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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및 해외여행기/2013년도

함백산(咸白山)의 겨울~ 2편

by 전태공 2013. 1. 15.

함백산(咸白山)의 겨울~ 2편

 

 

○ 함백산~중함백

 

 

주목나무 군락지를 지난 길은 계속 중함백을 향해 눈밭을 헤집어 간다.

 

 

 

 

함백산 정상으로부터 900미터쯤 내려온 지점의 이정표 앞에서

왼쪽으로 살짝 꺾어져 능선 위로 올라선다.

 

 

 

 

장쾌하게 펼쳐진 첩첩설산들을 발 아래로 거느린 길섶에

두문동재 방향을 알리는 작은 나무 팻말 하나가 삐딱하게 서있다.

 

 

 

 

태백시와 정선군 사이에 있는 해발 1,275m의 두문동재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높은 고개 중 하나라는데~

 

 

 

 

두문동재로 이어진 이 길이 바로~

백두 대간을 종주하는 귀한 길이라는 생각을 하니 그저 감개가 무량해진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중함백]

 

 

능선을 돌아선 길은 중함백 봉우리로 올라가기 전~ 

주목나무 한그루가 서있는 아늑한 분위기의 제3 쉼터 앞에 잠시 멈춘다.

 

 

[주목나무 쉼터]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려는 순간~ 작은 딱새 몇 마리가 포르르~ 날아든다.

얼른 빵 부스러기를 뿌려주니 곧바로 달려들어 정신없이 쪼아먹는다.

 

 

 

 

그래~ 먹이 구하기 어려운 이 겨울에 얼마나 굶주렸겠니~?

으깬 귤 알맹이 몇 개와 함께 빵 부스러기를 한 웅큼 뿌려주니 쪼아먹느라 난리다.

 

덩달아 부자가 된 기분과 함께 마음이 뿌듯해진다.

주목나무 쉼터를 떠나 다시 중함백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뒤돌아서 바라본 함백산 정상]

 

 

작은 깔닥고개를 쉬엄쉬엄~오르다가 문득 돌아본 풍광 속에는

조금 전에 지나온 함백산 정상이 과묵한 듯~ 장엄하게 앉아있다.

 

 

 

 

으랏찻차~ !! 마지막 비탈을 올라서니 드디어 중함백 정상이다.

작은 나무 표지판 하나가 이곳이 해발 1,505m 높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중함백 정상 표지목]

 

 

○ 중함백~샘물쉼터

 

 

함백산 3.2킬로, 두문동재 4.5킬로를 알리는 이정표 하나가 나타난다.

조금 전에 보았던 이정표와의 거리 계산이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고사목 한그루가 서있는 언덕에 서니~ 백두 대간이 한눈에 조망된다.

은대봉과 금대봉으로 이어진 산줄기를 따라 거대한 여울 파도가 일렁이고 있다.

 

 

 

 

푹푹 빠지는 눈의 깊이가 이거 장난이 아니다.

전투용 참호로 이어진 교통호를 지나듯~ 눈 고랑 길을 조심조심 지난다.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다져진 눈길은 스키장만큼이나 미끄럽다.

 

문득~ 베낭 뒤에 매달고 온 비료포대 생각이 난다.

그래~ 바로 이런 곳에서 써 먹기 위해 준비해온 것이 아니던가~!

 

 

[비료포대 눈썰매]

 

 

얼른 비료포대를 눈에 깔고 철푸덕 주저 앉으니

스르르르르~ 스르르르르~ 잘도 미끄러져 간다.

 

 

[샘물 쉼 터 이정표]

 

 

오리궁뎅이 썰매를 몇 번 즐기다 보니 어느새 샘물 쉼 터가 나타난다.

 

이곳 제2쉼터에서 3킬로 정도를 더 가면 두문동재라는데

정암사로 내려가야 하는 우리는 적조암 방향으로 좌회전해야 한다.

 

 

 

 

○ 샘물 쉼 터~적조암입구

 

 

샘물 쉼 터에서 적조암 입구까지는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비료포대 썰매를 즐길 수 있는 근사한 눈길이 계속 눈 앞에 펼쳐진다.

 

 

 

 

망설임 없이 비료포대를 깔고 오리궁뎅이 썰매를 타본다.

스르르르르~ 쉬익~쉬익~ 스르르르르~ 쉬익~쉬익~

 

 

 

 

잘도 미끄러지는 썰매 위에서 어느새 동심의 세계로 빠져드니~

"나옹선사" 만큼이나 세상만사가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다.

 

 

 

 

청산견아어거(靑山見我無語居)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시오무애생(蒼空視吾無埃生)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이탈노포기(貪慾離脫怒抛棄)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수여풍거귀천명(水如風居歸天命)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 "적멸보궁" 정암사

 

 

함백산을 내려와 만난 정암사(淨巖寺) 입구에는

"적멸보궁 정암사"라고 쓰여진 돌비가 외롭게 서있다.

 

 

 

 

정암사 일주문(一柱門)으로 들어서니

 

 

[정암사 일주문]

 

 

뚱뚱한 몸매로 비스듬히 누워있는 포대화상이 환하게 웃으며 반겨준다.

 

 

[포대화상]

 

 

경내 왼쪽에 있는 선불도장(選佛道場) 건물처마 밑에~

줄지어 매달려있는 하얀 고드름이 한겨울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준다.

 

 

[정암사 선불도장]

 

 

양산 통도사(通度寺)와 오대산 상원사(上院寺),

설악산 봉정암(鳳頂庵), 영월 법흥사(法興寺)와 함께

 

우리나라의 5대 "적멸보궁"으로 친다는 태백의 정암사(淨巖寺)~!

 

 

 

 

부처님의 뼈나 치아, 사리 등의 진신사리를 모셔 놓은 절을

"적멸보궁"이라고 부르는데~

 

 

 

 

"적멸보궁"에는 석가모니 몸에서 나온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기 때문에

따로 불상을 봉안하지 않고 불단만 설치해 둔다고 한다.

 

 

[정암사 범종각]

 

 

또한 이 "적멸보궁"이라는 말 속에는~

 

"모든 바깥 경계에 마음의 흔들림이 없고 번뇌가 없는 보배스러운 궁전"에서

미혹의 세계를 벗어나 항상 적멸의 낙을 누리라는 뜻이 들어있단다.

 

 

[산 중턱에 수마노 탑이 보인다.]

 

 

1,300여년전 신라의 "자장율사"라는 스님이 문수보살의 계시를 받고

큰 구렁이를 쫓은 자리에 지었다는 사찰, 정암사~!!

 

 

[수마노 탑으로 가는 길]

 

 

당나라를 방문하고 돌아온 "자장율사"가

서해 용왕이 선물로 준 마노석(瑪瑙石)으로 이곳에 탑을 쌓고

 

그 탑에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모셨다는데~

 

 

[정암사 수마노탑]

 

 

물길을 건너온 마노석으로 탑을 쌓았다 하여

돌 이름에 물 수(水)자를 붙여 수마노탑이라고 이름지었다 한다.

 

 

[정암사 백당나무 열매]

 

 

육화정사(六和精舍)가 바라보이는 화단에는

붉은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 한그루가 서있다.

 

 

 

 

일명 "접시꽃 나무"로도 불리는 "백당마무" 열매라는데~

하얀 눈과 대비되어서 그런지 더욱 더 붉게 보인다.

 

 

 

 

천연기념물 열목어가 산다는 계곡을 극락교 위로 건넌다.

극락교를 지난 길은 바로 적멸보궁으로 이어진다.

 

 

 

 

적멸보궁 입구에는 선장단(禪杖壇)이라는 고목나무 하나가 서있다.

 

 

[자장율사 지팡이가 자랐다는 나무]

 

 

이 나무는 자장율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 주장자를

땅에 꽂았던 것이 싺을 틔워 자라난 나무라고 한다.

 

 

 

 

일반 사찰의 건물은 대웅전(殿)이나 삼신각(閣) 등으로 부르고

진신 사리를 봉안한 절은 보궁이라 하여 궁(宮)으로 높여 부른다고 하지만~

 

 

[정암사 적멸보궁]

 

 

불상이나 후불탱화도 없이 수수한 모습의 정암사 적멸보궁은

결코 거만을 떨거나 절대 과시하지 않고

 

 

 

 

그저 마음을 비우고 겸손하라는 큰 가르침만 던져주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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