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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공의 취미세상/즐거운 걷기

소양호 오지마을 트래킹(품걸리~물로리) 1편

by 전태공 2011. 12. 12.

소양호 오지마을 트래킹(품걸리~물로리) 1편

 

○ 소양댐 선착장에서 ~ 품걸리 선착장까지

2011년 12월 10일 토요일, 아침 7시 반에 서울을 출발한 버스가
소양댐 선착장에 도착한 것은 9시 10분경~!

 

 


오랜 만에 만난 드넓은 소양호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운..." 소월(素月)의 그리움같은 





물안개가 살포시 드리워져 있고


[소양호 선착장]



소양호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산 자락은
간밤에 내린 눈으로 하얀 은백(銀白)의 세계로 변해 있다.




우와~ 아니 언제 이처럼 많은 눈을 내려줬을까?

전혀 예상치 못한 설경을 만나 신바람이 난 사람들은




큰 횡재라도 한 듯, 환호의 탄성을 쏟아내기 바쁘다.


[소양호를 가로 지르며]




오전 9시 반경, 품걸리행 작은 여객선이 선착장을 출발한다.




영하 7~8도까지 내려간 날씨는 조금 쌀쌀했지만
하늘은 맑았고 바람 한점없는 소양호는 거울처럼 잔잔하다.




배는 온 천지가 하얗게 변한 멋진 설경 속을 헤치며

품걸리 선착장을 향해 신나게 달린다.


[수영 13호 선장]


수영13호, 여객선을 몰고 있는 나이 많으신 선장 말씀을 들어보니




예전에는 소양호 주변 산을 찾는 등산객이나

소양호에서 낚시를 즐기는 꾼들이 많아 호황을 누렸으나




요즘엔 소양호 낚시도 잘 안되고 등산객도 줄어

소수의 오지마을 사람들만 배를 이용하는 바람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단다.




소양호 선착장을 떠난 배가 50여분쯤 달렸을까?


[품걸리 선착장]



배는 아직도 너울너울~ 물안개를 피우고 있는 
오지마을 품걸리선착장을 향해 슬금슬금 들어서고 있다.




품걸리 선착장 주변에 펼쳐진 설경이 환상적이다.




길섶 나무마다 하얀 눈꽃이 소담스럽게 피어 있고

눈꽃을 피운 나무 너머로 백조의 호수처럼 잔잔한 소양호가




엷은 물안개를 피워 올리며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오~ 이 얼마나 멋진 설경인가~!

감탄의 탄성을 지르며 걷는 발걸음은 새털처럼 가볍기만 하다.




오늘 우리는 이 곳 품걸리(品傑里) 선착장에서부터 

고개 너머 물로리(勿老里)까지 약 12km 남짓의 오지 산길을 따라 




춘천 봄내길 5코스, 소양호 나룻터 길을 트래킹할 것이다.

품걸리 선착장에서 590미터쯤 걸어왔을까?




눈 속에 폭 파묻혀 졸고 있던 품걸2리 마을이 
소란스러운 발자국 소리에 화들짝 놀라 배시시 잠에서 깨어난다.




○ 품걸 2리 마을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시골 함석집은
오지마을 산촌 풍경을 그대로 한수의 서정시로 노래하고 있고




하얀 눈에 덮여있는 밭이랑 사이에는

가을걷이를 끝낸 옥수수대 쭉정이들이 겨울 잠을 자고 있다.

[품걸리 이장네 집]


나의 살던 고향모습처럼 그저 포근하고 아늑한 산촌마을




이장네 외양간에는 누런 한우들이

오지마을만큼이나 순하디 순한 눈망울을 선하게 껌벅거리고 있다.



이곳 품걸리(品傑里)는 소양댐이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바로 집 앞까지 춘천 시내버스가 들어왔었다는데




소양댐으로 길이 물에 잠기면서 배가 아니면 오가기 힘든 

첩첩 산중 오지마을로 변해 버렸다고 한다.




원래 품곡리와 말걸리로 나뉘어있던 두 마을이 합쳐지면서

품곡리의 품(品)자와 말걸리의 걸(傑)자를 따서 마을이름이 되었다는



품걸리는 행정구역 상으로 강원도 춘천시 동면에 속해있지만 

지리적 생활권은 현재 홍천으로 변했다고 한다.


 



○ 품걸2리 마을에서 임도 정상까지

 


품걸리 마을을 벗어난 지점부터 봄내길 5코스, 소양호 나룻터 길은
임도 오르막을 슬슬 오르기 시작한다.



30센치 이상의 눈이 쌓여있는 임도는

구비구비 가리산 산 자락을 휘돌며 서서히 고도를 높이고 있고



눈길을 미처 예상하지 못해 스패츠나 아이젠 준비를 못한 사람들은 

미끌미끌~미끌어지면서 눈길을 오르느라 조심스럽다.



임도는 넓었지만 쌓인 눈은 미끄러웠고

미끄러운 눈길은 한발자국 걷는데 두 발자국의 힘을 들게 만든다.



하얀 동화의 나라를 오색찬란한 옷차림으로

줄지어 가로지르는 사람들의 모습은 장관이다.



길섶에는 울울창창한 전나무 숲도 펼쳐져 있었고

여기저기 잣나무들도 군락을 이루고 있다.





꼬부랑 고개 길을 꼬부랑꼬부랑
부드럽고 포근한 눈을 밟으며 걸어 오르는 산길





아무도 찾지 않은 심심산골 오지 산길에는
사그락거리는 적막감만 소복하게 쌓여있다.



연분홍 진달래가 꽃불을 일으키다가 연 초록빛 신록으로 변하기도 하고

다시 오색찬란한 단풍으로 물들었을 산길을 지금 순백의 하얀 세계만 펼쳐져 있다.





어쩌면 참으로 황량하기만 했을 겨울산길에 
이런 예쁜 눈꽃과 설경을 빚어준 것은 하늘의 큰 축복이다.



[쓰러진 나무도 지나고]


미끈거리는 임도를 돌고 또 돌아 드디어 임도 정상부에 도착할 무렵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래~ 이제 그만 이 곳에서 점심식사를 하자~!





수정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길섶 바위 옆에서
준비해간 점심 먹 거리들을 펼친다.





눈밭이면 어떠리~! 그냥 눈 위에 철푸덕 주저앉아
맛깔스러운 점심식사를 펼치는 사람들 머리 위로



[임도 정상에서의 점심식사]

나무 위로부터 쏟아져 내리는 하얀 눈가루들이
축복처럼 흩날리고 있다.

<1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