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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찾아서/제주도 주변 섬

제주여행 7. 성산 일출봉(城山 日出峰)

by 전태공 2017. 3. 2.

제주여행 7. 성산 일출봉(城山 日出峰)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 높이 182m의 성산 일출봉이 우뚝 솟아있다.

 

 

정상 분화구 가장자리에 늘어선 아흔 아홉 개의 봉우리가

마치 성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성산(城山)"이라 불렀고

 

이곳에서 보는 일출 경관이 빼어나 일출봉이라는 이름을 얻은 곳이다.

 

 

성산일출봉으로 들어서는 곳에 있는 건물 하나가

제주도가 유네스코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입장료는 어른 한 사람당 2천원이지만 65세 이상은 무료다.

일출봉으로 이어진 완만한 초원길로 들어선다.

 

 

목장처럼 느껴지는 울타리 사이 산책로를 잠시 오르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빼어난 성산포구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완만하게 오르던 길은 금방 가파른 계단 길로 변한다.

 

 

지그재그로 오르는 계단 곳곳에

수석처럼 예쁜 기암괴석들이 웅장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올라왔던 길을 뒤돌아본다.

바로 아래에 성산포항이 있고 그 너머로 제주 우도가 평화롭게 앉아있다.

 

 

왼쪽으로는 개미허리처럼 잘록한 "터진목" 지역도 눈에 들어온다.

 

실낱처럼 이어진 이 지역에 광치기해변이 있고

옛날엔 밀물 썰물의 조수차로 물에 잠겼다 나타났다를 반복했던 곳이다.

 

 

수백 개의 계단을 오르느라 숨이 차올 무렵

드디어 해발 182m의 성산일출봉 정상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직경 약 600m 정도의 일출봉 분화구 바닥에는

출렁거리는 물 대신 푸른 초원이 넘실거리고 있다.

 

 

백두산 천지나 한라산 백록담만큼의 장엄함은 없어도

나름대로 아늑한 풍광을 자랑하는 일출봉 주변을 잠시 둘러본 후 하산하기로 한다.

 

올라왔던 계단과 조금 떨어진 곳에 내려가는 계단이 따로 설치되어 있다.

 

 

지금으로부터 5000여년 전~ 이곳 해저에서 작은 화산이 폭발했고

이때 분출된 뜨거운 용암이 바다 물과 섞이면서 생성된 응회암이

 

이처럼 아름다운 일출봉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멀리서 보면 푸르게 보여 처음에는 "청산"으로 불렸다는 일출봉~!

 

 

아무튼 일출봉을 포함하여 제주도와 관련된 설화에는

"설문대할망"이라는 거대한 할머니에 관한 전설이 서려있다.

 

 

제주 섬을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문대 할망"이  얼마나 키가 크고 힘이 셌던지

 

 

삽으로 흙을 일곱 번 정도 떠서 던졌는데 한라산이 되었고~

 

 

할머니가 신고 다니던 나막신에서 떨어진 360여개의 흙덩이가

제주도 여기저기에 솟아오른 “오름”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일출봉 역시 "문대 할망" 나막신에서

떨어져 나온 한 뭉텅이의 흙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큰 "문대 할망"이 한라산을 베개 삼아 누우면

그 발끝이 제주시 앞 바다의 관탈섬까지 닿았고

 

 

빨래할 때는 동쪽의 일출봉, 우도와 서쪽의 가파도, 마라도를

좌우 발판으로 삼고 남쪽 차귀도와 북쪽 관탈섬을 빨래판으로 삼았다니

 

"문대 할망"의 몸집이 얼마나 컸었는지 짐작도 가질 않는다.

 

 

재미있는 "문대 할망"의 전설과 빼어난 주변 경관에 취하다보니

어느새 일출봉으로부터 모타보트장 부근까지 내려와 있다.

 

 

제주도 여행을 성산 일출봉 앞에서 기분 좋게 마무리하려니

 

문득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 중~

"낮에서 밤으로" 구절 한 토막이 떠오른다.

 

 

 

"낮에서 밤으로"

 

일출봉에 올라 해를 본다.

아무 생각 없이 해를 본다.

 

해도 그렇게 나를 보다가

바다에 눕는다.

 

일출봉에서 해를 보고 나니

달이 오른다.

 

달도 그렇게 날 보더니

바다에 눕는다.

 

해도 달도 바다에 눕고 나니

밤이 된다.

 

하는 수 없이 나도

바다에 누워서

밤이 되어 버린다.

 

- 이생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