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태공의 글사랑/공모전 입상, 투고

홍도, 흑산도 여행기 [행정안전부와 한국관광공사 주최 휴양하기 좋은 섬 BEST 30 체험수기 당선작]

by 전태공 2011. 12. 21.

홍도, 흑산도 여행기 

♪자~ 떠나자~! 남해바다로....♬ 아침 8시 25분에 용산역을 출발한 KTX열차는 11시 30분경에 벌써 목포 역에 도착을 하고 있었다. 와~ 정말 빠르기는 빠르다.

대전 발 0시 50분, 완행열차 시절엔 특급열차를 이용해도 8시간 이상을 달려야 했던 그 머나먼 목포 땅을 이처럼 세시간 여만에 달려올 수가 있다니...엄청나게 빨라져 있는 세상의 속도가 새삼 실감나게 느껴졌다.

♬사공의 뱃 노래~ 가물거리며♪ ♪삼학도~ 파도깊이 숨어드는데..♬





애잔한 목소리로 불러대는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을 들으며 목포역을 빠져 나오니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불볕 더위와 함께 비릿한 바닷 내음이 스물스물 코에 스며왔다. 역시 목포는 항구였다.

미리 예약했던 여행사 관광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역전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루미나리에 조형물이 서있는 젊음의 거리를 지나 일본식 거리, 구 도심을 빠져 나오니 북적거리는 인파 속에 파묻혀 있는 연안 여객터미널이 더위 속에 비지땀을 뻘뻘 흘리고 서있었다.
 




홍도행 쾌속선 "뉴 남해퀸호"가 목포항을 출발한 시간은 정확히 오후 1시 20분 정각이었다. 정원이 500명이라는 쾌속선에는 빈자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승객들이 가득 차 있었다. 하긴 1년 중에 홍도 흑산도행 관광객들이 가장 많은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고 하니 그럴만도 하겠다.

목포항을 벗어난 쾌속선 "뉴 남해퀸호"가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점점~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827개의 섬을 가졌다는 신안군의 섬들이 쾌속선 좌우에 하나 둘씩 나타나 사열을 하듯 빠르게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도초도 항에 잠시 기항한 배는 비금도와 도초도를 연결한 연육교 밑을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와 어느 틈에 망망대해를 화살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 달리고 있는 배의 속도는 약 33놋트로 시속 60킬로정도라는데 바다에서 이 정도의 속도라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라고 한다.

아무튼 빠른 쾌속선 덕분에 예전에 5~6시간 이상 걸렸다는 홍도가 지금은 2시간 반만에 갈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바람은 잔잔했지만 백중 사리 물 때가 가져온 센 물살은 바다 위에 큰 너울을 만들었고 넘실거리는 큰 너울은 "뉴 남해퀸호"를 기우뚱기우뚱~ 요동치게 만들었다. 간간히 선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 수면위로 갈색 해파리들이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배는 마지막 기항지 흑산도 항을 잠시 들린 후, 흑산도에서 40여분이 더 걸린다는 홍도를 향해 다시 출발하기 시작했다. 배가 홍도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50분경 그러니까 목포에서 115킬로 떨어진 홍도를 2시간 반만에 달려와 버린 셈이다.

냉방이 시원하게 잘되어있는 배를 나와 홍도부두에 내리자 화끈 한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훅~ 하고 온몸을 휘감아왔다. 배에서 내린 관광객들은 제각기 자기가 예약한 곳을 찾아 뿔뿔이 흩어져 갔다. 





해질 무렵의 붉은 노을이 바다에 반사되어 섬 전체가 온통 붉게 보인다고 하여 홍도라고 이름 지어졌다는 섬~! 홍도 부두 오른쪽으로는 까만 돌들이 즐비한 해변이 펼쳐져 있었고 사람들이 삼삼오오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파도에 단련되어 둥글어진 돌을 빠돌이라고 부른다는데 이 곳이 바로 홍도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해수욕장인 빠돌 해수욕장이란다. 

우리에게 배정된 숙소는 언덕 너머에 있는 어느 작은 여관이었다. 숙소라야 여인숙 수준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화장실과 샤워장이 붙어있었고 벽에는 에어콘과 선풍기도 달려있었으며 조그만 냉장고도 ?윙~ 돌고 있었다. 비까번쩍한 호텔에 비하면 택도 없는 어설픈 숙소였지만 어차피 최신식 호텔이나 모텔이 전혀 없는 해당화 피고지는 섬마을 홍도에서 이 정도 시설이면 호텔이상의 최상급 숙소로 감지덕지해야 했다. 



<홍도의 낙조>


숙소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저녁 7시 반경 낚싯대 하나와 카메라를 챙겨 들고 언덕 넘어 부두에 도착을 하니 해가 아직 수평선 위, 한 뼘 이상이나 남아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나와 일몰을 기다리고 있었다. 해 내림이 시작되기 전, 막간을 이용해 바다낚시를 해보기로 했다.

목포에서부터 귀하게 모셔온 갯지렁이 한 마리를 릴에 껴서 커다란 해파리들이 둥둥 떠다니는 바다 위에 던졌다. 던지자마자 뭔가 투두득거리는 입질이 낚싯대에 전해져 왔고 입질에 맞추어 힘차게 챈 낚싯대 끝에는 우럭과 노래미 새끼가 대롱대롱 매달려 나왔다. 잔챙이 고기들과 잠시 게임을 하고 있는 사이 아~ 드디어 일몰이 시작되었다.





하루종일 이글이글 불타 오르던 태양이 드디어 바다를 향해 조금 씩 조금 씩 다이빙을 하고 있었다. 태양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잔잔한 일몰에 있다고 했던가~!

수평선을 벌겋게 물들이며 여름바다를 향해 슬금슬금 떨어져 내리는 붉은 태양의 해 내림은 한 마디로 장엄한 아름다움을 펼쳐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찬란한 해 내림을 보고 그저 아~ 하는 탄성만 질러대고 있었다.





분노처럼 이글이글 타오르던 태양~! 그 태양도 이처럼 평화로운 모습으로 하루를 아름답게 갈무리하고 있었다. 그 것은 분노도 정열도 아닌 오로지 편안한 모습, 장엄한 아름다움 일 뿐이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분노들이 떨어져 내리는 태양의 낙조처럼 평화롭게 떨어져 내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붉은 태양은 바닷물 속으로 떨어져 내리면서 치지직~ 치지직~거리며 까맣게 식어갔다. 





동창이 훤히 밝아왔다. 좌르륵~ 창문을 여니 쪽빛 아침 바다에 은빛 파도가 출렁거리고 있다. 

♬아침바다 갈매기는 금빛을 싣고..♪
♪고기잡이 배들은 노래를 싣고...♬ 

포구에는 고기잡이 배들이 아직 아침잠에 푹~ 빠져 있었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아침바다 갈매기는 보이지 않았다. 개펄도 없는 홍도주변 바다에는 갈매기 먹이가 별로 없어 이 곳에는 갈매기가 살지 않는단다.

어제까지 약 4천명 정도의 관광객들이 홍도에 상륙했다는데 민박 집들과 상점, 횟집들이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는 홍도 1구마을 골목길은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아직 한산하기만 했다.





아침식사를 마치니 시간은 아침 7시 반~! 자~ 지금부터 유람선 출발시간인 12시까지 약 4시간 이상이 자유시간이다. 금싸라기 같은 이 자유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

산너머에는 홍도 2구마을과 함께 멋진 등대가 있다는데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전혀 없으니 그 곳을 구경하려면 해발 368미터, 깃대봉 정상을 넘어 약 4킬로의 산길을 걷던가 아니면 배로 다녀와야 한단다.





숨이 칵칵~ 막히는 이런 무더위 속에 산길을 넘어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숙소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낼 수도 없었다.

그래~ 동백나무 군락지를 향해 나 있다는 해안 산책길을 따라 홍도 내연 발전소가 있는 곳까지 걸어본 후 홍도의 정상, 깃대봉 등산 길, 숲길을 따라 오를 수 있는데 까지 오르다가 내려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홍도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람선이 출발하는 시간까지 그저 방안에서 쉬다가 유람선으로 섬을 한바퀴 돌아보는 것에만 신경을 쓸 뿐, 아름다운 산수화를 빚어내고 있는 홍도 해안의 금싸라기 같은 산책길과 깃대봉 등산 길을 놓치고 간다고 한다.
 
해상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홍도에는 풍란이나 콩란 등 야생 난들이 자생하고 있어 이를 캐가려는 사람이 많다보니 공식적으로 홍도 산길에 대한 입산을 금지하고 있다지만 야생식물을 채취하지 않고 조용하고 얌전하게 산책하는 것에는 그다지 통제를 하고 있지 않는데도 말이다. 그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산책길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간다니 얼마나 아까울까?





홍도 분교 옆으로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 해안 산책길로 접어 들었다. 섬 중턱 높이의 바위절벽 위로 나 있는 해안 산책길 좌우에는 동백나무와 치자나무들이 도열해 서 있었고 나무 숲길 좌우에서 ♬ 맴맴맴맴~ 쓸~람~! 쓸~람~!♪하고 울어대는 매미소리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길섶 산 자락에는 진딧물이 버글버글 붙어있는 노란 원추리꽃들이 온 산을 노랗게 물들이며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고 산책길 구비구비마다 파란 하늘과 바다와 바위섬들이 미술책에 나오는 그림처럼 하나하나 멋진 풍경화가 되어 있었다.

우리가 하룻밤 신세를 졌던 홍도 1구 마을이 발 아래로 내려다 보였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분재처럼 매달려 있는 소나무들이 바다 위의 돌 섬들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섬에 사는 각시거미 한 마리가 둥글게둥글게 집을 짓고 있는 관목 숲 너머로 호랑나비와 호박벌들이 달디 단 야생화 꿀을 수확하고 있었다. 길은 동백나무 숲길로 이어졌다. 여기에 동백꽃이 피어 오르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동백꽃이 피는 계절에 다시한번 와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홍도 내연발전소 앞에서 다시 숙소로 뒤돌아 나와 에어컨 바람으로 땀을 식히고 나니 와~ 정말 기분은 삼삼했고 마음 속은 유쾌 상쾌함으로 철철 넘쳐 흘렀다. 





이글이글 불타 오르는 태양의 열기와 바람한점 없는 날씨에 산을 오르는 오솔길에는 나무 그늘까지도 후덥지근한 열기가 느껴졌지만 올라보기로 마음 먹었던 깃대봉 등산 길 산책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1시간 이상이 걸린다는 정상까지 이 무더위에 올라갈 수는 없고 7~8부 능선,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곳이나 동백 숲까지만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숨이 칵칵 막히는 더위 속을 비오듯 흘러내리는 땀을 훔쳐가며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다가 문득 되돌아서서 내려다본 홍도의 풍광은 그저 아 ~! 하는 탄성만이 흘러나올 정도로 장관이었다. 개미처럼 잘록한 허리를 중심으로 왼쪽엔 홍도 1구 마을이 자리하고 있었고 오른쪽엔 홍도 부두가 서 있었다.





태풍이 올 때, 대피공간으로 쓰인다는 홍도에서 제일 넓다는 홍도분교 운동장 너머에 있는 붉은 지붕을 가진 교회로부터는 "참 아름다워라" 라는 찬송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정말 홍도는 참 아름다운 섬이었다.

그러나 8부 능선까지 오르고 난 후,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동안에 흘렸던 땀은 아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평생 흘렸던 땀보다 더 많을 것 같았다. 자~ 이제는 유람선을 탈 시간이다. 홍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유람선으로 섬을 한 바퀴 돌아보자~!

자~! 떠나자~! 유람선을 타러..... 





< 유람선을 타고... >


겁(億劫)의 세월동안 자연이 만들어 놓은 걸작품 홍도는 구비구비마다 형용할 수 없는 비경을 이루고 있는 섬이다. 남북으로 7km 길이에 폭이 2km가 넘지 않는다는 홍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라고 하니 가히 그 아름다움을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

그 아름다운 홍도를 2시간 반 동안 배를 타고 둘러본다는 생각을 하니 유람선이 출발도 하기 전부터 가슴이 콩닥콩닥 첫선을 보는 신부처럼 설레어졌다.





점심을 마치고 난 12시경, 부두에는 유람선을 타려는 사람들이 꾸역꾸역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와~ 이렇게 많은 사람들 모두 유람선에 다 탈 수가 있을까? 혹시나 했던 걱정은 기우였다.

앞 바다에 떠있는 대여섯 척의 유람선이 유람선 정원만큼 사람이 타는대로 떠나면서 그 다음 배들이 차례차례 접안을 하여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계속 태우는 식으로 연속 운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올라탄 세 번째 유람선은 중간 크기의 아담한 배였다.





< 아~! 무릉도원... 홍도의 절경이여~! >


부릉 부릉 부릉 ~ 12시 15분경 유람선이 출발을 하자 걸죽하고 구수한 목소리의 유람선 선장이 마이크를 잡고 익살스러운 해설을 시작했다. 아름다운 해안 절경은 가진 해안선길이 20.8㎞인 홍도는 사암과 규암으로 이루어진 섬으로서 독특한 해안 절벽과 동굴을 형성시켜 빼어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는데 예전에는 홍도가 바다 위에 떠 있는 매화꽃을 닮았다고 하여 "매가도"로 불리다가 나중에 "홍도"라고 이름이 바뀌었다는 해설을 시작으로 곳곳에 있는 암초와 해안 절벽의 이름과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유머를 섞어가며 재미있게 설명해 나갔다.

통통통통~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유람선이 아름다운 암초하나를 돌아서자 거북이가 엎드려있는 형상의 거북 바위가 나타났고 계속해서 만물상바위랑 낙타바위, 원숭이 바위,탑 바위들이 잔잔한 바다 위에 폼을 잡으며 나타났다가 감탄의 탄성소리에 휩싸여 출렁출렁 사라지곤 했다.





세시방향을 보세요. 9시 방향을 보세요. 하며 선장이 가리키는 곳마다 어김없이 선실과 갑판에 서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에 오글오글 모아지곤 했으며 ... 홍도 유람하느라 출출하실테니 시루떡이나 한 점 드시지요? 하고 가리킨 곳에는 시루떡 바위가 펑퍼짐하게 주저앉아 있기도 했고

목이 마른데 한잔하라며 가리킨 곳에는 콜라병을 닮은 콜라병 바위가 그리고 신랑 신부 뽀뽀소리가 들리지 않느냐는 해설 앞에는 사모관대와 쪽도리를 쓴 모습의 신랑신부가 수줍어하며 서 있기도 했다. 절경을 이룬 바위자락마다 따개비와 홍합들은 다닥다닥 무더기로 붙어있었다.





< 내 배는 살같이 바다를 지난다~! >


바다는 정말 거울처럼 잔잔했다. 유람선을 타고 홍도를 한 바퀴 돌 때 높은 파도로 멀미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는데 오늘은 1년 중에서도 손 꼽을 정도로 바다가 잔잔한 날이란다.선장은 오늘 유람선을 탄 관광객들이 날씨하나는 기가 막히게 잡았다며 정말로 복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덕담까지 해주었다.

창공에는 빛난 별 대신에 한낮의 이글거리는 태양이 떠 있었고 배는 나폴리의 산타루치아 해변이 아닌 홍도 앞 바다 위를 둥실둥실 떠 있었지만 아름다운 풍광에 기분 좋아진 마음은 어느 틈에 산타루치아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 창공에 빛난 별.. 물 위에 어리고...♬
♬ 바람은 고요히 불어 오누나 ♪
♪ 내 배는 살같이 바다를 지난다. ♬

유람선이 홍도 2구 마을 앞 바다에 다가서니 소꿉장난을 하듯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을 마을이 나타났고 절벽 위에 수호신처럼 서 있는 하얀 홍도등대가 외롭게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홍도 2구 마을을 지난 유람선이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통통통통~ 달려가자 바다에 떠 있는 수석(壽石)과도 같은 아름다운 돌 섬들이 나타났다.





독립문을 닮았다는 독립문바위는 그 돌 섬들 한 가운데 우뚝 서있었다. 섬 한 가운데 사각형 구멍이 뚫려있는 독립문 바위는 정말 서울에 있는 독립문과 꼭 닮아 있었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암초주변에는 유람선이 만들어 놓은 파도가 철썩거리며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었고 크고 작은 파도에 얼마나 부딪쳤는지.. 바닷물은 온통 새파랗게 새파랗게 멍이 들어 동서남북 사방팔방 주변바다가 온통 쪽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홍도의 네 가지 특성>


오랜 세월 동안 거센 파도와 비바람이 만들어 놓은 홍도의 절경은 꿈결처럼 아름다웠다. 수많은 해식(海蝕)동굴과 층층이 쌓아놓은 듯한 해안절벽들이 기암괴석들로 이루어진 바위섬들과 서로 잘 어우러지고 그 위에 자라고 있는 나무들까지 분재의 모습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으니 어찌 곳곳마다 이처럼 기기묘묘하고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펼쳐지지 않았겠는가?

유람선을 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눈 앞에 펼쳐져 오는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다운 홍도의 절경에 취해 할말을 잊고 그저
아 ~~~~!!! 하는...감탄의 탄성만 한숨처럼 길게 뱉어낼 뿐이었다.





덩달아 신바람이 난 선장은 이런 분위기를 더욱 돋우려는 듯 입에 거품을 튀겨가며 홍도에 대한 설명을 구수하게 이어 나갔다. 해상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홍도는 환상적인 절경을 빚어내는 네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단다.

첫째, 해안선 주변에 산재해 있는 크고 작은 무인도와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의 기암괴석들이 33경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있고 ... 둘째, 수석처럼 절묘하게 생긴 해안절벽 구석구석에 수 백년 동안 뿌리를 내리고 분재의 모습이 되어 자생하고 있는 수 많은 해송들이 절묘한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을 뿐 아니라...

셋째, 해안절벽에 뚫려있는 약 300여개의 크고 작은 자연동굴들이 신비스럽고 기괴한 느낌을 주는 묘한 아름다움을 빚어내 주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수심 20m 깊이의 물고기들까지 훤히 비쳐 보일 정도로 수정처럼 맑은 바닷물이 금상첨화가 되어 청정해역의 아름다움을 가세해주고 있다고 한다.





군함바위를 지난 유람선이 슬픈 전설을 가지고 있는 "슬픈여" 방향으로 휘돌아가자 크고 작은 올망 졸망한 암초들이 줄줄이 나타났고 암초 위마다 낚시꾼들이 아슬아슬~ 바위를 타고 앉아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고기를 얼마나 많이 잡았는지 낚시꾼 옆에 있는 텐트 줄에는 잡아 논 고기 수십마리를 주렁주렁 빨래처럼 널어 놓고 있었다.





유람선이 하얀 물보라를 남기며 새파란 수면을 해쳐 나가자 멀리 "슬픈여"라는 이름을 가진 암초들이 슬금슬금 배 앞으로 다가왔다. 아주 먼 옛날 어느 마음씨 고운 부부가 일곱 남매를 낳아 행복하게 살다가 어느 해 명절 육지에서 제사를 지낼 물품과 아이들 새 옷을 사서 돛단배로 돌아오던 중

때마침 불어온 돌풍에 큰 파도가 일어 섬에 도착직전 파선이 되었다는데 산 위에서 부모님을 기다리던 일곱 남매가 그 모습을 보고 물에 빠진 부모님을 구한다고 물살이 센 바다로 뛰어들어 빠져 죽은 후 모두 바위로 변해 버렸다는 전설을 가진 "슬픈여"를 지나니 유람선에서 보이는 경치가 기암절벽과 동굴이 어우러진 풍경으로부터 수석과 분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진경산수"의 풍경으로 바뀌고 있었다. 





구비구비에 서 있는 바위와 해벽(海壁)들은 하나하나가 통째로 수석이었으며 엄청나게 큰 바위 수석 위에 자라고 있는 수 많은 해송과 상록수들은 한 그루 한 그루가 모두 분재였다.

흙 한줌 없어 보이는 저 바위 틈에 어떻게 저런 분재들이 뿌리를 내리며 살아왔을까? 궁금해하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통통~ 거리며 달리는 유람선은 그저~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처럼 두고 가기 아까운 홍도의 절경들을 속절없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홍도 1경 남문 바위 앞으로>


바위 산 자락마다 노란 원추리꽃들이 그리움처럼 피어 있었다. 홍도 무릉도원의 기암절벽을 더듬으며 공작새 바위를 지나고 나니 풍랑을 만나 홍도에 표류했던 처녀 하나가 지나가는 배에게 신호를 하기 위해 자신의 옷으로 깃대를 만들어 세웠다는 전설을 가진 해발 368m로 섬에서 제일 높다는 홍도의 정상, 깃대봉이 눈에 들어왔고

무인등대가 서 있는 콧뿌리 바위를 지나니 멀리 홍도 1구마을이 눈에 들어오면서 유람선을 타기 전, 산책을 하며 내려다 보았던 홍도 내연발전소 시설과 홍도 33경 중 첫번째라는 남문 바위가 한 눈에 달려 들어왔다. 





홍도에는 물이 귀해 예전에는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며 살았다는데 지금은 저 내연발전소 전기 덕분으로 지하수를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고 바닷 물을 민물로 바꾸는 해수 담수화 설비까지 가동하고 있어 요즈음 홍도는 물 문제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었다고 한다.

남문바위 앞에 유람선이 가까이 다가서자 홍도를 대표한다는 풍경인 남문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보라면서 선장이 배를 잠시 멈추어 주었고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앞을 다투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홍도 제일경이라는 남문바위 중앙부에는 구멍이 절묘하게 뚫려 있었다. TV 방송을 시작하기 전, 연주되는 애국가의 배경화면으로 사용될 정도로 절경을 자랑하는 남문 바위는 풍어와 만선을 기원하는 '행운의 문'으로도 불린다는데 바위섬에 뚫린 석문을 지나간 사람은 소원이 성취되며 고깃배가 이 석문을 지나가면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전설이 스며 있다고 한다.





< 떠 다니는 즉석 횟집>

남문바위를 지나자 유배를 왔던 선비가 가야금을 타면서 여생을 보냈다는 홍도의 2경, 실금리 동굴이 나타났고 금방이라도 떨어져 버릴 듯 보이는 바위가 벼랑 끝에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는 아차바위를 지나 용왕이 술을 담아 두었다는 주전자 바위 앞에 이르자 통통통통~ 고기잡이 어선 하나가 헐레벌떡 달려와 유람선에 찰싹~ 몸을 붙여왔다.





떠다니는 즉석 횟집이란다. 주변 바다에서 직접 잡은 놀래미와 우럭 등, 싱싱한 바닷고기 회를 한 접시에 2만 5천원에 판단다. 사람들은 너도 나도 회 한 접시씩을 사서 소주와 함께 먹고 마시느라 정신들이 없었다.

목으로는 소주 한잔에 취하고 눈으로는 홍도의 절경에 취하다 보니 어느 듯 유람선은 많은 미련과 아쉬움을 남긴채 출발했던 부두로 되돌아 오고 있었다.
홍도의 무릉도원을 한바퀴 돌아온 사람들의 얼굴에는 경이로움으로 가득했고 얼굴 모습은 모두 신선으로 변해 있는 듯 했다.





< 마지막 여정... 흑산도를 향해>

한 폭의 그림 같았던 홍도 그러나 이제는 떠날 시간이다. 정말 떠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떠나지 않을 수가 없다. 바다와 바위가 만나 빚어낸 절묘한 아름다움을 놓고 가기에는 너무나 아쉬움이 많지만 눈으로 마음으로 담아 놓은 머리 속의 아름다움만 가지고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벅찰 뿐이다. 3시 40분에 떠난다는 배를 기다리며 부두에 섰다.

부두에는 삼삼오오 어선들도 떠 있었다. 이 곳 홍도 주변에 태풍이 불면 대피할 포구가 없는 홍도의 모든 배들은 흑산도로 대피해야 한단다.





그래서 홍도에 태풍이 몰아칠 때는 남자들은 배를 몰고 나가 버려 여자들만 남게 되고 남자들은 또한 홍도에 태풍이 불어올 때 얼마나 센 파도가 치는지를 모른단다.

자~ 이제 마지막 여행지 흑산도를 둘러볼 차례다. 언제나 그렇듯이 새로운 여행지를 눈 앞에 두고 나니 마음이 설레어 지면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자~! 가보자~! 흑산도로....





< 첫 발을 디뎌본 흑산도 >

홍도를 출발한지 40분만에 흑산도 예리항에 도착한 쾌속선은 한 무더기의 사람들을 콸콸콸~ 쏟아놓은 후, 목포항을 향해 줄행랑을 쳐 버렸다. 시간을 보니 오후 4시 20분, 이글거리는 태양이 퍼 붇고 있는 불볕으로 부두는 지글지글 끓고 있었다.

예리항에는 더위에 지친 수 많은 어선들이 졸고 있었다. 주르르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며 부두를 올라서니 "기암괴석과 숲이 아름다운 섬" "흑산도(黑山島)"라고 새겨진 돌 비석이 무겁게 환영을 해주었다. 산과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 하여 흑산도(黑山島)라고 이름 지어졌다는 섬~! 말로만 들어왔던 흑산도에 이처럼 난생 처음으로 상륙하여 두발을 딛고 서 있다는 사실이 꿈결처럼 느껴지면서 감개가 무량해져 왔다.

우리에게 배정된 숙소는 좁은 골목길에 있는 항구민박집 2층이었다. 방이 서너 개밖에 없는 작은 민박집 2층이었지만 이런 저런 시설들이 잘 구비된 깨끗한 방을 보니 오히려 홍도의 "광성장"보다 더 고급스러워 보였다.





<파시(波市)의 전설이 스며있는 예리항>

흑산도 예리 항 주변 거리는 타임머쉰에 의해 시간이 잠시 멈추어져 있는 과거의 세상처럼 느껴졌다. 거리에 늘어서 있는 건물들은 6~70년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고 연안여객 터미널 매표소를 비롯한 터미널 구멍가게의 분위기는 찐 계란 있어요? 사이다 있어요? 하고 외쳐대던 옛날 시골 차부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거리에는 스쿠터를 모는 다방아가씨가 차 배달을 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었지만 그 때 그 시절의 모습 그대로 변치 않고 서 있는 다방의 모습 속에는 모닝 커피를 즐기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팝송을 신청하던 옛 시절의 추억과 낭만이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었다. 





조기, 고등어, 삼치 등, 바닷고기가 넘치도록 잡히던 시절, 바다에서 열리는 어시장(魚市場)인 흑산도 파시(波市)가 열릴 무렵이면 전국에서 모여든 상인들과 어선들로 흑산도는 온 섬이 불야성을 이루었고 넘치는 돈과 술집작부의 젓가락 장단 노랫가락으로 예리항은 밤새 흥청거렸다는데

이제는 모두 흘러간 전설로 남아있을 뿐 예리항 부둣가에는 스피커로 울려 퍼지는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노래와 함께 홍어집 간판들만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흑산도에서 유명한 것이 두 가지가 있다는데 하나는 홍어이고 또 하나는 전복이라고 한다. 흑산도 근해에서 잡히는 홍어를 흑산도 홍어라고 하는데 9척의 배가 잡아내는 홍어의 양이 많지 않아 몇 년 전에는 한 마리에 100만원이 넘기도 했단다.

홍어는 홍어회를 만들어 먹거나 홍어를 삭혀서 돼지고기, 묵은 김치와 함께 먹는 삼합(三合) 요리가 유명한데 나에게는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와 뭔가 지린 듯한 홍어의 삼합요리 맛이 아무리 친해보려고 해도 친해지지 않는 불가사의한 맛으로만 다가올 뿐이었다.





< 흑산도 육로관광... >

저녁을 먹고 난 오후 6시 30분경, 계획된 일정에 따라 관광버스를 타고 흑산도 육로관광에 나서기로 했다. 흑산도에 들어오면 흑산도를 구경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유람선을 타고 흑산도를 바다에서 둘러보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버스나 택시를 타고 섬 길을 따라 흑산도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방법이다.

우리가 신청했던 여행 상품에는 육상관광 비용이 이미 포함되어 있었다. 정말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람선은 홍도에서 마음껏 타 보았으니 흑산도에선 육상관광을 해보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흑산도에 뚫려있는 도로는 모두 28킬로라는데 그 중 절반인 14킬로는 포장이 되어있고 나머지 14킬로는 아직까지 울퉁불퉁~ 비 포장도로로 남아있다고 한다. 달리는 관광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꿈결처럼 아름다웠다. 흑산도는 모두 100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다는데 그 중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이 11개로 모두 25개 부락에 약 5천여명이 살고 있다고 한다.





흑산도 관광호텔이 서 있는 "베낭기미"해수욕장 앞 바다에는 수 많은 부표가 떠 있는 양식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흑산도 주변바다에는 적조현상이 없어 양식장이 잘 된다는데 주로 양식하고 있는 것은 전복과 우럭 두 종류로서 양식하고 있는 전복에게는 다시마를 먹이로 준다고 한다. 





처녀당이라는 성황당 길을 지난 버스는 대관령 고개같은 꼬부랑길을 넘고 있었다. 해상왕 "장보고"가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하고 난 뒤 서해상에 출몰하는 왜구들을 막기 위해 쌓았다는 반월성을 끼고 꼬부랑~!꼬부랑 고갯길을 넘어 가니 고개 너머에 숨어있던 흑산도 서쪽바다가 아름다운 수묵화의 모습으로 버스 차창을 향해 뜀박질해 들어왔다.

 



해지기 전 이글이글 불타 오르는 태양~! 푸른 바다~! 망망대해의 수평선~! 수평선 위에 걸쳐있는 뭉게구름~! 몽실몽실~ 수면 위에서 살포시 피어오르고 있는 물 안개~! 안개 속을 달리는 배 하나~!

검은 실루엣을 그리며 꿈결처럼 떠 있는 섬~!섬~!섬~!





펼쳐져 있는 풍경들은 모두가 한 폭 한 폭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아~ 이 아름다운 풍경을 어떻게 모두 마음 속에 담아갈 수 있으려나~!

약수터를 지나자 한반도 지도 모양으로 구멍이 뚫려있는 절묘한 지도섬 바위가 나타났고 포장도로의 종점, 곤촌리 포구가 나타났다. 어선들이 한가롭게 떠 있는 곤촌리 포구 앞에는 그리움처럼 물안개가 피어 있었다.





<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앞에서>

포장도로 끝에서 되돌아 온 버스가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앞에 멈추어 서자 붉은 석양으로 변한 태양이 수평선을 행해 곤두박질 치고 있었고 "흑산도 아가씨"를 부르는 "이미자"의 애잔한 목소리가 애간장을 살살 녹이고 있었다.





『 흑산도 아가씨 』

♬ 남 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
♩ 물결은 천 번 만 번 밀려 오는데 ♬

♪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
♬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 ♪

♩ 한없이 외로운 달빛을 안고 ♬
♪ 흘러온 나그넨가 귀향 살인가 ♩

♬ 애타도록 보고픈 머나먼 그 서울을 ♪
♩그리다가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 ♬

< 상라봉 정상에서의 해내림...일몰. >

"흑산도아가씨" 노래비를 지나 봉화대가 있었다는 삼라봉 정상을 오르기 시작했다. 10여분 계단 길을 한 걸음에 올라 디디고 선 삼라봉 정상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낙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삼라봉 정상에 서서 동서남북 사방팔방을 둘러 보았다. 아~ 어찌 이리도 아름답고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질 수 있단 말인가~!





구비구비 열 두 고개 아래에는 빙 둘러 서 있는 섬들을 천연 방파제 삼아 고즈넉하게 앉아있는 천혜의 항구 예리항이 내려다 보였고 반대쪽 서쪽 바다에는 이글이글 애띤 얼굴로 동쪽바다에서 불끈 솟아올랐을 태양이 붉은 낙조가 되어 서서히~ 서서히~ 수평선을 향한 해 내림의 몸짓을 시작하고 있었다. 





"엄원용" 시인의 낙조(落照)라는 시(詩)가 떠올랐다.

오호~ 저기 붉은 얼굴을 보라.
서쪽 하늘을 곱게 장식하는 사랑의 몸짓

황홀한 불놀이, 불놀이야
불길 따라 시간이 타고 있다. 

어두워가는 세상도 타고 내 마음도 탄다.
온 세상을 마지막으로
아름답게 장식하는 꽃
신비의 꽃밭이다.

아름다워라.
이제 제 할 일 다 하고 때가 되매 
황홀한 몸짓 조용히 거두며 말없이 명상의 나라로 떠난다.





꿈결과도 같았던 흑산도 육상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니 예리항에는 먹물처럼 어둠이 내려와 있었다. 자~ 지금부터 내일 오전 10시 40분까지는 자유시간이다. 흑산도에서 맞은 이 마지막 밤을 어찌 그냥 보낼 수 있는가~! 릴 낚시대 하나를 챙겨 들고 예리항 방파제 길, 산책에 나섰다. 칠흑같은 어둠이 깔린 밤바다 위엔 초롱거리는 별빛이 유난히 밝게 명멸하고 있었다. 방파제 어둠 속에서 바라다 본 예리항엔 ♩한없이 외로운 달빛을 안고 ♬ 살아왔을 외로운 불빛이 물에 비쳐 일렁이고 있었다.

부두 끝 자락에 서서 미끼를 꿴 릴 낚싯대를 던졌다. 던지자마자 툭~툭~ 거리는 입질과 함께 부르르~ 손 맛이 전해져 왔다. 무슨 고기일까? 궁금해하며 끄집어 낸 호기심이 앞에 우럭 한 마리가 파드득 거리며 대롱대롱 매달려 나왔다. 신선도가 떨어져 버린 미끼인데도 이렇게 집어 넣기만 하면 고기들이 물고 늘어지는 것을 보면 흑산도는 정말 고기가 많은 섬인가 보다. 노래미도 나오고 망상어도 나오고 쏨뱅이 새끼까지 귀한 얼굴들을 내 밀어 주었다. 작은 놈들은 모두 방생해 주고 제법 쏠쏠한 놈, 몇 마리로 회를 떠 초장에 살짝 찍어 입에 집어 넣으니 그저 입에서 살살 녹아 들었다. 이런 감칠 맛을 과연 세상 어디에서 맛볼 수 있단 말인가~!



흑산도의 밤은 깊어가고 즐거웠던 여행도 슬슬 끝나가고 있었다. 이젠 출발할 때의 설레임 대신 여행을 마감할 때의 아쉬움이 가슴 속에서 출렁거리고 있었다. 흑산도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저물어갔다.

<자산 "정약전"선생을 기린 자산문화 도서관>

다음 날 아침~! 번쩍 눈을 뜨니 바다 위에 안개가 가득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짙은 안개 때문에 목포에서 들어와야 할 쾌속선이 당초계획보다 두 시간 정도 연착될 전망이란다. 배를 기다리는 동안 연안여객 터미널 부근에 있는 자산 문화도서관을 찾았다.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면서 해양생물에 대한 소중한 기록 "자산어보"를 남겼다는 다산 정약용의 둘째 형이자 조선후기 문신인 "정약전" 선생을 기리는 도서관에는 "정약전"선생에 관한 역사적인 설명이 잘 되어 있었다.

오후 12시 반 드디어 배가 들어왔다. 자~ 이젠 떠날 시간이다. 떠나기엔 많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가슴 속은 벅찰 만큼 뿌듯했다. 이번 여행에서 눈으로 보고 누렸던 안복(眼福)이 얼마나 많았던가~!.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이라는 책에 있는 구절 하나가 생각났다. " 여행은 새로운 뭔가를 시도하는 것이며 내가 만들어가는 것" 이라고.. 그래~ 이제 홍도 흑산도 여행은 이만 접고 새로운 또 다른 여행을 슬슬 만들어 가보자 ~! 사람들은 여행 길 위에서 언제나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말하지 않던가~!

<끝>

휴양하기 좋은 섬 BEST 30 체험수기 당첨자 발표

○행정안전부와 한국관광공사가 함께 진행한 2008 휴양하기 좋은 섬 BEST30 체험수기공모의 당첨자를 알려드립니다.

대상섬

성명

주소

청산도

김철우

서울시 구로구 구로2동

소매물도

박종환

광주광역시 남구 진월동

우이도

이승희

서울시 구로구 구로본동

보길도

김완수

전라남도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

관매도

박종권

강원도 동해시 동회동

홍도

김병규

부산시 부산진구 범천4동

우도

강대진

서울시 구로구 개봉3동

홍도

원방현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

대난지도

이규환

서울시 송파구 잠실본동

울릉도

차동해

부산시 진구 부암3동

홍도

서원홍

서울시 동대문구 휘경1동

청산도

배영호

서울시 구로구 오류1동

증도

강순자

서울시 강동구 상일동

소매물도

정판종

경상남도 창원시 산월동

청산도

권대원

서울시 관악구 신림2동

울릉도

박경종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 4가

사량도

이용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선유도

이용호

대전시 서구 탄방동

소매물도

손윤미

경상북도 영주시 이산면

울릉도

김남섭

강원도 강릉시 내곡동

석모도

김 옥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우도

김동수

충청남도 서산시 수석동

석모도

조다혜

서울시 강동구 천호1동

우이도

조양희

서울시 노원구 월계1동

덕적도

조효순

인천광역시 부평구 삼산동

비금도

김숙현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삽시도

김연심

대전시 중구 유천2동

석모도

김민섭

대전시 중구 태평2동

선유도

김기섭

서울시 동대문구 청량리2동

지심도

이영인

경상남도 창원시 동정동

사량도

김선영

경상남도 통영시 무전동

원산도

홍창재

충청남도 아산시 온천동

청산도

정설경

서울시 동작구 사당1동

청산도

김은미

전라남도 목포시 옥암동

지심도

구본준

대전시 유성구 송강동

임자도

김빛나리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보길도

이정구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우암동

우도

석경희

서울시 성북구 길음1동

홍도

전상열

인천광역시 서구 검암동

지심도

전흥진

서울시 마포구 망원1동

보길도

김우숙

전라남도 목포시 산정동

울릉도

봉승관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

청산도

조명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

추자도

지은희

서울시 은평구 갈현1동

외달도

김옥

광주시 북구 연제동

삽시도

민순기

전라남도 화순군 한천면

홍도

배찬규

광주시 북구 용봉동

울릉도

안규례

서울시 성북구 상월곡동

증도

김설은

서울시 중랑구 묵1동

울릉도

이재병

인천광역시 부평구 산곡1동

보길도

박정은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보길도

강영선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흑산도

박달님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청산도

박숙기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덕적도

김기훈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흑산도

박찬호

경상남도 거제시 신현읍

덕적도

정금자

경상남도 거제시 신현읍

가거도

원혜영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여월동

거문도

박규현

경기도 시흥시 검오동

거문도

김가희

부산시 강서구 송정동

임자도

원혜선

인천시 서구 당하동

소매물도

최윤덕

경상남도 김해시 주촌면

울릉도

최진숙

서울시 도봉구 쌍문4동

홍도

김흥식

울산시 중구 우정동

대청도

권덕규

경상북도 안동시 용상동

비금도

이진숙

충청남도 논산시 광석면

외연도

우현주

대전시 서구 도마동

우도

박해인

강원도 삼척시 정상동

소매물도

김경숙

전라북도 완주군 봉동읍

석모도

최부식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석모도

조은지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1가

선유도

이은미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

덕적도

윤제성

대전시 서구 도마동

울릉도

이미화

부산시 강서구 송정동

석모도

김상희

서울시 동작구 사당1동

우도

이윤점

경상남도 창원시 팔용동

울릉도

최선아

대전시 대덕구 석봉동

거문도

이인숙

부산시 진구 초읍동

소매물도

정 샘

서울시 동작구 신대방1동

삽시도

서준식

서울시 광진구 구의동

청산도

황성준

서울시 동작구 본동

울릉도

이기행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

사량도

허양미

경기도 군포시 수리동

소안도

전용수

경기도 군포시 수리동

석모도

오경숙

충청남도 공주시 신관동

소매물도

오현균

대전시 서구 월평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