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섬을 찾아서/제주도 주변 섬

한라산 등정기 ①편

by 전태공 2012. 1. 7.


한라산 등정기 ①편

[인천연안부두 → 제주항 ]



○ 프롤로그 



겨울의 진수는 뭐니뭐니해도 온 세상을 뒤덮고 있는 하얀설경을 보는 것이 아닐까?
눈다운 눈을 만나기 어려운 도심 속의 겨울을 살다가 문득 한라산의 설경이 만나고 싶어졌다.


[한라산 설경]


제주도의 봄, 여름, 가을이야 그 동안 여러번 비행기로 날아가 만나보았지만 
제주도의 겨울만큼은 아직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는 생각에 한라산의 겨울이 더욱 더 보고싶었다
.


[인천↔제주간 여객선 "오하마나"호] 


제주도의 겨울을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비행기로 날아가는 것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힘이들더라도
인천연안부두에서 출발하는 제주행 배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한라산의 설경]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다행히 어느 산악회로부터 나온 여행상품하나가 구미에 딱 맞아떨어졌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인천 제주 간의 왕복 배표와 제주항과 한라산 입구 간을 왕복하는 버스까지 제공해 준다는 상품이었다.




제주도에 도착하면 산을 오를 수 있는 사람은 1,950미터 높이의
백록담 정상을 넘어보고
산을 오를 수 없는 사람은 
별도로 주변 제주관광을 하는 것으로 하고 

모처럼 모친을 중심으로 한 8명의 가족들이  한라산 겨울여행에 나서게 되었다.


[함께 한 가족들]


금요일 오후 6시경에 들어선 인천 연안부두 터미널에는 제주행 여객선 "오하마나"호를 타고
제주도 한라산을 올라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인천항 연안 여객터미널


미리 예약했던
승선개찰권을 받아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적어 넣은 후 6시 20분쯤 개찰구를 통과,  
부두에서 기다리고 있던 
거대한 여객선 "오하마나(OHAMANA)"호로 올라탔다.


[저녁 6시 30분경.. 배를 오르는 사람들 ]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라는 
순수한 우리말 뜻의 이름이라는 "오하마나"호는 길이 141.5m에 폭 22m규모의 배로 
845명의 사람과 승용차 60여대를 동시에 실어나를 수 있는 커다란 여객선이었다.


[여객선 "오하마나"호 복도... ]


또한 "오하마나"호는 
인천에서 약 422킬로, 천리도 넘게 떨어진 제주까지
평균시속 약 33킬로 속도로 13 시간 동안을 항해하는 6.322 톤급의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여객선이라고 한다.

 

[멀어지는 인천항]


인천에서 제주까지

저녁 7시 정각~! 드디어 
긴 뱃 고동소리를 남기며 "오하나마" 호가 인천항 부두를 출발했다. 
금요일 저녁에 인천연안부두를 출발한 이 배는 밤새 달려 토요일 아침 8시경에 제주항에 입항시켜 줄 것이다.


[삼등실 C-5호실에 자리잡은 일행들]


많은 사람들이 들어차있는 좁은 삼등실은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조용하고 안락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에고~ 그렇지만 하룻밤 잠을 조금 설친다고 무슨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겠지~뭐 ?


[삼등실 풍경...]


밤 10시 경부터 갑판 위에서 불꽃놀이가 열린다는 소식에 두툼한 옷을 껴입고 
갑판으로 나가 보았다.
 

[한라산 등산지도]



휘익~ 토네이도처럼 온 몸을 휘감아 온 
매서운 겨울바람이 몸을 움추리게 만들었지만 
5층 갑판 위에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나와 불꽃놀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
 

[밤 10시부터 열린 선상 불꽃놀이 1]



밤 10시 정각~! 드디어 어두운 밤하늘에 
오색찬란한 폭죽이 터지기 시작했다.
펑~ 퍼버벙~ 펑~!펑~! 어두운 밤하늘 속에서 터지는 천여발의 폭죽들은 현란하고 아름다웠다.

 

[선상 불꽃놀이 2]



터지는 폭죽 사이로 
간간히 반짝거리는 등대 불빛이 스쳐 지나갔고
어둠 속에서 명멸하고 있는 밤하늘의 은하수로부터 
별빛들이 구슬처럼 쏟아져내렸다.


[선실 중앙 홀에 늘어 선 베낭행열]


문득 애송시 "이경남"시인의 별이 생각났다.

 별
/이경남
 "별을 소북히 머리에 이고 총총히 집으로 돌아오던 날
  외로움은 붉은 꽃수레를 돌며 밤새 촉루(燭淚)처럼 울었다. 

  질퍽이 흐르는 열사흘 달무리에 오밤별 사롯이 숨지던 날
  외로움은 하얀 꽃상여에 실려 홀홀 재를 넘었다.

  아, 아침해돋이 눈시린 빛발에도 움직이지 않을 우람한 별빛
  신의 동자(瞳子)처럼 우러러 보고 싶은 하나의 별이 내게 있다면"


 



비좁은 선실에는 바리톤 음색에 왈츠리듬으로 코를 골며 잠이든 사람들도 보였고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며 밤을 지새는 사람들도 눈에 들어왔다.


[선실 내에 걸려있는 한라산 주변 지도]
 


광상곡처럼 들리는 코골이 소리과 
웅웅거리는 기관실 엔진소리 
시도 때도 없이 들락 거리는 사람들의 문 여닫는 소리 등으로 어수선한 선실 안에서 얼마 동안을 뒤척거리고 있었을까?

 

[아침바다를 항해하는 어선]



드디어 "오하마나"호는 
당초계획보다 30분이 늦은 아침 8시30분경~! 
뒷뚱거리는 오리처럼 밍기적밍기적 제주항에 입항하고 있었다.




휴~ 정말 멀기는 멀다. 비행기라면 한시간이면 도착할 거리를 
13시간이나 달려왔으니...


[함께한 가족들...]



비록 잠은 조금 설쳤으나 제주도에 도착했다는 사실에 다시 불끈 힘이 솟아올랐다.
이제~ 성판악에서 백록담을 넘어 관음사까지 약
18킬로의 눈길, 산길을 걷는 일만 남았다.


<다음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