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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찾아서/전라남도 섬

거문도 기행 1 편 (고흥 소록도)

by 전태공 2012. 8. 7.

고흥 소록도

 

 

○ 프롤로그

 

 

몇 년 사이에 집안의 대들보 역할을 하시던 아버님과 두 작은 아버님 등

집안 어르신 세분이 홀연히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참나리 꽃]

 

 

연이어 밀려온 큰 슬픔 속에 경황없이 지내다가 어느 날 문득 주변을 살펴보니

홀로 되신 어머님과 두 작은 어머님의 황망해 하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생노병사(生老病死)의 천륜을 거스를 수 없어

하나님 품으로 떠나신 어르신들이야 결코 붙들 수는 없었지만 

 

 

[쾌속선 "오가고호"]

 

 

이제 홀로 남아 쓸쓸해하시는 어머님과 두 작은 어머님의 마음만큼은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마음을 추스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수행 쾌속선 "오가고호"의 질주]

 

 

그래~ 어르신들을 모시고 섬 여행이나 한번 다녀오자~!

넓고 푸른 바다를 보신다면 조금이나마 마음에 위안을 찾으시겠지~! 

 

 

 

 

그렇게 해서 홀로 되신 어머니와 두 작은 어머니~

그리고 막내 작은 아버님 내외와 고모님 세 분까지 모두 여덟 분을 모시고

 

 

[순천 갈대밭 관광버스]

 

 

2박 3일 동안 소록도와 거문도, 백도를 다녀오게 되었다.

 

 

[여헹 멤버... 순천만 갈대밭]

 

 

고흥 소록도(小鹿島)

 

 

아침 7시 20분, 용산역을 출발한 KTX 열차가 광주 송정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경이다. 

 

 

[용산에서 KTX를 타고 송정리 역으로]

 

 

목포행 완행열차로 열 시간도 넘게 걸리던 머나먼 송정리를

2시간 40분만에 달려와 버린 KTX에 번갯불처럼 빨라진 세상이 그대로 실감 난다.

 

 

[차창 밖, 목백일홍(베롱나무) 꽃]

 

 

녹동항으로 달려가는 길섶에는 붉은 베롱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소록도 입구]

 

 

녹동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경~!

 

오후 2시 반, 출항예정인 거문도행 쾌속선 출발 시간까지

1시간 반 동안의 여유시간 동안 바로 옆에 있는 소록도를 먼저 둘러보기로 한다.

 

 

 

[소록대교]

 

 

소록도 주차장에서 마을로 이어진 길목에는 낙락장송 노송들로 가득하다.

 

 

 

 

날은 무더웠지만 파라솔을 펴든 어르신들은 그저 즐겁다는 표정이시다.

 

 

[소록도 중앙공원으로 들어가는 길]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섬이 작은 사슴을 닮았다 해서

소록도(小鹿島)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는 섬~!! 

 

 

[멀리 보이는 소록대교]

 

 

이름이 아름다운 소록도에는 그러나 슬프디 슬픈 사연들도 전해진다.

 

 

 

 

지금은 보건복지부 소속 국립 소록도 병원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옛날 일제시절~ 이 섬에 문둥병, 즉 한센병(나병) 환자들이 격리수용된 이후

 

 

[해방직후 자치를 요구하다가 학살당한 환자 추모비]

 

 

강제 수용된 많은 환자들이 피눈물 나는 애환들을 겪어 왔으며

해방 직후에는 자치를 요구하는 시위과정에서 80여명이 학살되기도 했단다.

 

 

[출입금지 팻말]

 

 

울창한 송림(松林)을 따라 이어진 해안 길을 10여분쯤 걸어 왔을까.

문득 팻말하나가 나타나 나환자 마을로의 출입을 금한다며 길을 막는다.

 

 

[소록도 중앙공원 안내도]

 

 

어쩔 수 없이 국립소록도 병원 앞을 지나 ,

쇠락한 붉은 벽돌건물 몇 채가 서있는 중앙공원 쪽으로 좌회전한다.

 

 

[소록도 중앙공원 안내]

 

 

이 곳 나환자들이 직접 찍어 낸 붉은 벽돌로 지었다는

검시실(檢屍室)과 감금실은 그 이름마저도 무시무시한 선입견을 준다.

 

 

[검시실]

 

 

하늘이 내린 천형(天刑)으로 알고 갇혀 살던 환자들이 죽으면 해부를 했다는 검시실~

 

 

[감금실]

 

 

이곳에서는 또 한센병 환자가 아이를 가질 수 없도록

단종수술(斷種手術)인 정관수술까지 시행되었다고 전해진다. 

 

 

[감금실 설명]

 

 

검시실 바로 옆에는 수용소 내의 규칙을 어긴 환자들을 감금시켜

체벌과 노역, 금식 등의 벌을 주었다는 감금실이 푸른 담쟁이 넝쿨에 뒤덮여있다. 

 

 

[감금실]

 

 

감금실 건물 복도에는 환자가 썼다는 시 하나가 절규하듯 게시되어 있다.

 

"아무 죄가 없어도 불문곡직 가두어 놓고 왜 말까지 못하게 하고 어째서 밥도 안주느냐

 

 억울한 호소는 들을 자가 없으니 무릎을 꿇고 주께 호소하기를

 주의 말씀에 따라 내가 참아야 될 줄 믿습니다."

 

 

[감금실에 관한 시]

 

 

감금실을 지나 공원으로 가는 길목에는

"한센병은 낫는다"라는 구호가 새겨진 "구(救)라(癩)탑"이 서있다.

 

 

[구라탑]

 

 

구라탑을 중심으로 소록도 중앙공원이 예쁘게 펼쳐져 있다.

공원 조경이 참 아름답다.

 

 

[중앙공원]

 

 

마치 제주도의 식물원이라도 들어선 것만큼이나 열대식물이 울창하고

 

 

 

 

반송이나 솔송같은 귀한 소나무들과 황금편백, 향나무~

후박나무, 삼나무,팔손이나무 등이 단정한 외관을 자랑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예쁜 나무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하시면서

초등학생 시절, 소싯적으로 돌아간 것처럼 마냥 즐거워하신다.

 

 

 

 

공원 중앙에 놓여진 넓은 바위 위에는

문둥병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한하운"시인의 시, "보리피리"가 음각되어 있다.

 

 

[한하운 시인의 시 "보리피리"]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꽃청산 어린 때 그리워 피-ㄹ 닐니리 "

 

이 곳에서 갇혀 살아야 했던 "한하운"시인이 얼마나 고향을 그리워했는지

시 구절구절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의 마음이 가득 담겨있다.

 

 

 

 

푸른 하늘빛이 묻어 나는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는 아름다운 섬~!

 

 

 

 

소록도의 뒤안길에 스며있는 슬픈 이야기들이 마음을 스산하게 만들면서

가슴 속으로 뭔가 짠하다는 느낌이 밀려들었지만

 

 

[소록도 자료관]

 

 

마냥 즐거워하시며 잘 걸으시는 어르신들 모습에

그저 감사하고 고마워 하는 마음으로 가득했다.

 

자~ 이제 어서 항구로 달려가 거문도행 쾌속선에 올라타야지~!.

 

 

<1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