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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찾아서/경상남도 섬

통영 욕지도 여행기 1( 통영항에서 욕지도로)

by 전태공 2012. 9. 7.

통영 욕지도 여행기 1

 

 

○ 15호 태풍 볼라벤 다음 날 도착한 통영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15호 태풍 볼라벤이 서해안을 휩쓸고 지나간 바로 다음 날~

한 여름 성수기를 피해 잡아 놓았던 늦여름휴가가 시작되었다.

 

 

[통영항]

 

 

♬ 진주라 천리길~♪보다 더 먼 통영 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반~

그러니까 새벽 6시에 집을 나선지 5시간 반만에 통영에 도착한 셈이다.

 

 

 

 

그런데 과연 그 엄청난 태풍이 어제 휩쓸고 갔는데 욕지도행 배가 뜨기나 할까?

 

 

[통영항]

 

 

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조마조마 물어보니

휴~ 다행히 오후 3시에 마지막 배가 출항할 예정이란다.

 

 

[통영 충무교]

 

 

오~예~ 배가 뜬단다~ 만세~! 만만세~

 

허나 또 하나의 태풍, 14호 덴빈이 볼라벤을 뒤따라오고 있어

내일 배 운항은 모두 올 스톱되고 모래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

 

 

[통영 시내]

 

 

그래도 섬엘 들어가겠냐며~ 여객선 매표구 아가씨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어온다.

그럼요~ 태풍이 온다고 가던 길을 멈출 수가 있나요~ 무조건 욕지도행 표를 주세요.

 

이그~ 정말 못말린다 못말려~!

 

 

[착량묘 이정표]

 

 

○ 이순신 장군의 사당 착량묘(鑿梁廟)

 

 

오후 3시 출항시간까지는 아직 3시간의 여유시간이 남아있다.

금싸라기 같은 이 시간을 어찌 허비할 수 있으랴~! 가까운 명소 몇 곳을 둘러보기로 한다.

 

 

[착량묘]

 

바닷가 무료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바로 옆에 있는 착량묘부터 먼저 올라본다.

태풍이 지나간 하늘엔 하얀 뭉게구름이 두둥실 솜사탕처럼 피어있다.

 

 

[착량묘]

 

 

착량이란~ 임진왜란 때 당항포해전에서 참패한 왜적들이 허둥지둥 도망을 쳤던

미륵도와 통영반도 사이의 좁은 물길을 말한다는데

 

 

[건너편에서 본 착량묘]

 

그 물길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지어진 이 착량묘는

노량해전에서 순국한 충무공의 위패와 영정을 모셔놓은 사당으로

 

전국에 있는 충무공 이순신장군 사당의 효시가 된 곳이라고 한다.

 

 

[해저터널 입구]

 

 

○ 근대문화유산 통영 해저터널

 

 

착량묘 바로 옆에는 통영의 명물, 해저터널이 입을 쩍 벌리고 누워있다.

 

 

[해저터널 입구]

 

 

오후의 뜨거운 햇살을 헤치며 해저터널 안으로 들어서니

터널 저 안쪽으로부터 으스스한 기운을 먹음은 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온다.

 

천연에어컨이 따로 없을 만큼 시원하다.

 

 

[해저터널]

 

 

통영시와 미륵도 사이의 바다 밑을 뚫어 놓은 이 해저터널은

일제시대인 1932년에 만든 길이 483m의 동양 최초의 바다 밑 터널이라는데

 

 

[해저터널에 붙어있는 자료]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장군에 의해 떼 죽음을 당한 왜군 시신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송장목이라는 곳을 사람들이 함부로 밟고 다니지 않도록

 

일본사람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터널이라는 설도 전해진다.

 

 

 

 

거대한 터널이 즐비한 현대식 시각으로 본다면 사실 이 해저터널은

규모도 작고 어설픈 평범한 콘크리트 터널에 불과하지만

 

 

[해저터널 출구]

 

 

한국과 일본 사이에 역사적 앙금이 얽혀있는 근대문화적 시각으로 봐준다면

그런대로 이 해저터널을 걸어서 한번 지나볼만한 가치는 있을 것 같다.

 

 

[충무교]

 

 

○ 충무교에서 바라본 통영운하

 

 

해저터널로 바다 밑을 걸어 미륵도로 건너왔으니

이제는 반대로 바다 위, 충무교를 걸어서 되돌아 가보기로 한다.

 

 

[충무교]

 

 

충무교위에서 내려다 본 통영운하 주변의 풍광은

육상교통로와 해상교통로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맘껏 뽐내고 있다.

 

 

[충무교에서 내려다 본 통영운하]

 

 

멀리 통영대교도 보이고~ 그 아래를 막 지난 쾌속선 한 척이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는 통영운하 좌우로~

 

 

[충무교에서 바라본 통영대교]

 

 

부드러운 한옥의 처마 곡선이라도 닮은 듯한 해안도로가

운하의 물길을 양쪽에서 포근하게 감싸주고 있다.

 

 

[통영항을 오가는 배들]

 

 

빼어난 곡선미를 가진 저 물길이 바로 여수와 부산 사이의

내항로(內航路)를 이어주는 길이 1,420미터의 통영운하라고 한다.

 

 

 

 

 

바다 밑으로 뚫린 해저터널과 바다 위에 걸려있는 충무교~

 

그리고 그 중간인 바다 위 물길을 따라 쉴새 없이 오가는 배들을 보면서

왜 충무항을 "동양의 나폴리"라고 부르는지 실감이 되고도 남았다.

 

 

[강구안 거북선 안내판]

 

 

○ 강구안 거북선

 

 

아직 한시간 이상 남아있는 여유 시간을 이용

이번에는 통영시 중앙동에 위치한 강구안 부두를 찾아 나선다.

 

 

[강구안 거북선]

 

 

이순신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진 통영의 중앙동과 항남동 일부 해안을 가리켜

개울물이 바다로 흘러 드는 곳이라는 뜻의 강구안으로 불러왔다는데

 

 

[거북선 내부 화포들]

 

 

강구안 부두에는 태풍을 피해 닻을 내린 수많은 어선들이 깊은 잠에 빠져있고

 

 

[태풍을 피해 강구안 부두에 정박한 어선들]

 

 

옛날,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삼도수군통제영이 있었던 곳임을

강조라도 하려는 듯한 커다란 거북선 세척이 나란히 정박해 있다.

 

 

 

 

거북선 내부에는 거북선의 설계도면도 전시되어 있고

배에 설치된 화포들과 함께 이순신 장군이 펼친 한산도 해전상황도도 눈에 들어온다.

 

 

[거북선 측면도]

 

 

이 거북선들은 충무공의 호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0년 서울시에서 해군에 의뢰, 22억을 들여 실제 크기로 복원한 거북선이라는데

 

 

[한산해전도]

 

 

서울의 한강시민공원에 정박해 있던 거북선을

분단 이후 처음으로 한강하류 비무장지대를 통과하여 통영시로 옮겨 놓은 것이라고 한다.

 

 

 

 

○ 욕지 아일랜드호를 타고 욕지도로

 

 

오후 3시 정각~ 드디어 욕지 아일랜드호가

부르릉 부르릉~ 욕지도를 향해 통영 여객터미널을 출항한다.

 

 

[욕지도행 욕지아일랜드호]

 

 

통영항을 벗어난 배는 미륵도와 한산도 사이, 한려수도(閑麗水道)로 금방 접어 든다.

 

 

[통영 여객선 터미널]

 

 

경남 통영의 한산도에서 여수 오동도까지의 200리 길, 남해안 물길~

그 한려수도(閑麗水道)의 시작점이 바로 여기라는 생각을 하니 감개가 무량해진다.

 

 

[욕지아일랜드호]

 

 

통영항에서 연화도와 욕지도 사이를 운항하는 301톤짜리 여객선 욕지 아일랜드호는

승용차 43대와 승객 300여명을 싣고 20놋트로 달릴 수 있는 차도선이지만

 

 

 

[실려있는 차량이 몇대 안된다.]

 

 

15호 태풍 볼라벤에 이어~ 14호 태풍 덴빈까지 주의보가 예고된 평일이라

배에는 겨우 대여섯대의 차량과 승객 2~30명밖에 보이질 않는다.

 

 

 

 

그것도 이 배를 탄 승객 중에 욕지도 주민들을 뺀다면

태풍예고를 무릅쓰고 섬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아마도 우리 일행밖에 없을 것 같다.

 

 

[한려수도의 섬들]

 

 

하긴 이런 날씨에 섬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어디 제정신인가 뭐~

정말 미쳤지 미쳐~!!

 

 

 

 

처음 계획에는 연화도를 먼저 들려 하루를 머문 후 욕지도로 들어가려 했지만

태풍으로 며칠간 꼼짝 못할지 모른다는 판단에 큰 섬 욕지도를 먼저 들어가기로 했다.

 

 

[연화도 항]

 

 

14호 태풍 덴빈의 첨병인 듯 회색 빛 구름이 하늘에 가득하다.

 

배는 통영항을 떠난지 1시간 10여분만에 중간 기착지 연화도에 잠시 기항을 했고

연화도에서 다시 20분 정도를 더 달려 드디어 욕지항에 들어서고 있다.

 

 

[욕지도항으로]

 

 

1인당 9,700원의 요금과 승용차 한대당 26,000원을 주고 들어온 욕지도~

처음 만나는 욕지도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 줄까?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1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