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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및 해외여행기/2012년도

고려산 신록예찬

by 전태공 2012. 5. 4.

1. 고려산 임도

 

 

5월 첫날의 진달래꽃 끝물이라도 만나보기 위해

진달래 군락지로 명성이 자자한 강화도 고려산을 찾아 나섰다.

 

 

[백련사로 오르는 임도]

 

 

고인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백련사로 이어진 산길로 들어선다.

 

 

 

 

 

S라인 미녀의 허리곡선 같은 밭이랑에 심어진 고구마 순이 푸르르다.

 

 

 

 

임도 길섶에는 재잘거리는 유치원 아이들 같은 노란 양지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양지꽃]

 

 

구비구비 나타나는 산자락마다 초록 순이 움트는 전나무들로 울울창창하다.

 

 

 

 

 

연 초록빛 싹을 틔운 전나무 숲마다 초록빛 파도가 일렁거린다.

 

 

 

 

신록 속에 꽃을 피운 황매화 노란 빛이 더욱 더 샛노랗다.

 

 

[황매화]

 

 

삭막하고 앙상하던 가지에 움터 오른 초록빛 새순~!

 

 

 

 

저렇게 여리디 여린 해맑은 싹이 겨우내 어디에 숨어 있었을까?

 

 

 

 

하얀 산딸기 꽃 위로 "릴케"의 시가 두둥실 떠돌고 있는 듯 하다.

 

  

 

 

2. 백련사(白蓮寺)

 

 

꼬부랑거리는 가파른 임도를 쉬엄쉬엄 올라서니 작은 사찰 백련사가 나타난다.

 

 

[백련사]

 

 

고려산 북쪽 중턱에 위치한 유서 깊은 이 절은 조계사 말사라고 한다.

 

 

 

 

고구려 장수왕 시절, 인도로부터 온 "천축조사"가 이곳에서 절터를 찾던 중

 

 

 

 

고려산 어느 연못에 핀 다섯 가지 색깔의 연꽃을 발견하고

그 연꽃들을 꺾어 공중으로 날려 떨어진 자리에 절을 세웠다는데

 

 

 

 

 

청색 연꽃이 떨어진 곳에 "청련사"를 세웠고 적색 연꽃이 떨어진 곳에 "적석사"를 세웠으며

 흰 연꽃이 떨어진 이 자리에 "백련사"를 지었다고 한다.

 

 

 

 

 

백련사에는 오랜 연륜이 느껴지는 커다란 은행나무 고목과

붉은 꽃을 피운 작은 금낭화가 잘 어우러져 있다.

 

 

[금낭화]

 

 

3. 백련사 신록예찬

 

 

백련사 앞에는 계절의 여왕 5월의 초록빛이 화려하다.

 

 

 

[백련사 느티나무 신록]

 

 

여러 그루의 고색창연한 느티나무 가지마다 연둣빛 새싹이 돋아 올랐고

백련사 주변 숲에는 이미 거센 초록빛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중이다.

 

 

 

 

동서남북 사방팔방으로부터 밀려드는 초록빛 파도에

백련사와 이어진 돌계단 위로 주체하지 못하는 초록빛 물감이 뚝뚝 떨어진다.

 

 

 

 

 

신록 속에 서 있으니 소싯적에 읽었던

"이양하"선생의 신록예찬(新綠禮讚) 이 구절구절 떠오른다.

 

" 봄,여름,가을,겨울, 두루 사시(四時)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그 중에도 그 혜택을 풍성히 아낌없이 내리는 시절은 봄과 여름이요"

 

 

 

 

 

" 그 중에도 그 혜택을 가장 아름답게 내리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萬山)에 녹엽(綠葉)이 싹트는 이 때일 것이다."

 

 

 

 

 

"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

 

 

 

 

 

"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 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 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

 

 

 

 

 

-중략-

 

"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 낸다. "

 

 

 

 

 

" 그리고 나의 마음의 모든 티끌~ 나의 모든 욕망(慾望)과 굴욕(屈辱)과

  고통(苦痛)과 곤란(困難)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

 

 

 

 

 

" 볕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앉는다.

 

 

 

 

 

말하자면, 나의 흉중(胸中)에도 신록이요, 나의 안전(眼前)에도 신록이다." 

 

 

 

 

 

-중략-

 

" 그러기에, 초록에 한하여 나에게는 청탁(淸濁)이 없다.

  가장 연한 것에서 가장 짙은 것에 이르기까지 나는 모든 초록을 사랑한다. "

 

 

 

 

 

" 그러나 초록에도 짧으나마 일생이 있다.

  봄바람을 타고 새 움과 어린 잎이 돋아나올 때를 신록의 유년이라 한다면~"

 

 

 

 

삼복염천(三伏炎天) 아래 울창한 잎으로 그늘을 짓는 때를

  그의 장년 내지 노년이라 하겠다."

 

 

 

 

" 유년에는 유년의 아름다움이 있고, 장년에는 장년의 아름다움이 있어,

  취사(取捨)하고 선택할 여지가 없지마는~"

 

 

 

 

 

" 신록에 있어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역시 이즈음과 같은 그의 청춘시대--- "

 

 

[쇠별꽃]

 

 

" 움 가운데 숨어 있던 잎의 하나하나가 모두 형태를 갖추어 완전한 잎이 되는 동시에,

  처음 태양의 세례를 받아 청신하고 발랄한 담록(淡綠)을 띠는 시절이라 하겠다."

 

 

 

 

고려산 신록은 이양하 선생의 신록예찬 그대로인 듯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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