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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공의 취미세상/민물 및 견지낚시

낚시터에서 생긴 일

by 전태공 2011. 12. 19.


낚시터에서 생긴 일

지난 10월 초 
이름도 없는 강화도의 어느 둠벙으로 낚시를 떠났다.

멍석 위에 누운 가을 고추가 붉게 익고 있는 시골집 툇마당을 지나
올라선 논두렁에선 메뚜기가 가을기도를 올리고 있다.



[벼 메뚜기]


사그락거리는 풀숲을 지나 활처럼 휜 논두렁을 가로지르니
논 가운데 숨어있는 작은 둠벙 하나가 나타난다.





옷에 붙어있는 도꼬마리 씨앗을 떼어내며 자리잡은 물가에는
소금쟁이와 물매미가 바쁘게 맴을 돌고 있다.

"강병철과 삼태기"의 "낚시터의 즐거움"을 콧노래로 흥얼거리며 낚싯대 두 대를 펼친다.



[도꼬마리]


♬ 맑게 개인 아침 ♪뚜루루루 ~ ♪낚시대를 메고 ♬ 차박차박 ~!♪
♪ 여기 앉아 잡아볼까?♪ 저기 앉아 잡을까? ♬



[수련 잎 옆에 자리잡은 찌]


파란 수초 사이에 미끼를 매단 낚시대를 던져 넣으니
잔잔한 호수에 나이테 같은 파문을 만들며 붉은 찌가 고요히 자리를 잡는다.





낚시대 너머로 멀리 몽실몽실 피어오른 뭉게구름이 눈에 들어온다.
붉은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낚시대 위를 빙글빙글 ~ 맴도는가 했더니 금방 어신(漁信)이 온다.




스물거리던 찌가 쑤욱 ~ 솟구쳐 오르는 순간 으랏찻차~ 잡아 챈 낚시대 끝에
붕어 한 마리가 파닥파닥 ~ 매달려 나온다. 모양이 예쁜 참 붕어다.





첫번째로 잡은 붕어를 고기 망에 집어 넣는 순간 이번에는 찌가 쑤욱 ~ 순식간에 빨려들어간다.
화다닥 ~ 채 올린 낚시대 끝에 날렵한 피라미 한 마리가 바르르르 ~ 달려나온다.

♬ 첫 번 고기 잡아 구워♪ 아빠 갖다 드리고 ♬
♪ 다음 고기 잡아 구워♪ 엄마 갖다 드리고 ♬



[가을 들녘]


심심치 않은 고기들의 입질에 잡아 올린 참 붕어와 피라미들이 벌써 20여마리가 넘었다.

고기 망을 들어올려 보니 오글오글~ 모여있던 물고기들이
파드득 ~ 파드득 ~ 아우성을 친다.



[고기망 속의 참붕어와 피라미]


물방울이 방울방울 구슬처럼 굴러다니는 수련 잎 위로
날개가 까만 물 잠자리 한 마리가 팔락팔락 가을 공기를 휘저으며 지나간다.





낚싯대에 세월이 낚인 것일까?
붕어랑 피라미가 번갈아 가며 입질해주던 낚싯대에 긴 침묵이 흐른다.





바로 그때였다.
고기의 입질이 뜸해 무심코 고기망을 내려다본 순간 ~!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나도 몰래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어느 틈에 들어갔는지 작은 물뱀 한 마리가 고기망 속으로부터
자기 몸보다도 더 굵은 큼지막한 피라미 한 마리를 물고

스르르 ~스르 르~ 뒷걸음질 치며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아 ~~ 뱀이다 ~! 뱀 ~!


[피라미를 물고 옮기는 뱀]


갑자기 보게 된 놀라운 장면에 기겁을 하며 줄행랑을 치다가
좀처럼 보기 힘든 진귀한 살아있는 생태계에 살짝 카메라를 들이 댔다.

낚시꾼은 안 중에 없다는 듯, 뱀은 피라미를 옮기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사람이 옆에 있는대도 불구하고
이판사판~ 어망 속으로 기어들어갔을까?

지금 당장 무엇인가를 먹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뱀의 긴박한 상황을 상상해보며





행여 뱀이 놀라 피라미를 놓아 버리지 않도록 얼른 몸을 비켜 서서
생존을 위한 뱀의 먹이사냥을 멀찌감치 떨어져 구경해 본다.





뱀은 모처럼 얻은 먹이를 죽기살기로 꼭 물고
흙 비탈과 흙무더기를 힘겹게 기어올라 풀숲으로 기어들어간다.





풀숲에 또아리를 튼 뱀은 피라미를 칭칭 감고서 먹을 준비를 하고 있다.
낚시터에서 우연히 만났던 생생한 먹이 사슬의 현장~!





실감 나는 동물의 세계를 보고 감동했던 마음에
잡아 놓았던 참붕어와 피라미 모두를 풍덩풍덩~ 둠벙 속에 방생해주니





다시 한번 "낚시터의 즐거움"이 콧노래로 흥얼거려 진다.





♬ 맑게 개인 아침 ♪뚜루루루 ~ ♪낚시대를 메고 ♬ 차박차박 ~!♪
♪ 여기 앉아 잡아볼까?♪ 저기 앉아 잡을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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