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 및 해외여행기/2016년도

난고(蘭皐) 김삿갓 문학관(文學館)

by 전태공 2016. 10. 7.

난고(蘭皐) 김삿갓 문학관(文學館)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 김삿갓로 216-22번지에

난고(蘭皐) 김삿갓 문학관(文學館)이 있다.

 

 

[김삿갓 문학관]

 

 

부슬부슬 부슬비가 내리던 날~

꼬부랑길을 꼬불꼬불 넘어 방랑시인 김삿갓 문학관에 도착했다.

 

 

 

 

문학관 앞 광장에는 수많은 시비(詩碑)와 함께 김삿갓 조형물들이 서있다.

 

 

 

 

김삿갓의 본명은 김병연(金炳淵)이고 호는 난고(蘭皐)다.

안동김씨 시조인 고려 개국공신 김선평의 후예로 휴암공파 24세 손이다.

 

 

[가계도]

 

 

김병연의 할아버지였던 선천부사 김익순(金益淳)이

 

김삿갓이 다섯살 때 일어난 홍경래 난 당시

홍경래군에게 항복한 죄로 처형당하면서 집안은 풍지박산이 되고 만다.

 

 

 

 

그런 사실을 모르고 어머니를 따라 영월군 와석리 깊은 산중에 들어와

숨어 살던 김삿갓은 20세가 되던 해, 영월 동헌에서 열린 백일장에서

 

조부 김익순(金益淳)의 죄상을 비난하는 글을 지어 장원급제를 하게 된다.

 

 

 

 

"백번 죽여도 아깝지 않은 만고의 비겁자"라고~ 글로서 탄핵했던 김익순이

자기의 할아버지였음을 뒤늦게 알게 된 김병연은

 

 

 

 

조상을 욕되게 하였다는 큰 자책감에 빠져 22살 젊은 나이에

노모와 처자식을 버리고 영월 땅을 떠나 방랑의 길로 들어선다.

 

 

 

 

역적의 자손으로 조부를 욕하는 시를 지어 장원급제를 했으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 볼 수 없는 죄인이라 생각하여 삿갓을 쓰게 되었고

 

이름도 김병연 대신 김삿갓으로 바꿨다.

 

 

 

 

이처럼 삿갓을 쓰고 방랑생활을 하는 김병연을 보고

세상사람들도 그의 성(性)을 붙여 "김삿갓"으로 불렀으며

 

한문으로 김삿갓을 뜻하는 "김립(金笠)"이라 표기하기도 했다.

 

 

 

 

김삿갓은 전국 방방곡곡을 유랑하면서 많은 일화와 함께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수많은 재미있는 시를 남겼는데

 

부정과 불의를 만나면 그의 시는 풍자와 조소의 칼이 되었고

멋진 경치와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면 서정이 넘치는 노래가 되기도 했다.

 

 

 

 

김삿갓이 지은 대나무 시, 즉 죽시(竹詩)를 한번 감상해본다.

 

차죽피죽화거죽(此竹彼竹化去竹), 풍타지죽랑타죽(風打之竹 浪打竹)

이대로 저대로 되어 가는 대로, 바람 치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반반죽죽생차죽(飯飯粥粥生此竹), 시시비비부피죽(是是非非付彼竹)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대로 살아가고,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르고, 저대로 맡기리라.

 

 

 

 

빈객접대가세죽(賓客接待家勢竹, 시정매매세월죽(市井賣買歲月竹)

손님 접대는 집안 형세대로, 시장에서 사고 팔기는 세월대로

 

만사 불여오심죽(萬事不如吾心竹), 연연연세과연죽(然然然世過然竹)

만사를 내 마음대로 하는 것만 못하니,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지나세.

 

※ 이차(此)→이, 대나무 죽(竹)→대, 차죽(此竹)→이대로

 

 

 

 

다음은 함경도 어느 부잣집에서 냉대를 받고

나그네의 설움을 한문 수자 새김을 이용하여 표현한 시다.

 

이십수하삼십객(二十樹下三十客) : 스무(二十)나무 아래 서러운(←설흔) 나그네가

사십가중오십식(四十家中五十食) : 망할(마흔)놈의 집에서 쉰(五十) 밥을 먹는구나.

인간개유칠십사(人間豈有七十事) : 인간세상에 어찌 이런(일흔) 일이 있는가.

불여가삼십식(不如歸家三十食) : 차라리 집에 돌아가 설은(서른) 밥을 먹으리.

 

 

 

 

소재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았던 김삿갓의 시~

한시의 전통적 방식을 과감하게 허물어 버리기도 했다.

 

 

 

 

한시를 음이 아닌 뜻으로 읽게 하기도 하고

한문의 음과 비슷한 한글 뜻으로 풀어 쓰기도 했다.

 

 

 

 

김삿갓의 절묘한 문장실력과 기존 한시의 틀을 탈피한 형식을

금강산이라는 시에서 느껴볼 수 있다.

 

"금강산(金剛山)"

 

송송백백암암회(松松栢栢岩岩廻) : 소나무와 소나무, 잣나무와 잣나무가 바위와 바위를 도니

수수산산처처기(水水山山處處奇) : 물과 물, 산과 산이 곳곳마다 기묘하구나.

 

 

 

 

또한 구월산이라는 시도 한자의 음을 빌려 한글을 표현한 시중 하나다.

 

구월산음(九月山吟)

 

작년구월과구월(昨年九月過九月) : 지난해 구월에 구월산을 지났는데

금년구월과구월(今年九月過九月) : 올해 구월에도 구월산을 지나네.

 

연연구월과구월(年年九月過九月) : 해마다 구월에 구월산을 지나니

구월산광장구월(九月山光長九月) : 구월산 풍경은 늘 구월일세.

 

 

 

 

김병연은 1천여편의 시를 쓴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456편의 시가 확인되었다고 한다.

 

 

 

 

그의 에피소드 하나~

 

방랑생활을 하던 김삿갓이 어느 시골 장터 뒤의 허름한 장국밥 집에 들렸을 때

나이도 어린 어떤 사람이 다짜고짜 반말로 말을 걸어 왔단다.

 

" 어이, 자네 김삿갓 아닌가?"

"그렇소... 지친 나그네를 알아주는 사람도 있으니 고맙구려."

 

"자네 글 좀 안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시 한 수 지어 주면 오늘 밥과 술은

내가 사지. 어때,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시종일관 반말을 하는 사람에게 지필묵을 준비한 김삿갓~

일필휘지로 써 갈겨 내려갔다.

 

"천탈관이득일점(天脫冠而得一點)"

하늘 천 자가 갓을 벗고 점 하나를 얻었으니 개 犬(견)자요,

"내실매이횡일대(乃失梅而橫一帶)"라.

이어 내 자가 지팡이를 잃고 옆으로 띠를 둘렀으니 아들 子(자)자로다.

 

파자(破字)로 풀어낸 두 글자를 합치면 견자(犬子) 즉, '개자식'이다.

 

글은 잘 몰라도  귀한 줄만 알았던 시건방진 어린 놈이 허겁지겁 챙겨 넣은 후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고서야 개망신 당한 것을 뒤늦게 알고

 

죽자 사자 찾아 나섰으나 이미 김삿갓은 자취를 감추고 난 뒤였단다.

 

 

 

 

♬ 죽장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 ♪

♩ 흰 구름 뜬 고개 넘어 가는 객이 누구냐 ♬

 

♪ 열두 대문 문간방에 걸식을 하며 ♩

♬ 술 한잔에 시 한 수로 떠나가는 김삿갓 ♪

 

죽장에 삿갓 쓰고 방방곡곡을 다니던 방랑시인 김삿갓은

전라도 화순에서 57세 나이에 생을 마감하였으며

 

 

 

 

그 3년 후~

아들 김익균이 영월군 김삿갓면 와석리 노루목으로 묘를 이장하였다고 한다.

 

 

 

 

♩ 세상이 싫던가요 벼슬도 버리고 ♬

♪ 기다리는 사람 없는 이 거리 저 마을로 ♩

 

♬ 손을 젓는 집집마다 소문을 놓고 ♪

♩ 푸대접에 껄껄대며 떠나가는 김삿갓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