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산 진달래
백련사에서 시작된 초록빛 산길을 벗어나 능선길로 올라서니
벌겋게 달아오른 고려산 진달래 군락지가 한눈에 쫘악~ 내려다 보인다.
고려산 정상 아래 산 자락이 온통 진달래 꽃 천지다.
올라오면서 잠시 초록빛에 물들었던 마음이 금방 연분홍 빛으로 변한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처럼 활활 불이 붙어있는 고려산 진달래 꽃은
그러나 나 보기가 역겨워 떠나려는 님처럼~
그 싱싱하던 봄빛을 조금씩 잃어가며 끝물로 접어들고 있지만
와글와글 군락을 이룬 연분홍 빛, 정열만큼은 아직 그 기세가 대단해 보인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고려산(高麗山)에 깔려있는 소월(素月) 시(詩)의 진달래 꽃잎을
사뿐이 즈려 밟아가며 정상으로 이어진 임도(林道)로 올라섰다.
군사시설이 있는 해발 436m, 고려산정상 아래의 넓은 평지가
진달래 군락지를 조망해 볼 수 있는 곳이다.
고려산 진달래가 유난히 아름다운 것은 잡목이 별로 없는 산 능선 비탈에
온전히 진달래로만 빽빽하게 군락을 이루어준 때문이라던가~!
고려산에 언제부터 이처럼 많은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었을까~?
들리는 예기로는 군사시설이 있는 이곳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탓에 사람 손을 덜 탄 때문이라고도 하고
80년대쯤에 고려산에 큰 산불이 일어나 잡목이 모두 사라진 후
생명력과 번식력이 강한 진달래가 그 자리에 군락을 이룬 탓이라고도 한다.
나무데크로 이어진 능선 길을 조금 내려서서
진달래 밭 중심부에 있는 조그마한 전망대 위에 올라섰다.
전망대에 서서 바라본 고려산 사방팔방에
강화도 해풍을 먹고 자란 진달래가 세찬 연분홍 빛 파도를 치고 있다.
전망대 위에서 진달래 밭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입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감탄의 탄성이 쉬지 않고 쏟아지고 있다.
건너편 산 자락에 세워져 있는 데크 전망대 위에도 사람이 가득하다.
저 멀리 강화도의 산과 바다와 들과 마을이 그대로 풍경화가 되어있다.
능선을 따라 수놓아진 20여만평의 진달래 꽃밭은 역시 장관이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시는 님처럼 훌쩍 떠나버린 봄~!
그 봄의 마지막 끝 자락을 고려산 진달래와 함께 잡고 늘어져 봤으니
눈이 즐거워하면서 몸과 마음 역시 활력과 기운으로 넘치는 듯 하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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