기만 하다.

 

 

[삼일포 연화대]

 

 

막걸리에 취해 삼일포의 절경에 취해 바위계단을 오르니

 

건너편 산봉우리에 서있는 연화대의 모습이 보였고 연화대 아래 바위에 새겨진

"우리나라 사회주의제도 만세~!"라는 구호도 눈에 들어온다.

 

 

[삼일포 약도]

 

 

봉래 양사언 선생이 삼일포 풍경을 찬탄했다는 봉래대에 올라서니

 

멀리 생김새가 마치 누운 소와 같다는 와우섬(臥牛島)이랑

네 명의 신선들이 놀고 갔다는 사선정이 아스라이 눈에 들어온다.

 

 

[장군대로 건너가는 구름다리]

 

 

봉래대 바위 위에서 북측 여자 안내원 동무 하나가 열심히 삼일포를 설명하고 있었지만

지난번에 이미 들었던 내용이라 그냥 장군대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민중의 기, 붉은 기는 전사의 시체를 싼다.♬로 시작되는

섬뜩한 내용의 적기가가 새겨진 바위를 지나 호수 위에 걸려있는 구름다리를 건넌다.

 

 

[김정숙 녀사의 칭송 글]

 

 

구름다리 건너편, 장군대 위에 올라 삼일포를 다시 뒤돌아보니

아름다운 호수풍광과 함께 건너편바위에 새겨진 김정숙여사에 대한 글발도 눈에 들어온다.

 

"위대한 김일성 동지의 가장 충직한 전사이시었던

 김정숙녀사의 혁명위훈은 영생불멸하리라~!"

 

 

[삼일포 사선대]

 

 

○ 다시 남으로

 

 

점심식사를 마친 오후 1시경, 드디어 온정각을 떠나 월남을 하기 시작한다.

입북할 때와는 역순으로 북측 출입사무소에 도착 조 별, 번호순으로 서서 순서를 기다린다.

 

아름다운 내금강을 누비며 찬탄을 금치 못했던 초록빛 마음은

카키색 군복을 입은 인민군들의 무뚝뚝한 표정에 긴장된 회색빛 마음으로 변하고 만다.

 

 

[만물상 그림]

 

 

북에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죄 지은 것도 없으면서 괜시리 죄 지은 사람처럼

쭈삣쭈삣 수속을 마치고 나니 휴~ 또 다시.. 긴 한숨이 터져 나온다.

 

북방한계선을 지난 버스가 비무장지대와 남방한계선을 넘으니

통문 앞에 서 있던 우리 군인하나가 활짝 웃는 얼굴로 반갑게 손을 흔들어 준다.

 

 

[보덕암과 향로봉]

 

 

순간~!! 와~ 우리 군인이다~! 하는 환호성과 함께 이심전심의 마음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되어 터져 나온다.

 

우리 군인의 얼굴은 벌써 때깔부터가 틀리다며

모두들 환하게 웃으며 내 아들처럼 반가워하기도 한다.

 

 

 

 

얼떨결에 월북을 하여~ 2박 3일 동안 금강산에 잠깐 머물다 왔을 뿐인데도

이처럼 우리 땅, 우리 군인이 반가운 것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북녘 땅에서의 크고 작은 통제들이

얼마나 나를 움추리게 했고 부자유스럽게 했는지

 

상대적으로 무겁게 느껴졌던 그 통제의 크기가

정말 보덕암 앞에 우뚝 솟아있던 향로봉만큼이나 크긴 컸었나 보다.

 

 

 

 

아무튼 내금강아~! 너의 모습을 이번에 일부만 만나고 간다.

앞으로 너의 속살까지 전부를 만날 날이 있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으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