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금강 여행기④ [보덕암의 절경]
○ 마하연(摩訶衍) 터
비로봉을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묘길상에 남겨두고 내려오다가
공덕비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니 마하연 터가 나타난다.
[마하연 터]
촛대봉과 혈망봉, 법기봉이 올려다 보이는 이곳에는
스님들이 공부하던 2대 선방 중 하나인 마하연(摩訶衍)이 있었다고 한다.
마하연(摩訶衍)은 대승 불교의 중심 사상을 뜻한다는데
[마하연 칠성각]
방이 53칸이나 되었다는 마하연 건물은 한국전쟁 당시 불타 버려
지금은 무성한 잡초 속에 주춧돌만 남아 있고
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칠성각 건물 한 채만 숨을 죽이고 서있다.
[금강대(자료)]
○ 보덕암(普德庵)의 아름다움
마하연 터를 뒤로 하고 다시 하산하기 시작한다.
되돌아 내려오면서 다시 만난 만폭동 계곡은
올라갈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의 아름다운 풍광들을 펼쳐내 준다.
[보덕암을 오르다 올려다 본 향로봉]
"육당 최남선"선생이 쓴 금강예찬에서 "금강산의 다른 구경은 모두
만폭동 구경의 부록"이라고 했다는 표현에 구구절절 공감이 간다.
출렁다리 몇 곳에서 보수공사가 한참 진행되고 있어 물어보니
현대아산 소속의 우리 인부들이 하고 있는 작업이다.
[보덕암 가는길]
단아한 여인의 속살과도 같은 계곡을 따라 내려오다가
만폭 8담 중 하나인 분설담에서 보덕암을 향해 오르기 시작한다.
[보덕암 1]
계곡을 가로지른 징검다리 앞, 커다란 바위에는
"김정숙 어머니 우리 어머니~!" 라는 글이 붉게 새겨져 있다.
[보덕암 입구 분설담 바위에 음각된 글씨]
보덕암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른 돌계단 길이다.
수백개의 급경사 돌계단을 기다시피 기어오르다가 문득 위를 올려다보니
[보덕암 2]
깎아지른 수직의 절벽에 아슬아슬 매달려 있는 암자 하나가 눈에 보인다.
바로 내금강의 절경, 보덕암(普德庵)이다.
[보덕암 3]
법기봉 바위 절벽에 제비집처럼 매달려 있는 보덕암은
높이 20m가 넘는 구리기둥 하나에 힘겹게 의지하고 있다.
[향로봉과 보덕암(자료)]
젖가슴과도 같은 향로봉 둘을 거느린 보덕암은
만폭동 절경을 내려다보며 그대로 한 폭의 동양화가 되어 있다.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보덕암이 빚어놓은 절경에 나도 모르게 탄성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보덕암 4]
이런 아름다움을 가졌기에 옛날 어느 선비 하나가
" 앞 기둥은 바위밖에 나가 붙은 데가 없어서
수십 척 되는 구리기둥으로 이를 받치고 다시 두 줄의 쇠사슬로 엮었다."
[보덕암 5]
" 그러므로 처음 그 위에 오르려면 흔들거려서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것 같으니 어지럽고 기가 질려 감히 아래를 내려다볼 수가 없다."
[보덕암 위 전망대]
" 암자의 북쪽에는 천연으로 된 대가 있어 역시 굴의 이름을 붙였는데
거기에 올라 대소 향로봉을 굽어보면
그 형상이 마치 어린아이를 어루만지고 있는 것 같다."며
보덕암의 절경을 극찬했나 보다.
[보덕암 안내판]
보덕암 자리에는 원래 보덕각시가 살았던 자연굴이 있었는데
바로 그 자연굴 앞에 고구려 보덕화상이 보덕암을 창건했다고 한다.
[보덕암 전망대에서 조망해 본 만폭동 계곡]
"만폭동과 어울려 있기에 보덕암이 아름답고, 보덕암이 있기 때문에 만폭동이 더 빛난다"는
북한 안내원동무의 설명을 들어가며 보덕암 위에 올라서니
대,소 향로봉과 오봉산을 거느린 만폭동의 절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오~ 정말로 빼어난 선경(仙境) 앞에 그저 한동안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보덕암 6]
○ 금강산도 식후경
보덕암의 아름다움을 뒤로 하고 다시 하산을 시작한다.
내금강 절경에 취했던 몽롱했던 마음이 정신을 차리자 슬슬 허기가 느껴진다.
[보덕암 그림]
그래~ 참~ 여기가 금강산이지~ 문자 그대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빨리 내려가서 고픈 배를 채우고 싶다.
[보덕암 그림]
표훈사로 되돌아온 12시 반경.. 서둘러 북한 천막식당으로 들어선다.
내금강 지역에는 식당이 전혀 없어 표훈사 함영교 아래 전나무 숲에
천막으로 가설식당을 만들어 놓고 간단한 야외뷔페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야외 식당 앞, 좌판과 북한 아가씨 동무들(자료)]
천막 가설식당 바로 앞, 좌판에서는 북한 특유의 억양을 가진 아가씨동무가
평양소주나 송화가루 등을 팔고 있다.
아침에 우리 버스에 동승했던 북한 안내원들이 식사를 하다가
"내금강~ 구경 잘 하셨습네까?"하고 활짝 웃으며 인사를 해준다.
반가운 마음에 나도 좌판에서 한 병에 5달라나 하는 평양소주 몇 병 사서
안내원들과 한잔씩 나누어 마시며 1인당 10달라짜리 점심을 헤치워 버린다.
함께 식사를 했던 북한 사람들은 결코 머리에 뿔난 도깨비들이 아닌
우리와 똑같은 말을 하고 똑 같이 식사하는 똑 같은 사람들이었다.
<4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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