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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및 해외여행기/2012년도

홍제동 개미마을

by 전태공 2012. 3. 30.

 

 

모두가 힘들게 살아왔던 6~70년대 그 모습 그대로

시간이 멈추어져 있다는 홍제동 달 동네, 개미마을을 찾아 나섰다.

 

 

 

 

홍제역 2번 출구 부근에서 7번 마을버스에 올라 타면 쉽게 갈 수 있지만

개미마을까지 그냥 유유자적 걸어보기로 했다.

 

 

 

 

인왕시장을 지나 걷다가 내부순환도로 고가도로 앞에서

"문화촌마을 이야기" 안내간판을 끼고 우회전했다.

 

 

 

 

옛날, 홍제천변에 하나 둘 문화예술인들이 모여들었대서

 

 

 

 

"문화촌"이 되었다는 마을의 성당 앞을 지나니 개미마을 입구였다.

 

 

 

 

개미마을로 가는 길은 달 동네다운 가파른 오르막 길이었다.

 

 

 

 

마을 입구에는 "빛 그린 어울림 마을"이라는 안내판 하나가 서있었다.

 

 

 

 

몇 년 전, 금호건설에서 5개 대학 미술대학생들의 솜씨를 빌려

 

 

 

 

개미마을 담장과 벽에 예쁜 벽화들을 그려놓은 후

 

 

 

 

"빛"과 같은 존재의 마을로 변신하겠다고 다짐했던 간판이라고 한다.

 

 

 

 

개미마을 오르막길 좌우 산비탈에는

전형적인 달 동네 판자집들이 게딱지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가파르게 기어오른 층층계단을 사이에 두고 머리를 맞댄

판자집 주변 여기저기에 버려진 연탄재도 눈에 띄었다.

 

 

 

 

마을 곳곳의 담장과 석축에 그려진 벽화들은 참 예뻤다.

 

 

 

 

활짝 핀 해바라기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가 하면

 

 

 

 

수많은 오색풍선들이 두둥실 하늘로 날아 오르고 있기도 했고

꽃을 든 돼지의 선한 눈망울도 보였다.

 

 

 

 

 

개미마을에 그려진 벽화들은 "환영", "가족", "자연 친화", "영화같은 인생"

 

 

 

 

그리고 "끝 그리고 시작"이라는 다섯까지 테마로 그려졌다는데

 

 

 

 

어디에서 어디까지 어떤 테마로 그려졌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어도

 

 

 

 

벽화마다 오랜 친구와도 같은 편한 친근감이 들었다.

 

 

 

 

삐툴거리는 산동네 계단을 따라 끝까지 올라 보았다.

 

 

 

 

어렵게 살던 시절, 물지게를 지고 비탈을 오르던 옛 시절이 생각났고

 

 

 

 

새끼에 꿴 연탄을 양손에 들고 미끌미끌 빙판을 오르던 기억도 떠올랐다.

 

 

 

 

서울에 몇 남지 않은 달 동네 개미마을은

서대문구 홍제동 산 8 ~ 91번지~! 바로 인왕산 기슭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갈 곳 없는 피난민들이 이곳에 모여들어

천막을 치고 살았다 해서 "인디언 촌"이라고 부르다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날품팔이 사람들이 모여

 

 

 

 

개미처럼 억척스럽게 사는 동네라 해서 "개미마을"로 부르게 되었다던가.

 

 

 

 

주민들 대부분이 일용직에 종사하거나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들이라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가난하게 살고 있는 이곳 개미마을 주민 중에는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등, 혼자사는 독거노인들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서러움을 가진 달 동네, 모두가 그렇듯이

개미마을 발 아래 저멀리로 숲을 이룬 현대식 아파트 촌이 내려다 보였다.

 

 

 

 

40~50년 전, 옛 시간 속에 멈춰있는 낡고 쇠락한 산동네 판자집들과

촌각을 다투며 솟아오르고 있는 저 아래 고층아파트 숲이

 

 

 

 

과거와 현재, 낡은 것과 새로운 것~!

 

 

 

 

그리고 가진 자의 풍요로움과 가지지 못한 자의 빈곤(貧困)~!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는 모습과 얼기설기 얽힌 전선줄 같은 

흐트러진 모습들을 극명하게 대조하고 있는 듯 했다.

 

 

 

 

비록 물질적으로 가난했지만 훈훈한 인정만큼은 부자였던 마을~!

 

 

 

 

그러나 200여가구 400여명이 살았다는 달 동네, 개미마을에도 지금

 

 

 

 

거센 개발바람이 불어와 많은 사람들이 집을 떠나면서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마을 중심을 관통하는 "한마루 길"이 끝나는 언덕 꼭대기에

개미마을을 되돌아 나가는 7번 마을 버스가 종점이 있었다.

 

 

 

 

종점에서 올라탄 마을버스는 경사진 개미마을을 누비며

 

 

 

 

"삼거리 연탄가게 앞"과 "버드나무 가게 앞" 정류장에서 사람 몇을 싣더니

 

 

 

 

다시  "오동나무" 앞 정류장을 지나면서

정겨운 정류장 이름으로 아련한 향수 같은 것을 불어 일으켜 주었다.

 

 

 

 

6~70년대 흑백사진 속에 그대로 멈추어 있는 듯한 개미마을~

 

 

 

 

그 때 그 시절 모습 그대로 멈추어 있는 듯한 개미마을은

잠시 잊고 있었던 옛시절의 향수를 오랫동안 되새김질 시켜주었다.

 

<끝>

 

 

 

[개미마을 찾아가는 방법]

3호선 홍제역 하차 -> 3번출구로 나와 뒤로 돌아가면 마을 버스정류장

-> 마을버스 7번버스 탑승 종점이 개미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