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섬을 찾아서/전라남도 섬

흑산도 여행기 2편

by 전태공 2011. 12. 18.

흑산도 여행기 2

상라봉 정상에서의 해 내림, 일몰


 
"흑산도아가씨" 노래비 옆 삼라봉 정상을 오르기 시작했다.





10여분 계단 길을 한 걸음에 올라 디디고 선 삼라봉 정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낙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삼라봉 정상에 서서 동서남북 사방팔방을 둘러보았다.
아~ 어찌 이리도 아름답고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질 수 있단 말인가 ! 



[삼라봉에서 바라본 예리항]


구비 구비 열 두 고개 아래에는 빙 둘러 서 있는 섬들을 천연 방파제 삼아
천혜의 항구 예리항이 고즈넉하게 앉아있었고





반대쪽 서쪽 바다에는 이글이글 애띤 얼굴로 동쪽바다에서 불끈 솟아올랐을 태양이
붉은 낙조가 되어 서서히~ 수평선을 향해 해 내림의 몸짓을 시작하고 있었다.





"엄원용" 시인의 낙조(落照)라는 시(詩)가 떠올랐다.

오호~ 저기 붉은 얼굴을 보라.
서쪽 하늘을 곱게 장식하는 사랑의 몸짓





황홀한 불놀이, 불놀이야

불길 따라 시간이 타고 있다.
어두워가는 세상도 타고 내 마음도 탄다.





온 세상을 마지막으로 아름답게 장식하는 꽃 신비의 꽃밭이다.
아름다워라.





이제 제 할 일 다 하고 때가 되매
황홀한 몸짓 조용히 거두며 말없이 명상의 나라로 떠난다. 



[삼라봉 낙조]

예리항 방파제 길 산책과 바다낚시

꿈결과도 같았던 흑산도 육상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니
예리항에는 먹물처럼 어둠이 내려와 있었다.





지금부터 내일 오전 10시 40분까지는 자유시간이다.
흑산도에서 맞은 이 마지막 밤을 어찌 그냥 보낼 수 있겠는가 ! 

릴낚싯대 하나를 챙겨 들고 예리항 방파제 길 산책에 나섰다.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밤바다 위엔 초롱거리는 별빛이
유난히 밝게 명멸하고 있었다.

방파제 어둠 속에서 바라다 본 예리항엔
♩한없이 외로운 달빛을 안고 ♬ 살아왔을 외로운 불빛이 물에 비쳐 일렁이고 있었다.





부두 끝자락에 서서 미끼를 꿴 릴낚싯대를 던졌다.
던지자마자 툭~툭~ 거리는 입질과 함께 부르르 손맛이 전해져 왔다.

무슨 고기일까? 궁금해 하며 채 올린 낚싯대 끝에
우럭 한 마리가 파드득 거리며 대롱대롱 매달려 나왔다.





신선도가 떨어져 버린 미끼인데도 이렇게 집어넣기만 하면
고기들이 물고 늘어지는 것을 보면 흑산도는 정말 고기가 많은 섬인가 보다.

노래미도 나오고 망상어도 귀한 얼굴들을 내 밀어 주었다.





작은 놈들은 모두 방생해 주고 제법 쏠쏠한 놈, 몇 마리로 회를 떠
초장에 살짝 찍어 입에 집어넣으니 입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이런 감칠맛을 과연 세상 어디에서 맛볼 수 있단 말인가 !



[예리항 밤낚시 조과]

흑산도의 밤은 깊어가고 즐거웠던 여행도 슬슬 끝나가고 있었다.

이젠 출발할 때의 설레임 대신 여행을 마감할 때의 아쉬움이 가슴 속에서 출렁거리고 있었다.
흑산도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저물어갔다.





자산 "정약전"선생을 기린 자산문화 도서관

다음 날 아침 번쩍 눈을 뜨니 바다 위에 안개가 가득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게 낀 안개 때문에
목포에서 들어와야 할 쾌속선이 당초계획보다 두 시간 정도 연착될 전망이란다.





배를 기다리는 동안 연안여객 터미널 부근에 있는 자산 문화도서관을 찾았다.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면서 해양생물에 대한 소중한 기록
 "자산어보"를 남겼다는 다산 정약용의 둘째 형이자





조선후기 문신인 "정약전" 선생을 기리는 도서관에는
"정약전"선생에 관한 역사적인 설명이 잘 되어 있었다.



[예리항의 아침]


오후 12시 반 드디어 배가 들어왔다. 자 이젠 떠날 시간이다.
떠나기엔 많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가슴 속은 벅찰 만큼 뿌듯했다.





이번 여행에서 눈으로 보고 누렸던 안복(眼福)이 얼마나 많았던가!.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이라는 책에 있는 구절 하나가 생각났다.





“여행은 새로운 뭔가를 시도하는 것이며 내가 만들어가는 것” 이라는..





그래 이제 홍도 흑산도 여행은 이만 접고 새로운 또 다른 여행을 슬슬 만들어 가보자 !
사람들은 여행 길 위에서 언제나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말하지 않던가!

<끝>


'섬을 찾아서 > 전라남도 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수 금오도 비렁길 산책 2편  (4) 2012.04.06
여수 금오도 비렁길 산책 1편  (0) 2012.04.04
흑산도 여행기 1편  (2) 2011.12.18
홍도여행기 4편[마지막 편]  (2) 2011.12.18
홍도여행기 3편  (0) 2011.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