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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공의 글사랑/살며 생각하며

빼앗기는 것과 나누는 것

by 전태공 2015. 8. 8.

 

 

 

 

 

빼앗기는 것과 나누는 것

 

 

어느 아가씨가 공원을 산책하다

한 노신사가 앉아 있는 벤치 옆 자리에 앉았습니다.

 

조금 남아 있는 책을 마저 읽고 갈 참이었습니다.

 

 

[대이작도에서]

 

 

벤치에 앉은 그 아가씨는 조금 전에 사온 크레커를 꺼내

하나씩 집어 먹으며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얼마쯤 흘렀을까요?

 

 

[대이작도에서]

 

 

그 아가씨는 문득 크레커가 줄어가는 속도가 왠지 빠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아니~ 곁에 앉은 그 노신사가

슬며시 자기 크레커를 슬쩍슬쩍 빼먹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대이작도 야생화]

 

 

그 아가씨는 “아니 이 노인네가~”하며

속으로 은근히 화가 조금 났지만 그냥 모른체하며 두었습니다.

 

그러나 그 노신사의 손은 멈추지 않고 계속 크레커를 빼갔습니다.

 

 

[대이작도 아기고양이]

 

 

아가씨의 눈은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점점 온 신경이 크레커와 밉살스러운 그 노신사에게 쏠려 갔습니다.

 

크레커가 든 케이스는 점점 비워져갔고 결국 마지막 한 개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대이작도 풀등]

 

 

노인의 뻔뻔스러움에 참지 못한 그녀는 드디어

 

“뭐 이런 웃기는 노인이 다 있어?” 하고

그 노신사를 향해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소리쳤습니다.

 

 

[승봉도에서]

 

 

그러자 그 노인은 그런 그녀를 보고도 부드럽게 씨익 웃으며

아무 소리 없이 자리를 뜨는 것이었습니다.

 

별꼴을 다 보겠다며 투덜거리며 자리를 일어나던 그녀는 깜짝 놀랐습니다.

 

 

[승봉도 코끼리바위]

 

 

그녀가 사가지고 온 크레커는 봉지도 뜯지 않은 채로

그녀의 무릎 위에 고스란히 놓여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그 노신사가 자신의 크레카를 빼 먹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 노신사의 크레거를 빼 먹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금일도 소랑교]

 

 

오히려 자기 것을 빼앗기고도 부드럽게 웃던 노신사~!

자기의 것을 빼앗기지도 않았으면서도 화를 내고 말았던 자신~!

 

하지만 그 노신사는 그 것을 몰랐던 그 아가씨에게

크레커를 빼앗긴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나누어 준다고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히말라야 마챠푸차레봉]

 

 

"빼앗기는 것과 나누는 것"

여러분은 빼앗기는 삶을 살아가시겠습니까?

나누는 삶을 살아가시겠습니까?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는 내 마음에 있는 것 같습니다.

 

 

<끝>

 

 

[안나푸르나 트레킹 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