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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찾아서/경상남도 섬

사량도(蛇樑島) 지리망산(智異望山)

by 전태공 2011. 12. 28.

사량도(蛇樑島) 지리망산(智異望山)



토요일 늦은 밤, 인천을 출발했던 버스가

밤새 천리 길을 달려 삼천포항에 도착한 것은 일요일 꼭두새벽이다.





[삼천포항의 새벽]


삼천포항 동녘하늘로부터 은은하게 여명이 밝아 오는가 싶더니

금새 둥근 해가 배시시~ 얼굴을 내밀면서 바다에 붉은 해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다.



[삼천포항의 일출 1]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삼천포항의 일출 2]


박두진 시인의 시(詩)처럼 떠오른 아침 해를 머리에 이고
통통통통~ 물살을 가르며 항구를 빠져나가는 부지런한 어선 위로





끼룩거리는 갈매기 몇 마리가 상큼한 아침공기를 가르며 선회하고 있다.

옛날, 어떤 장사꾼 하나가 장사가 잘 되는 진주를 찾아간다고 가다가

길을 잘못 들어 삼천포로 잘못 들어갔다는 이야기와

 

 

 


부산에서 진주로 가는 기차를 탔다가
삼천포행으로 분리되는 객차에 잘못 올라 타
졸다가 깨보니 삼천포에 와있더라는 이야기가


[삼천포항 봄꽃]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졌다."라는 어원이 되었다는 삼천포~!
사량도는 바로 이 곳, 삼천포항에서 배를 타고 40여분을 더 들어가야 한단다.



[삼천포항을 뒤로 하고]


아침해가 두둥실 동산 위로 한 뼘쯤 떠올랐을 무렵
드디어 사량도행 카페리가 버스와 사람들을 싣고 항구를 떠난다.



[삼천포 대교]


하얀 포말이 이는 긴 물 꼬리를 달고 배가 삼천포항 내해를 벗어나자
펄럭펄럭~ 휘날리는 태극기 아래 저 멀리 아름다운 삼천포대교가 눈에 들어왔고



[삼천포화력발전소 1]


잠시 후, 검푸른 아침바다를 가르며 달리는 배 앞에
높이 200미터의 거대한 굴뚝을 자랑하는 삼천포화력발전소가 쨘~하고 그 위용을 나타낸다.



[삼천포화력발전소 2]


발전용량이 북한 압록강 수풍발전소의 4배가 넘는다는 삼천포화력은
현대공학이 만들어 낸 또다른 아름다움으로 바다와 잘 어우러져 있다.





삼천포 주변바다는 한려수도의 중심해역답게 청정옥수처럼 물이 맑다.



[유조선과 갈매기]


멀리 유조선 한 척이 지나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왁자지껄 수다를 떨고 있는 한 무리의 갈매기 떼를 지나니 저 멀리 사량도가 보인다.



[카페리 앞으로 보이는 사량도]


♪ 아침바다 갈매기는 금빛을 싣고...♬ 고기잡이 배들은 노래를 싣고..♩
기분 좋은 마음이 동요 한 곡을 흥얼거리고 있는 동안




진주목걸이처럼 줄줄이 꿰어진 하얀 양식장부표들이 떠있는 해역을 지나
배는 삼천포를 떠난지 40여분만에 사량도 내지항에 접안을 한다.



[사량도 내지항 도착]


내지항 포구에는 수 많은 고깃배들이 아침명상에 잠겨있고
마귀할멈의 산발한 머리카락처럼 가지를 풀어헤친 나무하나가

우르르 배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도깨비처럼 째려 보고 있다.



[내지항 앞 느티나무]


뱀이 많아 뱀 사(蛇)자와 어질 량(良)자를 써서 사량도(蛇良島)라 부르게 되었다는 섬~!

상도와 하도, 두 개의 섬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사량도 상도에는
섬 중앙에 지리망산과 불모산, 가마봉, 옥녀봉 등의 산줄기가 솟아있다는데




오늘 우리는 내지항에서 지리망산으로 올라가
불모산과 가마봉을 거쳐 옥녀봉을 오르는 삼거리에서 대항으로 내려온다고 한다.



[사량도 내지항 동백]


붉은 동백꽃 너머로 파란 수평선이 예쁘게 보이는 바닷길을 따라
푸른 해송 숲 하나를 지나니 지리망산 등산로 입구가 나타난다.




지리망산 등반길은 초입부터 가파른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사량도 지리망산 등반로 입구]


정상이 399미터밖에 안되는 나지막한 산인데도 섬에 있는 산들 대개가 다 그렇듯이
에누리 없이 수면에서 시작되는 해발로 산세가 만만치 않다.



[등반로 1]


연 초록빛 새순들이 삐쭉삐쭉 솟아오르고 있는 나무 숲을 따라
뱀처럼 구불구불 가파르게 오르는 산길은





시작부터 아흔아홉구비 대관령 고갯길보다 더 가파른 경사를 이루며 꼬불거린다.
더구나 전날 10여킬로를 걷고 왔던 탓일까?

급경사 흙 길을 오르는 발걸음은 천근만근 더욱 더 무겁기만 하다.



[첩첩산중]


철푸덕~ 그냥 주저 앉아 버리고 싶은 다리를
간간히 나타난 봄 꽃들이 살살 달래준 덕분에 그나마 힘이 솟는다.

푸석거리는 산길에 뽀얀 흙 먼지를 일으키며 50여분쯤 걸어 올랐을까?





드디어 시야가 툭 터지는 바위 능선이 나타나면서 시원한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동서남북 사방팔방으로 보이는 능선 위에서의 경관은 시원스러웠다.



[내지항 1]


와~ 나도 모르게 감탄의 탄성이 흘러나온다.
눈에 들어오는 사량도 주변의 파노라마 경관이 한마디로 환상이다.



[내려다보이는 주변풍경 1]


아름다운 섬들이 쪽빛바다 여기저기에 그림처럼 떠 있고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여기저기에는 하얀 항적을 남기며 배들이 오가고 있다.



[내지항 2]


끝 없이 펼쳐진 수평선은 하늘과 맞닿아 있어
어디까지가 바다이고 어디부터가 하늘인지 잘 구분도 안되었고



[다랭이 논]


조금 전에 배에서 내렸던 내지항 마을 뒷산에는
계단식 다랭이 논이 한 계단 한 계단 단을 지어 산 위로 기어오르고 있다.



[내려다보이는 주변풍경 2]


봄 아가씨 치맛자락같은 연분홍 진달래가 남아있는 절벽 끝에는
일렁이는 바다의 물결처럼 잔잔한 봄이 일렁이고 있다.



[이정표]


능선 길에서 만난 이정표는 내지항으로부터 1,7킬로쯤 걸어왔고
사량도 지리산 정상까지 앞으로 640미터 정도를 더 걸어야 한다고 알려준다.



[돈지항]


오른쪽으로 내려다보이는 돈지 포구에도 크고 작은 배들이
하얀 물줄기를 남기며 예쁜 그림처럼 항구를 드나들고





하얀 신작로들이 항구 뒷산을 구불구불 휘돌아가고 있다.



[내려다보이는 주변풍경 3]


수 많은 수석들을 모로 세워놓은 듯한 기암괴석과
구들장같이 넓적한 돌들을 겹겹이 쌓아 놓은 모습의 바위 암릉길을 지나



[옥녀봉]


엄금엉금~ 기어가듯 ... 쭈삣쭈삣~ 절벽 길을 걸어 오르니
바로 해발 398m의 지리망산 정상이다.



[지리망산 정상]


이곳에서 멀리 지리산이 바라다 보인다고 하여 지리망산(智異望山)으로 불리다가
그 말이 줄어 지리산(智異山)이 되었다는데



[능선길 1]


조금 더 가면 해발이 여기보다 1미터 정도 더 높은 불모산이 있지만
지리산(智異山)을 사량도(蛇樑島)의 대표적인 산으로 부르고 있다고 한다.



[내려다보이는 주변풍경 4]


사량도 능선 기암괴석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한려 해상 국립공원의 바다가
산과 어우러진 빼어난 아름다움을 빚어내고 있다.





지리산 정상을 넘어서니 험한 암벽 사이로 내리막길이 나타난다.



[내려다보이는 주변풍경 5]


내려가는 내리막길을 힘들게 벌었던 것을 까먹는 기분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또 가파른 길을 힘들게 오르니 해발 399m의 불모산이다.





실질적인 정상인 불모산 봉우리에 서서 사방을 둘러 보았다.



[불모산 정상]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과 하늘
파란 바다에 하얀 선을 그으며 오가는 크고 작은 배들........



[옥녀봉 방향]


좌우 능선 암릉길에 펼쳐진 기기묘묘(奇奇妙妙)한 괴석들
천 길 낭떠러지 돌 틈에 뿌리를 밖은 해송(海松)들



[암벽지대]


사량도 지리산 능선은 푸른 산과 쪽빛 바다 그리고 기암괴석(奇巖怪石)들이
절묘한 아름다움을 연출해 놓고 있다.





문득 이은상님이 작사한 가곡 "가고파"가 생각난다.





♬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이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 ♬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





지금 눈 아래 저 멀리로
가고파의 가사 그대로의 남쪽바다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듯 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