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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기/캄보디아

캄보디아 "앙코르 왓트" 여행기 9

by 전태공 2011. 12. 14.

캄보디아 "앙코르 왓트" 여행기 9

[지뢰피해 군인들의 아리랑 연주]

밀림 속으로 쭉 뻗어나간 숲길을 따라
심산유곡 산사(山寺)에라도 찾아드는 듯한 그런 잔잔한 기분으로

마지막 불교사원이라는 "따쁘롬"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찌루루루~ 찌루루루~!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 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야생화가 피어있는 숲으로부터 아카시아 향같은 숲 냄새가 날아와 코에 스민다.

"따쁘롬" 사원으로 가는 숲길 중간쯤에
하얀 옷을 걸친 남자 여섯 명이 두 줄로 앉아서 거리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지뢰피해 상이용사들 1]


구걸하는 사람들인가? 하고

가까이 다가서자 갑자기 아리랑이 연주되기 시작한다.

우리가 한국관광객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그들이
재빨리 아리랑을 연주해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지뢰피해 군인들이었다.


[지뢰피해 상이용사들]


지뢰폭발사고로 팔이나 다리를 몽땅 잃어 버린 상이군인들이 모여
 
지나가는 관광객들의 스타일을 보고 귀신같이 국적을 알아내
그 나라 민요나 국가를 연주해주고 있는 것이다.


["따쁘롬" 사원으로 가는 숲 길]


아리랑을 연주해준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1달라를 협찬해주고
숲길을 따라 조금 더 걸어 들어가니 아름드리 거대한 나무들 뒤에 숨어있던
 
"따쁘롬"사원이 드디어 그 신비스러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따쁘롬" 사원]

[나무들과 사투를 벌리고 있는 "따쁘롬" 사원....]

사원이름에 "브라흐만의 조상" 이라는 뜻을 가졌다는 "따쁘롬"사원은
이 곳 앙코르 지역에 수 많은 신전을 건설했던 위대한 건축왕 "자야바르만 7세"가


[나무들과 사투를 벌리고 있는 "따쁘롬" 사원]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리면서 창조의 신(神) "브라흐만"신에게 헌납하기 위해
정성을 다해 지은 신전이라고 한다.


[나무들과 사투를 벌리고 있는 "따쁘롬" 사원]


영화 "툼레이더"를 촬영한 장소로도 유명한 이 "따쁘롬"사원의 첫 인상은

살아남기 위해 나무들과 사투를 벌리고 있는 사원들의
처절한 "서바이벌" 게임 모습이다.


["따쁘롬" 사원 앞에서 ]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뻗어나가야 하는 거대한 열대 거목들의 뿌리와
시시각각으로 뻗어오는 뿌리에 맞서 무너지지 않으려 버티고 있는

사원구조물들의 처절한 저항의 모습들은


[나무들과 사투를 벌리고 있는 "따쁘롬" 사원]


그저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놀랍고 신비스러운 대자연의 서사시다.

머나먼 옛날 왕국의 몰락과 함께 망각 속으로 사라져 버렸던
수 많은 앙코르 사원들이


["따쁘롬" 사원 앞에서]


근 400년 이상을 밀림 속에 방치되는 동안 사원의 돌 틈으로 파고든 나무 뿌리들로
거의 모든 사원들이 훼손되고 무너져 폐허로 변했던 것을

 

[나무들과의 사투]


400여년 만에 다시 복원을 하면서
사원을 뒤덮었던 나무를 잘라내고 뿌리를 걷어냈지만

이 곳 "따쁘롬"사원만큼은 자연이 어떻게 사원을 무너지게 했는지 ?




그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일부러 복원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던 덕분에
앙코르 유적지가 발견될 당시의 그 모습 그대로를 "따쁘롬"사원이 간직하게 되어

오늘 날 이처럼 신비스러운 장관을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나무들과 사투를 벌리고 있는 "따쁘롬"사원이 곳곳에서 펼쳐 보이고 있는 모습은
그저 장엄하고 아름답다는 표현 이외에는 표현할 말을 찾을 수가 없다.





엄청나게 키가 크고 굵은 나무 앞에
사람의 존재는 그저 고목에 뚫린 구멍만큼이나 작아 보였고


["따쁘롬" 사원의 거목에 뚫린 구멍]


붉은 "라테라이트" 담장을 뻗어 오른 뿌리는 구불구불 기어오르는 구렁이 같았으며
뿌리와 나무가 서로 한 몸을 이룬 담장은





나무 뿌리가 담장을 감싼 것인지? 담장이 뿌리 속으로 기어들어간 것인지?
도저히 분간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신비스러웠다.




폭포처럼 흘러내린 나무 뿌리가
망태버섯처럼 사원의 돌 문을 감싸 버린 장엄한 모습 앞에서는

그저 경탄의 탄식소리만 지를 수밖에 없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해볼 수가 없는 엄청난 괴력을 가진 괴수의 손처럼
전능의 힘을 가진 나무뿌리들은 사원 돌 구조물들을 닥치는 대로 꿰뚫어 놓고 있었고





알라딘의 마술램프에서 나온 거인만큼이나 센 힘으로
온 사원 구석구석을 헤집어 놓고 있다.




뿌리에 짓눌려있는 사원이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로 뿌리의 괴력은 엄청나 보였고
금방이라도 살아 꿈틀거릴 것과도 같은 나무 뿌리에는 생명력이 철철 넘쳐흘러 보인다.




"따쁘롬" 사원 여기저기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 거대한 나무는
열대 보리수나무의 일종인 "스퐁(spoan) 나무"라는데

이 "스퐁나무" 씨앗이 사원의 돌 틈에 날아와 싹이 트고 나면




물을 찾아가려는 뿌리가 줄기보다 무려 10배 이상이나 빨리 뻗어가면서
이처럼 사원의 돌 더미들을 헤집어가며 칭칭~ 휘감아 버린 것이라고 한다.



구렁이가 또아리를 틀고 있는 듯한 뿌리를 가진 나무의 전체 모습을
한번 카메라에 담아보려 했지만

그러나 어느 나무도 그 전체의 모습을 카메라에 결코 허락해주질 않았다.




폐허사이로 겨우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진 통로를 지나
사원 내부 중정에 있는 보석방으로 들어가자




4각형 굴뚝처럼 축조된 거대한 돌 구조물이 나타났고
돌 벽에는 수없이 많은 작은 구멍들이 뚫려 있다.

바로 저 구멍 하나하나에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보석들이 무수히 박혀 있었다는데




누군가가 모두 가져가버리고 지금은 썰렁한 빈 구멍만 남아있게 되었단다.
"따쁘롬"사원에 새겨진 문자 기록을 보면

옛날 이곳에는 무게가 무려 500kg이 넘는 황금접시 세트가 있었고
35개의 다이아몬드와 4만개가 넘는 진주, 그리고 약 5천개의 각종 보석이 있었다고 하며


["따쁘롬" 사원 평면]


또한 이 사원을 관리하고 보조하는 사람만도 5천명이 넘었다고 하니
전성기 시절의 "따쁘롬"사원이 얼마나 풍요롭고 화려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을 정도다.

보석방을 나와 통곡의 방으로 들어선다.

이 통곡의 방 벽면에 등을 기대고 서서 가슴을 치면 "쿵~"하고 메아리가 울렸는데
맺힌 한이 적은 사람은 소리가 작게 나고 맺힌 한이 큰 사람은 크게 울린다고 한다.


[압사라 천녀들과....]


모두들 맺힌 한이 많은 탓이었을까?

벽에 서서 가슴을 두드리는 사람마다 쿵~! 하고 울리는 메아리 소리가
인디언의 북소리처럼 찌렁찌렁~ 크게 울려 퍼진다.





나무들과 사투를 벌리고 있는 "따쁘롬"사원은
한마디로 통째로 장관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이토록 처절한 자연과 유적들 간의 투쟁을 본 적이 있었던가~!




거대한 나무뿌리들이 무너뜨리고 있는 "따쁘롬"사원 여기저기에는
무너져 내린 돌 더미들로 폐허를 연상케 했지만

그 폐허는 너무나 신비스러웠고 감동과 전율을 주었다.




["파인애플" 꼬지 ....]

놀라운 탄성과 함께 벅찬 감동을 안겨주었던
"따쁘롬"사원을 빠져 나오고 나니
갑자기 목이 말라온다.

텔리파시가 통했을까? 길 옆에 파인애플을 팔고 있는 아주머니가 눈에 들어온다.


[파인애플을 파는 모녀]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난 듯, 모두들 파인애플 좌판 앞으로 우루루~ 몰려든다.

어린 딸아이를 데리고 파인애플을 팔고 있던 원주민 아줌마는
파인애플을 칼로 다듬어 오뎅꼬지 같은 파인애플 꼬지를 예쁘게 만들어준다.


[파인애플 꼬지]


눈으로 "따뿌롬"사원의 감칠 맛 나는 경치를 구경하고 나서
입으로 사르르 녹는 감칠 맛 나는 파인애플로 목을 축이니 




머리 속, 하나 가득 감칠 맛으로 채워지면서 기분까지 좋아졌다.
자~ ! 이제 오후의 "앙코르 왓" 구경을 위해 어서 들어가 점심도 먹고 

캄보디아식 낮잠~! "씨아스터"도 즐겨 봐야겠지~!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