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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공의 취미세상/즐거운 걷기

정남진 장흥 둘러보기 2편

by 전태공 2012. 1. 10.

정남진 장흥 둘러보기 2편

○ 사촌리 여다지해변 산책

편백 숲 향기에 취해 가뿐해진 마음으로 우드랜드를 나올 무렵
늦은 오후의 태양은 뉘엿뉘엿 서쪽하늘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 사촌리의 여다지해변을 산책해보기로 했다.



[문학산책로 시비(詩碑)]


여다지해변 초입에는 "아제아제 바라아제" 소설로 널리 알려진
이곳 출신 작가 한승원의 문학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었고





산책로를 따라 서있는 수십개의 시비에는 한승원 시인이 시(詩)들이 새겨져 있었다.

" 파도같이 일어나서 파도처럼 달리다가
  파도같이 부서져서 하얀 거품되어 없어진다.

  우리들은 누구든지...."





한승원의 시(詩) "물보라"에서 인생무상을 느껴보며
싸늘한 찬바람이 어슬렁거리고 있는 해변으로 내려섰다.





한국관광공사로부터 깨끗한 개펄로 선정되었다는 여다지해변의
맑고 청정한 득량만 개펄에서 바지락과 키조개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 했다.





모가 없이 부드럽게 이어진 해안이 그리고 있는 빼어난 풍광에서





"여름이거나 가을이거나 겨울이거나 봄이거나 
 아침이거나 저녁이거나



[여다지해변]


 미역향기 바지락향기 풍기는 그녀를 만나러 갔다."던 
시인의 바다 풍광이 예쁘게 펼쳐져 있었다.





해변에 주저앉아 잠시 몸을 쉬고 있는 어선을 지나
파래가 흐드러진 바닷가를 따라 조금 걸으니 바로 수문해수욕장이었다.



[파래]


해마다 키조개 축제가 열린다는 수문해수욕장에는
곡식을 까부르는 키처럼 생긴 키조개 조형물이 서 있었고



[키조개 조형물]


서쪽 하늘에서는 한승원 시인의 시 "저녁노을"처럼





혀와 입술을 깨물어 머금었던 피 빛같은 노을이
소리없이 번져가고 있었다.





○ 정남진 민박집에서의 굴떡국, 굴구이 

여다지해변을 기분 좋게 산책하고 나니 다시 배가 출출해졌다.
미리 예약해 둔 남포마을 "정남진민박" 숙소로 달려갔다.



[정남진 민박]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의 촬영장소로도 유명한 남포마을은
득량만 갯벌에서 채취한 굴 구이로도 소문 나있는 곳이었다.



[참나무 장작으로 굽고 있는 굴]


민박 집에 도착하자마자 모두들 굴 떡국 한 그릇씩을 뚝딱 해치운 후
굴을 구워 먹기 위해 비닐 하우스 화덕 앞으로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짧은 삼각형 날을 가진 칼 하나씩을 손에 들고
한쪽 손에 코팅 면장갑을 끼고서 참나무 장작 불에 구워진 굴을 까기 시작했다.





굴 까는 요령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들었는데도
구워진 굴을 까는 일은 생각만큼 그리 쉽지가 않았다.





그러나 굴을 까는 손이 수고한 만큼 상대적으로 입은 즐거워 했고
조금씩 숙달되어가는 굴 까는 솜씨와 비례하여 하하호호~ 웃음소리도 커져갔다.





○ 소등섬 일출

상큼한 기분으로 일어나 받아든 매생이국 아침밥 또한 별미였다.
겨울의 진미인 매생이는 정남진 장흥의 특산물이라는데 오염물질이 전혀 없는 청정바다에서만 얻을 수 있는 귀한 해초라고 한다.



[소등섬]


서울 광화문에서 정동쪽에 있는 곳이 동해안의 정동진이고
정북쪽에 있는 곳은 한반도에서 가장 춥다는 북한의 중강진이며





서울에서 정남쪽으로 내려오면 만나는 곳은 바로 이곳 장흥이어서
장흥을 정남진(正南津)이라 부르고 있다.



[소등섬 일출 1]


"정남진을 아시나요?" 카페 주인이 운영한다는
이곳 "정남진민박"집 바로 앞 바다에는



[소등섬 일출 2]


천관산과 함께 장흥 5경에 해당된다는 소등섬이 예쁘게 떠있었다.
아침식사를 마치자마자 일출을 보기 위해 모두들 소등섬 앞으로 모여들었다.





작은 돌섬 "소등섬" 너머 저 멀리로
고흥반도 산 자락이 검은 실루엣을 이루고 있었고
검은 산 자락 위로 붉은 빛이 서서히 번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어둠을 밀어 내며 솟아오르는 아침 해~
소등섬 너머 저 멀리 산마루에 붉은 빛이 점점 짙어지더니





찬란한 붉은 빛 태양이 살포시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와~ 올라온다~ 올라와 ~! " 스물스물 아침해가 솟아오르자 여기저기에서 환호의 탄성들이 요란하게 터져 나왔다.





세상이 열렸던 태고의 첫 날처럼
어둠이 불사르며 말갛고 고운 아침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철칵~찰칵~ 카메라 셔터들이 울부짖고
찬란한 황금빛으로 솟구쳐 오르는 붉은 아침해에 취한 심장은 쿵쾅거렸다.





박두진 시인의 시(詩) 하나가 저절로 떠올랐다.
"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

<2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