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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및 해외여행기/2012년도

영양 대티골 외씨버선 길

by 전태공 2012. 11. 12.

영양 대티골 외씨버선 길

 

 

주륵주륵~ 가을비가 세차게 내린다.

 

 

 

 

아침 7시반에 서울을 떠난 버스가

일월산(日月山) 자생화공원 앞에 도착한 시간은 거의 정오경이다.

 

 

 

 

 

서울에서 네 시간 이상 걸렸으니 휴~ 정말 멀긴 멀다.

그래서 영양 사람들도 일월산 주변을 "육지 속의 섬"이라고 하는가 보다.

 

 

 

 

서울보다 1.3배나 넓은 면적을 가졌으면서도

살고 있는 주민은 18,000여명에 불과하다니 영양군은 오지 중의 오지가 틀림없다.

 

 

 

 

아니 그런데 이런 두메산골 심산유곡에 왠 자생화 공원인가~?

 

 

 

 

설명문을 읽어보니~ 원래 이곳은 일제 강점기부터

금, 은, 동, 아연 등을 채굴하던 용화광산 터로서

 

 

 

 

일월산에서 채굴한 금속 광물들을 종류별로 추려내던

선광장이 있던 자리인데~ 지금은 폐광이 되었으나

 

 

 

 

광물을 추려내면서 사용한 화학성 독성물질로 오염된 땅이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는 불모지로 변해 그 동안 방치되어 있다가

 

 

[공원을 오르는 우산 행렬~]

 

 

최근에 오염물질을 밀봉시켜 야생화공원으로 재 탄생시킨 곳이라고 한다.

 

 

 

 

쉬지 않고 내리는 가을비 속에서도

자생화공원 주변의 현란한 가을색은 눈이 부실 정도다.

 

 

 

 

 

첩첩산중 산 자락에 드리워진 뽀얀 운무는

자연 그대로를 화폭으로 삼아 예쁜 동양화를 말없이 그려내고 있다.

 

 

 

 

일월산 대장군과 여장군~!! 영양고추 대장군과 여장군~!!

장승들의 해학스러운 표정이 마냥 익살스러워 보인다.

 

 

[자생화공원의 대장군과 여장군 장승들~]

 

 

넓은 자생화공원에는 구절초, 금낭화, 원추리 등

일월산 주변에서 자생하는 야생화들로 가득하다는데

 

 

 

 

비가 내리고 있어서 그런지 붉은 단풍만 눈에 들어온다.

 

 

 

 

자생화공원을 떠나 경북 영양군 일월면 용화리, 대티골마을로 이동한다.

 

 

 

 

마을 입구에 세워져 있는

"자연치유 생태마을 대티골"이라는 슬로건이 눈에 들어온다.

 

 

 

 

동해의 일출과 월출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산이라서

해와 달을 뜻하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는 일월산(日月山) 정상에는

 

 

 

 

주봉 일자봉(日字峰)과 월자봉(月字峰) 등 봉우리 두개가 있고~

 

 

 

 

음기가 세서 여(女)산으로 불리면서

전국각지의 무속인들로부터 성산(聖山)으로 추앙받는 산이기도 하단다.

 

 

 

 

"아름다운 숲길"공모에서 어울림 상을 받았다는 대티골 숲길로 들어선다.

 

 

 

 

숲길 입구에는 대티골 숲길 안내도와 외씨버선길 표지가 서있다.

 

 

 

 

경상북도와 강원도지역의 대표적인 오지면서 청정지역인

청송, 봉화, 영양, 영월 지역을 하나로 잇는다는 외씨버선길~!

 

 

 

 

그런데 이 외씨버선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개그맨 전유성이 썼다는 외씨버선 길 설명문을 읽어보니~

 

 

 

 

외씨버선이란~? 오이씨처럼 볼이 조붓하고

갸름하여 맵시가 있는 버선을 말한다는데~

 

 

 

 

길 이름으로 선정된 외씨버선이라는 말의 어원은

이 지역 출신인 시인 조지훈의 시(詩) "승무"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승무(僧舞)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대에 황촉 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 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 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원래 대치(大峙)골로 불리다가 대티골이 되었다는 이 곳은

 

심산유곡인 영양에서도 군청 소재지와

28㎞나 떨어진 일월산 기슭의 오지 중의 오지마을로~

 

 

 

 

이 곳에 마을이 있는지 조차도 모를 정도의

두메산골, 산간벽지, 심심산골, 심산유곡이었다는데~

 

 

 

 

주로 고추농사를 짓던 이곳 마을주민 십여 집이 뜻을 모아

잘 보존된 청정 자연환경과 자생 야생화와 산나물을 이용

 

"도시인들이 찾아와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쉬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자"며

 

 

 

 

"자연치유 생태마을 대티골"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 5년여 동안 구슬땀을 흘려온 덕분에 요즘 제법 뜨고 있는 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주민들은 "자연치유 생태마을"의 의미를 "따뜻한 정을 나누며

자연 속에서 휴식하고 잠자며 청정 먹 거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한 후~

 

 

 

 

먼저 도시인들과 정(情)을 나누는 공간으로

한 집 당, 황토 방 하나씩 만들어 민박을 하도록 했고

 

 

 

 

청정한 자연 속에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광산용으로 만들어진 길을 손질해 아름다운 숲길을 만들었으며

 

 

 

 

 

이곳에서 키운 청정 채소와 산나물로 생명밥상을 차리기 위해

 

대티골만의 특산물인 토종 산마늘(명이나물)과

토종부추(두메부추)를 집중적으로 재배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숲길 온 천지에 붉고 노란 단풍이 흐드러져 있다.

 

아스라이 숲으로 뻗어나간 길은

아닌게 아니라 조붓하고 갸름한 외씨버선처럼 보인다.

 

 

 

 

『 이 길을 걷는 동안 나는 없습니다.

 

    바람과 구름과 나무~

    새들과 꽃들

 

    스스로 그러함(自然)만이

    생명의 울림으로 가득합니다.』

 

     2011 김원주

 

짧은 시 하나가 숲길만큼이나 참 예쁘게 느껴진다.

 

 

 

 

깊은 산 속~ 호젓한 숲길에는

붉은 색과 녹색의 희망 우체통 두개가 서있다.

 

『 사랑하는 이에게~ 그리운 이에게~ 

   여기 같이 오고 싶었지만 같이 못온 이에게~

 

   자기가 자기에게 편지를 써봅시다.』

 

그래~ 그렇다면 나는 무슨 편지를 써볼까?

빨간 단풍잎 하나에 ~ 편지를 써본다. 가을아 잘 가~!

 

 

 

 

봄과 여름에는 노랑제비꽃·꿩의 바람꽃 등 야생화가 지천이라는데

대티골 가을 숲에는 빨주노초파남보~ 그저 온통 무지개 빛만 흐드러져 있다.

 

 

 

 

하늘을 뒤덮은 원시림의 찬란한 가을 속에서

문득문득 시리도록 맑은 계곡물이 나타나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 주기도 한다.

 

 

[농기구]

 

 

칡이 온산을 뒤덮었다는 칡밭목 삼거리를 지난다.

이정표에 쓰여진 칠밭목이라는 지명은 칡밭목 임이 틀림없다.

 

 

 

 

아름다운 숲길엔 바스락이는 낙엽이 융단처럼 깔려있다.

가을 낙엽 길을 걷다가 나도 어느새 가을 숲이 된다.

 

 

 

 

바스락이는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와 어우러진 가을비소리가

감미로운 숲속의 세레나데가 되어 들려온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