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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및 해외여행기/2022년도

제주 위미리 동백수목원

by 전태공 2022. 12. 19.

제주의 겨울 풍광으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름 모를 시골 마을 돌담 너머로 주렁주렁 매달린 주황빛 감귤과

 

제주를 붉게 물들이는 레드 카펫 겨울 “동백꽃”이 아닐까 싶다.

 

 

제주 북쪽인 삼양에서 제주 남쪽인 서귀포지역으로 가는

중산간지역 시골길을 구불구불 달리니

 

아닌게 아니라 온통 샛노란 감귤들이 돌담 너머로 얼굴을 삐죽 내밀고

지나가는 차들을 열심히 구경하고 있다.

 

 

예전에는 제주하면 그저 감귤 하나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

요즘에는 생소한 이름을 가진 교배종 개량 귤들이 많이 쏟아지고 있다.

 

감귤과 오렌지의 장점을 쏙쏙 골라 교배 개량했다는 한라산을 닮은 한라봉은

 

감귤 수확이 끝나가는 1월부터 맛볼 수 있는데

단맛이 강하고 과육이 풍부하다고 하며

 

 

하늘에서 내린 향기라는 뜻을 가진 천혜향 또한

오렌지와 감귤 교배종으로 타원형 모양의 얇은 껍질이 특징이라고 한다.

 

한라봉과 천혜향을 교배한 황금향이라는 품종은 또

속껍질이 얇아 식감이 부드럽다고 하며

 

붉은색이 진한 레드향은 식감이 가장 아삭거리고

당도가 높아 인기가 많다고 한다.

 

 

거기에 미래향이라는 품종도 나올 예정이라니

 

에고~ 뭐가 뭔지는 몰라도 내 입맛에는

가장 흔한 일반 감귤이 제일 맛있는 것 같다.

 

 

1977년부터 식재를 시작했다는 애기 동백나무로 유명한

제주 동백수목원에 도착하니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있다.

 

입장료는 성인이 8000원, 어린이 5000원이고

제주도민과 장애인, 유공자, 경로우대 할인은 6000원을 받고 있다.

 

 

수목원을 들어서자마자 40년 이상된 애기동백나무들이

붉거나 희거나 연분홍빛의 꽃들을 떼거리로 매달고 환영해 준다.

 

 

동서남북 사방팔방이 온통 동백꽃 천지다.

 

둥그렇게 다듬어 놓은 동백나무에

수백개의 붉은 꽃등을 매달아 놓은 듯 눈이 부실정도로 화려하다.

 

 

전망대에 잠시 올라서니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붉은 동백꽃 너머로

멀리 파란 서귀포 앞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동백꽃이 와글와글 피어있는 동백나무 아래에는

낙화된 동백꽃 잎이 붉은 카펫처럼 깔려있다.

 

 

꽃송이채로 떨어져 버리는 일반 동백 꽃과는 달리

이곳 애기동백 꽃들은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진다고 한다.

 

 

동백나무에 붉게 피어있는 동백꽃들과

나무 아래에 질퍽하게 떨어져 깔린 동백꽃 잎을 보니

 

 

동백꽃은 세 번을 피어오른다는 말이 떠오른다.

 

나무에서 한 번 피고 땅에서 한 번 피며

보는 사람 마음속에서도 한 번 핀다던가~!

 

 

꽃은 제자리에 화사하게 피어올랐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하지만

동백꽃이 떨어져 나무 아래 깔린 꽃잎의 아름다움도 빼어나다.

 

 

동백은 추위에도 강하면서 꽃까지 피워낸다고 하여

사람들은 동백나무를 늘푸른 잣나무와 빗대어 겨울 잣나무라 부르기도 한단다.

 

 

푸드득~

동백나무 가지 속에 숨어있던 새 한 마리가 날아간다.

 

 

동백나무 숲속에 사는 동박새라는 이름의 새인데

 

동백꽃이 피면 이 동박새가 부지런히 옮겨 다니며

동백꽃 속의 꿀을 빨아 먹으며 꽃가루받이 역할을 해서 열매가 맺도록 해준다.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빨갛게 멍이 든 동백꽃~!

 

동백꽃은 아름답지만 동백꽃에 얽힌

남녀의 애절한 사랑 얘기를 담고 있는 전설은 가슴을 아리게 한다.

 

 

옛날 어느 두메산골에 서로 사랑하며 장래를 약속한 남녀가 살았는데

남자가 남쪽으로 떠나게 되어 잠시 헤어져야만 했다.

 

 

여자가 남자에게 남쪽에서 돌아올 때 동백나무 열매를 가져다주면

그걸로 기름을 짜서 예쁘게 치장을 하고 싶다고 했지만

 

 

오지 않는 남자를 손꼽아 기다리며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단다.

 

 

뒤늦게 돌아온 남자가 애인의 죽음 소식을 듣고,

여자의 무덤 앞에서 통곡을하며 가지고 온 동백 씨앗을 심었고

 

 

세월이 흘러 무덤가에 붉은 동백꽃이 하나씩 피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동백꽃”은 '누구보다도 그대를 사랑한다'는 꽃말을 가지고 있단다.

 

 

떨어진 동백꽃을 보니, 문득 최영미 시인의 시가 떠오른다.

 

 

“ 선운사에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