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보이(BON VOY)"호 요트 시승기~!
○ 전곡항의 아침
어느 날... 회사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배님~! 요트 타고 낚시 한번 가시죠~? 전곡항으로 오세요~"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라고....
차마 청하지는 못해도 간절히 바라던 일인데 어찌 마다할 수 있으랴~!
[전곡항의 요트들]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토요일 아침 달려간 전곡항에는
옅은 안개가 그리움처럼 깔려있었고...
하얀 요트들이 두둥실~ 오리 떼처럼 앉아있었다.
[누에섬과 풍력발전기]
멀리 누에섬으로 이어진 개펄산책길 옆에 ..
잠시 지친 날개를 쉬고 있는 하얀 풍력발전기 세대도 눈에 들어왔다.
[고무보트를 타고 요트로]
후배를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눈 후....
작은 고무보트에 올라타고 바다에 떠있는 요트로 건너갔다.
[초청해준 선장]
감청색 요트 선체에는 "본 보이(BON VOY)"라는 이름이 붙어있었다.
본 보이라는 이름에는 과연 무슨 뜻이 들어있을까?
[아침 커피부터 한잔 마시고]
"본(Bon)"은 "멋진, 좋은"이라는 뜻이고..
"보이(Voy)"는 "항해하다.(Voyage)"는 낱말의 준말이니...
"본 보이(BON VOY)"라는 이름은..
"멋진 항해" 또는 "즐거운 여행(good trip)"이라는 뜻이 될 것 같다.
[요트 뱃머리]
○ 난생 처음 타본 요트~
난생처음으로 타보는 요트 갑판에 올라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본 보이"호의 선체는 크고 넓었다.
["본 보이"호 요트 조타실]
아담한 선실에는 여러 개의 침대와 싱크대까지 갖추고 있었고....
갑판은 10여명 이상 올라타도 여유가 있을 만큼 넓었다.
[지나가는 다른 요트]
오늘 요트를 타고 출항하기로 한 멤버는 모두 세 명....
그런데 선장인 후배를 제외한 두 명은 요트를 생전 처음 타보는 초보자다.
[윈드 서핑]
요트 출항 준비를 서두르던 후배는
오늘 멤버 중에 숙달된 선원(crew)이 한 사람도 없어 ...
선장과 항해사, 조타수와 선원 노릇까지 혼자 다해야 할 것 같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요트의 메인 돛]
이그~~ 요트를 그냥 타주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가보다.
하긴 아무리 작은 배라도 출항을 위해서는 ...
점검하고 준비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
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이 대신하는 법.....
요트의 문외한인 신출내기 둘은 선장의 지시에 따라...
서툴게나마 이런 저런 일들을 거들며 잇몸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요트 위에 둘러쳐진 천막을 걷어 갈무리를 하고....
선실 위 천창 덮게도 벗기는 등, 한참 동안 부산을 떤 후에야....
간신히 "본 보이"호의 출항준비를 마칠 수가 있었다.
이제 오늘 우리는 "본 보이"호를 타고 ...
전곡항에서 약 15킬로 정도 떨어진 입파도 부근까지 항해할 것이다.
○ 가자 입파도로...
전곡항을 벗어난 요트는 부드러운 엔진소리를 내뱉으며...
하얀 등대가 윙크하고 있는 예쁜 누에섬과...
밀물과 썰물 때 물 속에 잠겼다가 다시 나타나는 ....
잠수도로로 유명한 제부도 앞을 지나고 있었다.
천고마비를 자랑하는 가을 하늘은 맑았고 ...
바람 한점 없이 고요한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했다.
[입파도]
이런 날을 가리켜 다림질 해놓은 장판 바다라고 한다는데...
이처럼 바람도 없고 잔잔한 바다가 너무 좋다고 했더니...
바람을 필요로 하는 요트에게 이런 날씨는 오히려 노 굿(NO GOOD)이란다.
자동차에 네비게이션이 있다면 배에는 GPS 해도가 있었다.
해도에는 "본 보이"호의 빨간 항적이 실시간으로 나타나고 있었고...
전면에 설치된 각종 액정화면에는 온도와 습도 ..
그리고 배가 지나고 있는 바다의 수심이 숫자로 표시되고 있었다.
제부도를 벗어나 커다란 화물선들이 줄을 지어 오가고 있는...
주 항로를 가로 지르자 멀리 보이던 입파도가 가까이 다가왔다.
○ 입파도 주변에서의 바다낚시...
가까이 다가선 입파도 주변풍광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예뻤다.
두 섬 사이를 잇고 있는 잘록한 해변에는
화성 8경으로 꼽힌다는 기암괴석, 홍암이 절경을 자랑하고 있었고...
산 위에는 하얀 등대가 우뚝 솟아 있었다.
입파도 앞 바다에는 여기저기 낚시 배들이 떠있었다.
어군탐지기를 갖추고 있다는 낚시 배들 사이로 슬그머니 끼어 들어가
80호 납 추에 미꾸라지 미끼를 끼운 낚시 줄을 내렸다.
수심계에 나타난 바다 수심은 31미터.....
무거운 추를 매달았는데도 줄은 바닥까지 한참을 내려갔다.
툭~ 하고 바닥에 떨어지는 추의 무게를 느끼면서~
살짝~ 들었다가 놓아주는 동작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바닥에서 놀고 있을 우럭이나 광어를 향해...
미꾸라지 미끼를 위 아래로 살살 흔들면서 유혹을 하니...
[우럭의 입질]
금방..투드득~하고 뭔가 심상치 않은 입질이 들어왔다.
살짝 줄을 들어주자 투드드드~ 본 입질이 들어오면서 낚시대가 활처럼 휘어졌다.
[에게게~ 씨알이 작다]
오~예~ 한 수 걸었습니다. 한참을 감아 올린 낚시 대 끝에는
바둥거리는 우럭 한 마리가 매달려 나왔지만 씨알은 작았다.
[선장이 낚아 올린 양태]
다른 일행들 역시 계속 입질을 받으면서..
크고 작은 우럭과 양태, 볼락들을 낚아 올리고 있었다.
[중간 조황]
고기를 낚다가 문득 올려다본 파란 하늘에는....
찬란한 가을이 파도처럼 출렁거리고 있었다.
[낚시배]
오늘 물때는 바다낚시하기에 참 좋은 것 같은데
바람이 없어서 그런지 기대했던 것보다 조과는 풍성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찌~ 조과가 문제가 될 수 있으랴~!
파란 바다 위에 무릉도원처럼 떠있는 요트 위에 앉아.....
[입파도]
바다고기도 낚고.. 세월을 낚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이 얼마나 멋지고 행복한 순간이란 말인가~!
[입파도]
○ 귀항~!
오후 4시 정각~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있던 낚시를 끝내고
그만 전곡항으로 귀항하기로 했다.
[돛을 펴라~!]
오후부터 슬슬 일기 시작한 바람을 타보기 위해
귀항 길로 접어든 요트의 돛 하나를 활짝 펼쳐보기로 했다.
[펼쳐지기 시작하는 돛]
윈치로 로프를 감아 올리니 삼각돛이 슬슬 펴지기 시작했다.
작은 삼각형에서 큰 삼각형으로 변하면서 활짝 펴진 돛은...
[펼쳐진 돛]
금방 바닷바람을 한아름 안고 배를 불룩하게 내밀며...
전곡항을 향해 신나게 달리기 시작했다.
♬ 배를 저어가자 험한~ 바다물결 건너 저편 언덕에~♪
♩ 산천 경개 좋고 바람 시원한 곳 희망의 나라로~♬
[제부도 앞 바다에서 경기중인 요트들]
♪ 돛을 달아라 부는 바람 맞아 물결 넘어 앞에 나가자~♩
♬ 자유 평등 평화 행복 가득찬 곳 희망의 나라로~♪"
엔진까지 달린 34피트급 요트, "본 보이"호는...
희망의 나라.. 아니 전곡항을 향해 화살처럼 달렸다.
[윈드 서핑]
제부도 앞 바다에서는 요트경기와
윈드 서핑 경기가 한참 진행 중이었다.
네덜란드 말이 영어로 바뀌면서 생겼다는 이름, 요트(Yacht)라는 배는
본래 추적선이란 뜻을 지닌, 작고 빠른 범선이었다고 한다.
요트는 크게 세일(sail) 요트와 모터요트로 나뉘고....
또 크기에 따라 10명 이상이 승선하는 선실을 갖춘 "크루저급 요트"와 ...
선실이 없이 1~3인 정도가 강가나 근해에서
레저용으로 즐기는 "딩기급 요트"로 나뉜다는데.....
우리가 타고있는 본 보이호는 크루즈급 이었다.
[누에섬]
후배의 말을 빌리면 우주선으로 하는 우주여행 다음으로...
요트를 타고 항해하는 것이 멋진 취미라 한다니...
[해 내림]
돛이 활짝 펴진 요트를 타고...
세계를 일주하고 싶은 터무니없는 욕심까지 솟아올랐다.
[누에섬의 일몰]
전곡항에 도착할 무렵~ 누에섬 뒤로 넘어가는 저녁 해가 ...
서쪽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아름다운 일몰을 연출하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