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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및 해외여행기/2012년도

달 동네 박물관

by 전태공 2013. 3. 21.

달 동네 박물관

 

 

세상에는 별별 종류의 박물관들이 있다고 하지만

인천 수도국산에는 달 동네 박물관이라는 색다른 박물관이 있다.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

 

 

국철 1호선 "동인천역" 4번 출구를 빠져 나와 큰 길을 건너

"송현시장" 쪽으로 3~400m쯤 오르막을 오르면 이 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인천 동구지역의 근 현대 서민 생활상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는 달 동네박물관은 아담하면서도 아기자기하다.

 

 

 

 

일제 시절 나지막한 이곳 언덕에 수도국에서 관리하는

지하 물탱크가 있어 수도국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 지역은

 

 

 

 

3,000여 가구의 가난한 영세민들이 얼기설기 판자집을 짓고

어렵게 살던 인천의 대표적인 달 동네였는데~

 

 

[달동네 부엌]

 

 

지금은 현대식 아파트들이 우후죽순 솟아 있어

달 동네 흔적이라고는 이곳 박물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상전벽해로 변화된 모습에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빨간마후라 영화포스터]

 

 

그 때 그 시절~ 인기가 좋았던 "빨간 마후라" 영화 포스터를 지나

입장료 500원을 내고 달 동네 박물관으로 들어선다.

 

 

 

 

루핑 또는 석지붕에 나무 판자로 벽을 둘러친

엉성한 달 동네 오두막들이 골목 양쪽에 줄지어 늘어서 있다.

 

 

 

 

꼬불거리는 골목길을 따라

털털털털~ 솜을 타고 있는 "은율 솜틀집"도 보이고

 

 

[달동네 이발관]

 

 

하얀 가운을 걸친 이발사가 손님 머리를 다듬고 있는

"대지 이발관"도 눈에 들어온다.

 

길 건너에는 연탄가게와 나란히 붙은 "송현상회"도 보인다.

 

 

[달동네 사람들의 부업 "성냥갑 만들기"]

 

 

송현상회 천장에는 미원 봉지가 주렁주렁 매달려있고

선반에는 명주실 뭉치와

 

 

[송현상회 진열대]

 

 

달 동네의 필수품인 4각 성냥과 양초도 진열되어 있다.

 

 

 

 

또한 서민들의 애호 품이던 꽁치통조림과 삼양 쇠고기라면

진로소주와 오비맥주 등, 구멍가게스러운 상품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담배가게]

 

 

구멍가게 옆에는 그 시절에 유명했던 종합 영양제

"에비오제" 광고가 붙은 담배가게 하나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골목길에서 작은 창으로 들여다 보이는 좁은 쪽 방은

금성 텔레비 광고가 실린 누런 신문지로 도배되어 있다.

 

 

 

 

벽에는 청운의 꿈이 서린 듯한

고등학생 교복과 학생모가 단정하게 걸려있다.

 

 

 

 

붉은 페인트로 반공 방첩이라는 구호가 쓰여진

콘크리트 전봇대가 비스듬히 서 있는 골목 길 삼 거리~ !

 

 

[공동수도]

 

 

동네 공동수도 앞에는 둥그런 양철 물통들을 줄 지어 세워 놓고

물받을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안방 벽에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올망졸망 한 아이들까지

 

 

 

 

흑백 가족사진들을 빽빽하게 끼운 나무 액자가 걸려있다.

 

 

[공동변소]

 

 

골목 어귀에는 어스름한 붉은 빛이 검도는 동네 푸세식 공동변소가

금방이라도 달걀귀신이 튀어나올 것 같은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가수 최희준의 구수한 목소리의 노래가 들리는 듯한

"하숙생" 영화 포스터를 끼고 구불구불 한 골목길을 돌아가니

 

 

[만화가게]

 

 

엄마 찾아 삼 만리, 라이파이 등, 다음편이 나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던 만화들이 가득한 동네 만화가게가 나타난다.

 

 

 

 

"멸공방첩" 표어가 덕지덕지 붙은 벽 옆에는

 

 

 

 

외국영화 타잔 포스터와 함께 배우 김승호가 열연했던 영화 마부와

엄앵란의 동백아가씨 영화포스터가 나란히 붙어 있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 녹슨 간판들

어스름 땅거미가 내릴 무렵쯤이면 휘영청 떠오르는 달 빛 아래

 

 

 

 

재잘거리던 아이들로 가득했던 달 동네 골목~!

 

 

[재봉틀]

 

 

하늘아래 하늘과 가장 가까운 동네로

힘들고 고달픈 하루살이의 삶을 살았던 달 동네였지만~

 

 

[방범창]

 

 

그러나 인정이 많고 사람냄새가 풍성했던 살가웠던 동네이기도 했다.

 

 

 

 

가장 먼저 달 구경을 할 수 있었던 달 동네의 추억을

잠시 동안 되새김질하게 해준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은

 

 

 

 

 

잃어 버린 가슴 뭉클한 향수같은 것들을

긴 여운으로 남겨 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