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수 돌산도 신기항에서 ~ 금오도 여천항까지
금오도로 가는 여객선 "금오페리 3호"가
여수 돌산도 끝에 있는 신기항을 출발한 것은 아침 7시45분경이다.
[돌산도 신기항]
신기항 앞 바다에는 돌산도와 화태도 사이를 이어줄
연육교 교각 두개가 우뚝 솟아 있다.
[화태대교 교각(돌산도~화태도)]
배는 화태도와 횡간도, 두리도 등 크고 작은 금오열도 섬을 누비며
금오도를 향해 기분 좋게 달린다.
우리나라에서 21번째 큰 섬으로 알려진 금오도에 빽빽하게 우거진 숲 때문에
섬이 검게 보인다고 해서 "거무섬"으로 불리다가
[여천항으로 들어서는 배]
섬의 모양새가 커다란 자라를 닮았다고 하여
이름에 자라 오(鰲) 자를 쓴 금오도(金鰲島)로 불리게 되었다는 섬~!
[금오도 여천항]
배는 돌산도 신기항을 출발한지 25분만에
금오열도의 중심 섬, 금오도 여천항으로 들어선다.
[금오도 여천항]
여자 젖가슴처럼 생긴 마을 뒷산에서 맑고 깨끗한 물이 흘러 든다 하여
여천(汝泉)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는 여천마을 포구에서
[여천마을]
섬에 두 대밖에 없는 9인승 섬 택시를 불러 타고
비렁길 출발지점인 함구미포구에 도착한 것은 아침 8시 40분경이다.
[함구미 마을]
함구미마을 입구에는 붉은 동백꽃이 흐드러져 있고
"비렁길" 팻말이 붙어있는 처마 밑에서는 제비집 2채가 강남간 제비를 기다리고 있다.
[처마 밑 제비집]
금오도 비렁길은 조용한 어촌마을 돌담에서부터 시작된다.
[비렁길 1코스 시작점]
함구미에서 시작되는 비렁길 1코스는 두포마을까지 약 5㎞ 정도이고
비렁길 2코스는 두포에서 직포까지 약 3.5㎞로서 1,2코스의 합이 총8.5㎞이며
[비렁길 안내도]
여기에 직포에서 우학선착장까지 걸어야 하는 마지막 4㎞를 더하면
오늘 트렉킹하게 될 거리는 모두 12.5㎞에 달한단다.
2. 함구미~미역널방~수달피 벼랑 전망대
함구미 마을 오르막을 지나 소문으로만 들었던 비렁길 초입으로 들어선다.
기승을 부리고 있는 꽃샘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따뜻한 남쪽 섬, 금오도에는
진달래와 매화 등, 많은 봄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오르고 있고
미당 서정주 시인이 노래하던 동백꽃도 붉게 피어올라 있다.
저기압의 영향으로 날씨가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보와는 달리
[함구미마을 이정표]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맑았고 불어오는 바람결은 봄날답게 온화하다.
시원하게 펼쳐져오는 에머랄드 빛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며 유유자적 비렁길을 걷는다.
바위 절벽, "벼랑길"의 여수 사투리라는 "비렁길"은
금오도 해안의 아찔한 절벽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미역널방]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내려다보며 꿈결처럼 걷던 비렁길 앞에
"미역널방"이라는 이름의 전망대 하나가 나타난다.
[미역널방 옆, 해안절벽]
"미역널방" 낭떠러지 아래 갯바위에는
밀려드는 파도가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다.
천길 낭떠러지 해안절벽은 오금이 저릴만큼 아찔하게 높다.
저 벼랑 아래 바다에서 건진 미역을 등에 지고 올라와
널어 말렸던 바위라 해서 이곳을 "미역널방"이라고 부른다는데
현기증이 나는 저 높은 절벽을 어떻게 미역을 지고 올라올 수 있었을까?
[미역널방 전망대]
미역널방에서 수달피비렁 전망대까지는 예쁜 나무 데크가 깔려 있다.
멋진 경치에 감탄의 탄성을 쏟아내며 "수달피 벼랑" 전망대로 올라선다.
[수달피 비렁(벼랑)]
청정바다인 이곳에 지천으로 널린 어패류를 먹고 사는 수달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하여 "수달피 벼랑"이라 부른다는 전망대에서는
멀리 고흥 나로도에 있는 우주선 발사대까지 눈에 보인다.
3. 송광사 절터~컨테이너 휴게소~초분
수달피 벼랑 전망대를 지나온 길은 잠시 해안을 벗어나 초원지대로 접어든다.
초원지대를 조금 가로지르니 송광사 절터도 나타난다.
고려시대 보조국사가 좋은 절터를 잡아보려고
나무로 조각한 새, 세 마리를 날렸는데
[송광사 절터]
두 마리는 순천 송광사 국사전과 고흥군 금산면 송광암에 내려 앉았고
나머지 한 마리가 바로 금오도 이 자리에 내려 앉았다고 한다.
[송광사 터 청보리밭]
망망대해와 암봉을 앞뒤로 거느린 배산임수의 명당으로 보이는
송광사 절터에는 싱그러운 청보리밭이 조성되어 있다.
허리가 불편해 보이는 듯한 섬할머니 한 분이 유모차를 밀며
힘들게 걷고 있는 비렁길 너머로 금오도 해안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금오도 비렁길의 할머니]
길섶에 핀 붉은 동백꽃과 어우러진 파란 바다는 그대로 한 폭의 수채화다.
원래 금오도 주민들이 사용해오던 농로와 산길, 해안 벼랑길 등을 잘 다듬어
코스별로 이어 놓은 금오도 비렁길은 소문 이상으로 구비구비가 절경이다.
활처럼 휘어진 비렁길을 지나니 컨테이너 간이 휴게소 하나가 나타난다.
비렁길에서 만난 유일한 휴게소인 것 같다.
언덕 너머로 비렁길의 시작점, 함구미 포구가 내려다 보이고
포구 앞 바다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새떼처럼 앉아 있다.
[간이 휴게소에서 내려다 본 함구미 포구]
꿀처럼 달콤한 휴식시간을 가진 후
다시 올라선 비렁길에서 초분이라는 돌무덤 하나가 나타난다.
[초분 이정표]
봉분 위를 초가지붕으로 덮고 둘레를 돌담장으로 둘러쳐놓은 임시 무덤~!
[초분]
죽은 사람의 시신을 바로 땅에 묻지 않고 2~3년 정도 모셨다가
뼈만 다시 이장하는 금오도의 장묘방식이 "초분"이라는데
자식들이 뱃일을 나간 사이에 부모가 죽으면 이런 초분을 만들었다가
자식들이 돌아오면 비로소 장사를 지냈던 것이 그 효시가 되었다고 한다.
<1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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