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욕지도 여행기 3편 (14호 태풍 "덴빈")
○ 욕지도의 두번째 날 아침
쏴~!!! 요란스러운 빗소리가 욕지도에서의 둘째 날 아침을 깨운다.
얼른 창밖을 살펴보니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민박집 앞 선착장 ... 고등어 소굴]
이크 이거~ 정말 14호 태풍 덴빈이 오긴 오는가 보다.
에이~ 일기예보가 한번쯤 안맞으면 어디가 덧나나~?
이틀 전에 휩쓸고 지나간 15호 태풍 볼라벤의 뒤를 따라
다시 올라오고 있는 쌍둥이 태풍, 덴빈이 그저 원망스럽기만 하다.
[욕지도 약도]
세차게 쏟아지던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사이~
슬며시 바닷가로 나와본다. 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심상치 않은 파도]
원래 오늘은 그럴싸한 갯바위에 앉아 뱅에돔 낚시라도 해보고 싶었는데~
14호 태풍 "덴빈"이 악동처럼 철저하게 훼방을 놓고 있다.
[점점 거세지는 파도]
그렇다고 귀중한 하루를 꽁꽁~ 틀어 밖여 지낼 수도 없고~ 거 참~
에잇~ 태풍이 좀 분다고 뭐~ 사람까지 날아가겠나~?
[강풍으로 일기 시작하는 백파현상]
○ 14호 태풍 "덴빈" 속으로
얼른 아침밥을 해먹고 슬슬 파도구경이나 나서봐야지~!
11시경~ 겁도 없이 코펠버너 등과 낚시대까지 챙겨
거세지기 시작한 강풍 속을 뚫고서 파도구경에 나선다.
[태풍 속의 욕지항]
티비에서는 지금 태풍이 제주도 앞 바다를 지나
목포부근으로 다가서고 있다는 뉴스를 숨가쁘게 전하고 있다.
[배를 묶어 놓으려고 안긴 힘을 다하고 있다.]
태풍의 반경 속으로 이미 들어선 욕지항에도
거센 바람이 해면 물보라를 일으키며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강풍이 일으키는 해면 물보라]
그 엄청난 바람 속에서도 배를 안전하게 갈무리하려는 사람들이
작은 어선 위에 올라 죽기살기로 사투를 벌리고 있다.
[갯바위 여울 파도]
어제 돌았던 해안도로를 따라 유동마을 앞 코너로 접어들자
정면으로 맞바람쳐오는 거센 강풍이 차를 휘청휘청~ 흔들어 놓는다.
[태풍 파도]
이크~ 이거 안되겠다. 가족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슬며시 반대편 해안도로로 들어가보기로 한다.
개미목을 지난 해안도로로 올라 서다가
차창 밖으로 내려다 본 고래강정 부근의 갯바위파도가 장난이 아니다.
[고래강정 앞 바다의 태풍]
산더미처럼 밀려드는 파도가 갯바위를 때리며 엄청난 물보라를 흩 뿌려댄다.
쉴새 없이 밀려드는 거대한 파도는
작은 바위섬을 한 순간에 삼켰다가 뱉어 내기를 반복하고 있다.
[바위섬을 삼키는 파도]
망망대해 작은 바위섬 위에 세워진 등대 또한
꼬리를 물고 밀려드는 강력한 태풍 파도에 휘말려 풍전등화의 형세다.
○ 태풍파도 속의 삼여도
점점 거세지는 바람이 기다시피 가는 승용차를 계속 휘청거리게 만든다.
에이~ 그렇다고 설마 차가 날아가기야 하겠어~ 끝까지 가봐야지~!!
[삼여주변의 태풍파도]
통 크게도 그 거센 태풍바람 속을 정면으로 돌파해가면서
해안도로를 돌아 기어코 삼여전망대 앞에 차를 세운다.
[삼여주변의 태풍파도]
바람의 풍압에 꼼짝도 않는 승용차 문을 가까스로 열고 전망대로 올라본다.
휴~ 비록 위험한 강풍 속을 뚫고 오느라 힘은 들었어도
저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삼여 주변의 파도를 보라~! 이 얼마나 장관인가~!
[삼여주변의 태풍파도]
태풍이 만들어 낸 바다의 장관 앞에서 그저 감개가 무량해질 뿐이다.
섬에서 만난 태풍~ 따지고 보면 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촛대바위와 세 개의 바위섬으로 이루어진 삼여도는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광란 속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갯바위를 때리며 부서지는 파도~!
삼여 주변에 아수라장을 이룬 파도는 묘한 아름다움까지 뽐내고 있다.
아하~ 폭풍이 바위 절경을 만나니 이처럼 장엄한 풍광이 빚어지는구나~!
[파도가 아수라장을 이룬 삼여주변의 파도]
○ 시금치재를 넘어
어제 다녀왔던 새 에덴동산 입구, 유동마을 앞 갯바위에도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태풍 광상곡을 연주하고 있다.
[유동마을 앞바다의 파도]
우르릉~ 우르릉~ 욕지도에 밀려온 14호 태풍, 덴빈이 연주해준
자연의 오케스트라는 한마디로 경이로움이었다.
[시금치 재에서 내려다 본 덕동마을]
오후 3시를 넘어서면서 그 거세던 바람이 슬슬 잦아들기 시작한다.
해안도로를 벗어나 천황산 옆, 시금치재를 넘는 고갯길로 올라선다.
시금치재에서 내려다 본 저 아래 덕동마을 해안 또한 한폭의 그림이다.
[시금치 재에서 내려다 본 덕동마을]
○ 태풍은 지나고
시금치 재를 넘어 욕지항으로 되돌아올 무렵~
그 엄청나던 바람은 눈에 띄게 수그러들기 시작했고
하늘에 가득하던 먹구름 또한 빠르게 벗어지고 있다.
[빠르게 벗어지는 구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태풍이 조금 전에 지나갔는데~
날씨가 이렇게도 빨리 변할 수 있을까~?
정말 조금 전에 태풍이 휩쓸고 지나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하늘이 빠르게 벗어지고 있다.
[나타나는 파란 하늘]
태풍에 맞선 어부들이 사투를 벌리던 욕지항에도 잔잔한 평화가 찾아들었고
빨간 등대 노란 등대가 서있는 방파제 위, 하얀 뭉게구름도 유유자적 한가롭다.
[태풍이 지나간 욕지항]
욕지도라는 섬은 처음에 사슴이 많아 녹도(鹿島)로 불리다가~
백여 년 전, 어떤 노승이 욕지도 옆, 연화도 정상에 올랐을 때
[태풍 후의 욕지방파제]
도(道)가 뭐냐고 묻는 질문에
"도를 알고자 하는 의욕(欲知)이 있으면 석가세존을 본받으라."는 뜻의
"욕지도(欲知道) 권세존도(權勢尊道)"라고 대답했다 하여
섬 이름이 "알고자 하는 의욕의 섬", 욕지도(欲知島)가 되었다고 한다.
[태풍 후의 민박집 앞 바다]
알고자 하는 바로 그 의욕 때문에 오늘 우리는
그 거센 태풍 속을 뚫고서 욕지도 해안도로를 한바퀴 돌았던 것 같다.
[쏟아지는 햇빛]
해무가 걷힌 민박 집 앞 바다에 햇빛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는데~ 태풍 또한 여자의 마음을 닮은 듯 하다.
어둠이 내린 두번째 날 저녁, 밤 11시를 넘어서까지
또 다시 고급 횟감을 잡아보려는 눈물겨운 노력이 계속되었지만
참돔, 감성돔, 돌돔, 벵에돔 등~
그 많은 도미들은 모두 다 어디로 줄행랑을 쳤는지~?
고등어와 전갱이만이 함께 놀자며 줄기차게 덤벼든다.
[1시간도 안된 사이에 잡아올린 고등어와 전갱이]
어제와 오늘 잡아 올린 5~60마리의 고등어와 전갱이를 손질한 후
가지고 간 소금을 뿌려 간 고등어로 만든 후 아이스박스에 채운다.
이그~ 앞으로 주구장창 간고등어구이만 먹게 될 것 같다.
[3일째 아침~ 구름 한점 없는 하늘-민박집 앞]
○ 3일째 아침...모밀 밤 잣나무 숲 산책
3일째 날 아침~! 하늘을 보니 구름 한점 없이 쾌청한 날씨다.
오늘은 연화도로 들어가기로 한 날~! 파란 하늘이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태풍 후, 욕지항에 들어온 첫배]
아침 10시경~ 11시 20분 출발하는 연화도행 배 표를
1인당 3,300원, 승용차 1대 6,300원에 끊어 놓고
한시간 남짓의 여유시간 동안, 항구 옆 모밀 밤 잣나무 숲을 찾아 나선다.
[모밀 밤 잣나무 숲 안내판]
모밀 밤 잣나무는 참나무과에 속하는 활엽 상록수로
주로 남쪽에 있는 섬에만 자라는 나무라는데
[모밀 밤 잣나무 숲에서 본 욕지항]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 숲에는
100여 그루의 모밀 밤 잣나무가 울창하게 자생하고 있단다.
[모밀 밤 잣나무 숲]
매미와 쓰르라미 소리가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숲에서
해송 사이로 보이는 욕지항 모습이 너무도 신선하게 보인다.
[욕지항]
○ 아듀~ 욕지도~!! 연화도로~
태풍예보를 무릅쓰고 들어왔던 욕지도~! 그러나 오히려
섬에서 맞이한 태풍 덕분에 거센 여울 파도를 구경할 수 있었고~
[욕지항 주변]
흰작살과 목과, 청사, 도동, 덕동, 유동마을을 돌아
삼여와 고래머리, 노적과 통단, 야포까지 욕지도 구석구석을 모두 누벼봤다.
[욕지도를 떠나며]
주민 2,400여명이 산다는 욕지도를 떠나 20분만 배를 더 타면 연화도다.
연화도는 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줄까~! 벌써부터 마음이 또 설레어 진다.
잘 있거라~ 욕지도~! 아듀~!! 다음에 또 만나자~!
<3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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