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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 만세/봉춘마을무지개

용인 민속촌 소풍

by 전태공 2012. 1. 21.

용인 민속촌 소풍

8월 중순을 넘어선 어느 토요일 부모
님을 모시고 용인민속촌으로 소풍을 갔다.





용인 민속촌을 가자는 아들의 말에 부모님께서는 
소풍 가는 아이들만큼이나 좋아하셨다.





민속촌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있었다.
민속촌이 무척 넓어 다리가 불편하신 아버님을 위해 휠체어를 빌리려 했지만





"천천히 걸으면서 구경하고 싶다."는 아버님의 고집에 휠췌어는 포기했
다.
하긴
조금이라도 직접 걸으셔야 아버님 몸에 좋겠다는 생각과





아버님 스스로 걸으셔야만 아버님께서 원하시는 곳을
아버님 마음대로 구경하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민속촌을 살살 걸으며 둘러보기로 했다.





불편하신 몸으로 쩔뚝쩔뚝~ 걸으시는 아버님 모습에 마음은 안절부절 했
지만
그래도 즐거워하시는 아버님 표정에서 다소나마 안도의 마음도 들었다.





드라마 대장금을 촬영했다는 촬영지와
사극 영상전시관을 지나
돌다리 하나를 건너 팔각정을 돌아서니 고향마을과도 같은 민속촌이 펼쳐져왔다.





농기구 공방에 있는
고풍스럽게 보이는 대장간에는 옛날 소가 끌던 우마차 바퀴도 있었고
좌판에는 날을 세운 시퍼런 식칼들이 줄지어 누워있었다.





쭉쭉 뻗어가는 호박넝쿨이 노란 꽃을 피운
토담 너머에
외갓집 분위기와도 같은 예쁜 시골 초가집도 숨어 있었다.





무엇이 그리도 신기하신지
걸으시느라 힘이 많이 드실텐데도
어머님 아버님께서는 시골 집 구석구석을 꼼꼼히도 살피고 계셨다.





아마도 고향마을처럼 보이는 이 민속촌에서
부모님이 어린 시절을 보내셨던 일중마을과 담양 원률마을의 분위기를 찾고 계시거나





고향에 얽혀있는 
잊지못할 소싯적 추억들을 되새기고 계실지도 몰랐다.
남부지방, 북부지방 농가들의 사랑방과 행랑채를 둘러보다가 문득 시간을 보니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 ~ 12시부터
야외 공연장에서 농악놀이 공연을 한다고 했지~!
나머지 민속촌 코스는 공연이 끝난다음 구경하기로 하고 서둘러 부모님을 야외 공연장으로 모시고 갔다.





야외 공연장에는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곳에서 농악놀이 한마당이 끝나면 바로 옆에서 널뛰기와 줄타기 공연이 펼쳐진다고 한다.





12시 정각~ 꽹가리와 징을 든 
농악놀이 패들이 공연 장에 나타내면서
드디어 신명 나는 마당놀이 한바탕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농악놀이 패들은 원무를 추면서 
굿거리 장단에 맞춰 북과 꽹가리를 두들겼고
빙글빙글 돌면서 힘찬 도약의 묘기를 펼쳐내기도 했다.

 



농악놀이 패들이 줄을지어 머리를 흔들며 상모 돌리기를 시작하자






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힘찬 박수를 보냈다.





명절 날 고향에서 골목을 누비며 농악을 펼치던 
그런 분위기를 느끼셨는지?
부모님 얼굴에는 그저 즐겁다는 표정으로 가득했다.





한바탕 농악 마당놀이에 이어 
널뛰기 공연이 시작되었다.





색동저고리를 입은 예쁜 소녀들이 뛰는
널이 어쩜 저리도 높이 뛰어오를 수 있을까?





둘이 되었다가 넷이 되었다가를 반복하며 널을 뛰는 소녀들은
푸른 하늘에 머리가 닿을 듯 높이 널을 뛰면서 각가지 묘기를 펼쳐냈다.





널을 뛰며 북을 치기도하고
둥근 링을 돌리는 묘기와 함께 부채 춤을 펼치기도 했다.





널뛰기 공연 다음으로 
이번에는 줄타기공연이 시작되었다.
땅에서 장고를 쳐주는 어릿광대 장단에 맞춰 높은 외줄에서의 줄 광대의 묘기가 펼쳐졌다.





익살스러운 이야기를 내뱉어가며
줄 위에서 한 발로 뛰기도 하고
줄위에 걸터앉거나 들어 눕기를 하다가 떨어지는 척 하며 구경꾼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흥겨운 줄타기 공연이 끝난 후
마지막으로 전통 혼례식 시범이 펼쳐진다는 양반 집으로 자리를 옮기니





사모관대를 차려 입은 신랑과
연지 곤지를 찍은 쪽도리 쓴 신부가 전통혼례식을 재현하기 시작했다.





시장바닥처럼 와글거리다가 시끌벅적 끝나 버리는 현대
예식장 결혼식에 비하여
역시 전통혼례식은 느리면서도 심오한 맛이 풍겨났다.





혼례식을 올리던
수십 년 전, 그 때 그 시절의 신랑신부 모습이 그리우셨을까?
부모님께서는 혼례식장을 좀처럼 떠나시려 하질 않으셨다.





전통혼례식까지 관람을 마치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파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저자거리 장터의 어느 주막에서 점심을 시켜 먹었다.





점심식사 후, 먹거리 장터를 벗어나 다시 본격적인 민속촌 구경을 시작했다.
홍예교를 건너 물레방아 앞을 지나니 집신 공방점이 나타났고





암탉이 훼를 치고 있는 제주도 민가를 지나니
전통 민속관이 나타났다.





전통 민속관에는
대장금 촬영장소도 있었고 예쁜 정원도 있었다.





징검다리 돌다리를 만나 
등에 업히시라는 간곡한 권유를
아버님께서는 특유의 고집으로 거절하시며 한 걸음 한 걸음 직접 돌다리를 건너셨다.





다리가 성한 나에게도
슬슬 다리가 아파오는데 아버님께서는 얼마나 힘드실까?
작은 바위 앞에서 잠깐 다리를 쉬게 하시니 철푸덕~ 주저 앉으시면서도 활짝 웃어주시기도 했다.





붉은 고추가 익어가는 장독대를 지나
베틀이 놓여있는 방을 돌아가니
할머니 한분이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는 모습을 재현하고 계셨다.





누에고치에서 어쩌면 저렇게 긴 실을 뽑아낼 수가 있을까?
그저 신기한 느낌과 함께 갑자기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불쑥 떠오르기도 했다.





대장금이 서 있는 장독대 앞에서
어머니의 기념촬영을 마친 후
황소한 마리가 빙글빙글 돌리고 있는 연자방아 앞을 끝으로 드디어 민속촌을 한 바퀴 다 돌았다.





휴~ 만만치 않은 거리를 도시느라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힘 많이 드셨지요? 하고 여쭤보는 나에게  그래도 빙그레 미소로 화답하시는 아버님의 표정을 뵈니





힘은 들었어도
모처럼 구경한번 잘 했다는 만족스러운 대답을 하시는 듯 했다.
아고~ 이처럼 좋아하시는데 요담에는 또 자연농원을 한번 모시고 가봐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