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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금강 여행기 ② [ 내금강으로]

 

 

○ 온정령을 넘어

 

 

해금강호텔에서의 첫날 아침이다.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고 하늘부터 살핀다.

오~예~! 다행히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씨다.

 

내금강 관광버스에는 북한 안내원들이 동행을 한다.

아침 8시 15분경에 온정각을 출발한 버스가 온정령을 오르기 시작한다.

 

 

[금강송]

 

 

수림미(樹林美)를 한껏 뽐내고 있는 금강송 숲길을 지나

일 년 내내 안개가 끼어있다는 계곡 한하계(寒霞溪)를 지날 무렵

동승했던 북한 여자 안내원동무 하나가 일어나 마이크를 잡는다.

 

" 위대하신 수령 김일성원수님과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님의 은덕으로

금강산을 찾아오시게 된 남조선 관광객여러분~ 반갑습네다.~?" 라는 인사를 시작으로

 

곰이 도토리를 찾다가 발을 헛디뎌 떨어져 바위가 되어다는 곰 바위 전설과

 

무보다도 더 큰 산삼을 캔 박씨노인이 서울부자에게 만냥에 팔았다는

만냥골의 전설 등을 설명해주기 시작한다.

 

 

 

 

온정각에서 내금강입구까지는 약 44km, 백 십리 정도밖에 안되지만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비포장 산길이라서 버스로 두 시간이나 걸린다고 한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차는 거의 180도로 휘어진 꼬부랑 비탈길을

갈지(之)자를 그리며 관음연봉 사이를 힘겹게 오르고 있다.

 

 

[만물상]

 

 

"안내원 동무~! 도대체 이 고개가 몇 구비나 되는 겁니까?"

 

계속 꼬부랑거리는 고개가 궁금해 던져본 질문에

“백공육 구비입네다.”라고 대답해 준다.

 

“뭐시라...백공육 구비라고 ? 백공육??? 아하~ 백 여섯구비라는 말이구나.”

 

아흔 아홉 구비 보다 여덟 개나 더 많다는 백 여섯 구비 고갯길을 어질어질 올라

만물상 입구 만상정을 지난 버스가 갑자기 터널 속으로 기어든다.

 

 

[만물상]

 

 

온정령(溫井嶺)터널~ 아니 북한 말 표현으로 온정령 굴이다.

고성군 외금강과 금강군 내금강 사이의 경계가 바로 이 온정령 굴이란다.

 

해발 857m 높이의 온정령 굴을 지나자 이제 비포장도로가 시작된다.

차창 밖, 풍경 역시 뾰족한 날카로움에서 둥글둥글한 부드러움으로 바뀐다.

 

 

[금강송 2]

 

 

○ 단풍리와 금천리, 긍강읍을 지나

 

 

온정령 굴을 지나온 버스는 뽀얀 흙먼지를 일으키며

북한강 상류로 흘러든다는 금강천 옆을 털털거리며 달린다.

 

해방 전에는 금강산 여행객들이 기차로 내금강 역으로 들어와

내금강을 먼저 구경 후, 지금 이 길로 외금강으로 넘어갔다는데

 

 

 

 

지금 우리는 그 길을 거꾸로 달려가고 있는 셈이다.

 

온정령 내리막길을 거의 내려온 버스가 단풍1리 북한 마을로 접어들자

지금까지 좀처럼 만나기 힘들었던 북한 마을들이 차창 가까이로 다가온다.

 

 

[북한마을 ... 영화 자료사진 1]

 

 

오와 열을 맞추어 가지런히 지어져 있는 회색 빛 집들~!

지붕이나 벽, 창문의 생김새까지 똑같이 지어진 성냥갑같은 동네엔 적막감이 감돈다.

 

간간히 "자력갱생", "위대한 주체농민 만세~!"라는 붉은 색 구호와 함께

 

"우리의 위대한 혁명의 수뇌부를 목숨 걸고 수호하자~!"는 구호와

"생산도 학습도 생활도 항일유격대 식으로"라는 구호도 눈에 들어온다.

 

 

[북한 주민 ... 영화 자료사진 2]

 

 

"모내기 전투장"이라는 깃발이 꽂힌 논에서는

북한 인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모내기 전투를 하고 있지만

 

전투처럼 치열하게 모내기를 하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하긴 협동농장의 일이니 어찌 내 논만큼 열심히 하게 되랴~!

 

 

[아카시아 ... 자료사진]

 

 

길섶 아카시아 가로수에는 하얀 꽃이 팝콘처럼 피어있다.

 

남쪽에서는 아카시아 꽃이 한참 사그라지고 있는 시기에

아카시아 꽃이 흐드러져 있는 것은 산악지대라서 계절이 늦기 때문이란다.

 

 

[분홍꽃 아카시아~자료사진]

 

 

하얀 아카시아 꽃 사이에 특이하게도 붉은 색 아카시아 꽃들이 많이 피어있다.

 

북한에서 개발했다는 이 "분홍꽃 아카시아" 는 성장이 빠르고

가축의 먹이와 땔감 등, 용도가 많아 대대적으로 보급된 품종이라고 한다

 

작년 홍수 때 큰 피해를 입었다는 수해지역을 지난 버스가

내금강 역이 있었다는 금강읍으로 들어서자

 

 

[북한마을 ... 자료사진 2]

 

 

제법 큰 북한 마을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까운 곳에 서있다.

 

찻길 옆으로 많은 연립주택들과 단독주택들이 줄지어 지어져 있고

금강중학교 간판이랑 상점, 관공서 같은 건물들도 눈에 띄었지만

 

 

[북한마을 ... 자료사진 3]

 

 

간간히 부동자세로 서 있는 북한 군인들을 제외하고는

북조선 주민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아마도 모습을 나타내지 말라는 당의 명령으로 모두들 어딘가에 숨어 있는 듯 하다.

 

 

[북한초병.. 자료사진 4]

 

 

하긴 한가롭게 금강산을 구경 나온 남조선 사람들에게

북조선 노동자 농민들이 힘들게 일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으리라~!

 

차창 밖으로 보이는 크고 작은 야산이 모두 민둥산이다.

거기에다 가파른 비탈까지도 온통 다락 밭으로 개간되어 있다.

 

 

[북한 야산의 다락논 ... 자료사진 5]

 

 

논과 밭이 부족한 북한이라 한편으로 이해는 되면서도

어휴~ 밭을 일군다며 저렇게 민둥산을 만들어버리면 산사태가 날 것이고

 

가파른 비탈을 오르내리며 농사를 지으려면 힘이 많이 들텐데~ 하고 걱정을 하는 사이

장안사 입구, 만천교를 건넌 버스는 아름드리 전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내금강 전나무 숲길]

 

 

○ 표훈사를 지나 만폭동으로

 

 

내금강입구는 아름드리 전나무들로 빽빽한 밀림을 이루고 있다.

 

이곳 전나무들은 수백 년 묵은 고목들로

오래된 것은 1500년이 넘는 할아버지 나무도 있다는데

 

 

[표훈사 안내문]

 

 

만폭동 계곡에서 흘러내려온 섬섬옥수와도 같이 맑은 백천골 계곡물과 어우러진

울울창창한 전나무들이 눈길 닿는 곳 모두를 그대로 한 폭의 산수화로 만들어 놓고 있다.

 

버스는 장안사 터와 삼불암을 지나 표훈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내금강을 둘러보는 코스는 바로 이곳 표훈사에서부터 시작된다.

 

먼저 표훈사에서 금강문을 지나 화룡담 등 만폭동 계곡을 따라

현재까지 개방된 지역의 종점인 묘길상까지 오른 다음

 

되돌아 내려오면서 마하연터와 보덕암을 본 후

 

 

[표훈사 입구]

 

 

표훈사 솔밭에 차려진 야외뷔페로 점심을 먹고

다시 표훈사 아래 전나무 숲길을 따라 부도밭과 삼불암, 울소를 거쳐

 

장안서 터를 둘러보는 것으로 오후 4시경 관광을 마무리한다고 한다.

 

 

[표훈사 능파루(자료)]

 

 

표훈사 입구를 탁 가로막고 있는 2층문 능파루(凌波樓)를 지나

들어선 표훈사 마당에는 7층 석탑 하나가 서 있고

 

석탑 바로 앞에는 표훈사 대웅전에 해당하는 반야보전이

꾸밈없이 소박한 모습으로 부드러운 곡선미를 자랑하고 있다.

 

 

[표훈사 7층석탑 및 반야보전(자료)]

 

 

노랫말 그대로 팔만 구 암자가 있었다는 금강산에는

표훈사, 유점사, 신계사, 장안사 등 금강산을 대표하는 4대 사찰이 있었다는데

 

유점사, 신계사, 장안사는 한국전쟁 때 불타 버리고

표훈사만 유일하게 살아남았다고 한다.

 

 

[표훈사 명부전(자료)]

 

 

표훈사에는 반야보전을 중심으로 명부전, 영산전, 어실각, 칠성각, 판도방 등

일곱 개의 건축물이 남아 있고

 

머리가 긴 북한의 스님하나가 표훈사를 지키고 있었는데

머리를 보니 우리나라 사찰에서 만날 수 있는 스님같지는 않아 보인다.

 

 

[표훈사 전경 (자료)]

 

 

청학봉과 오선봉·돈도봉·천일대등 기암 고봉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 표훈사~

이처럼 멋드러진 표훈사 경치에 반한 조선시대 풍류 시인 김삿갓이

 

 

[표훈사 공포]

 

 

"우뚝우뚝 뾰족뾰족 괴이하고 신기한 모습~!

사람도 신선도 부처님도 놀라겠네 ~!"

 

 

[표훈사 영산전]

 

 

평생소원이 금강산을 읊으려 했더니

이제 금강산에 이르고 보니 시는 막히고 탄식만 나오네~!" 라고

 

시를 쓸 수밖에 없었나 보다. 자~ 이제 만폭동 계곡으로 달려가보자~!

 

 

<2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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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상열 전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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