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두로령 넘어보기 4편 [두로령~명개리]
두로령 고개마루에 있는 삼거리가 바로
두로봉 등산로와 명개리 하산길로 갈라지는 분기점이다.
삼거리에서 좌회전, 홍천 명개리 방향 하산 길로 내려섰다.
[두로령 하산길]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9킬로를 걷고서 이곳 두로령까지 6킬로를 더 걸었으니
지금까지 모두 15킬로, 약 40리의 산길을 걸어온 셈이다.
[두로령 하산길]
아직 명개리 내면분소까지 약11킬로, 30리 산길을 더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갈 길이 아직 아득하다는 느낌이 든다.
[두로령 운무]
그러나 생전 가보지 않았던 두메 산골 오지 길을 처음으로 걸어본다는 생각에
첫날밤을 앞둔 신부만큼이나 콩닥콩닥 가슴이 뛰었다.
♩ 고이고이~ 오색실에 꿰어서~ 달빛 새는 창문 가에 두라고~ ♬
♬ 포슬포슬~ 구슬비는 종일~ 예쁜 구슬 맺히면서 솔솔솔~♩
[병꽃]
동요처럼 포슬포슬 하늘에서 내리던 구슬비가 멈춘 두로령 길섶에는
풀잎마다 구슬같은 물방울이 동글동글 매달려 있다.
궁궁을을(弓弓乙乙) 뱀처럼 꼬부랑 거리며 내려가는 산길 곳곳에
수 많은 산유화와 야생화들도 색색으로 피어 올라있다.
청청한 초록 빛 세상 속으로 뻗어나간 숲길은
결코 끝나지 않을 네버 엔딩 스토리(Never ending story)처럼 아스라히 이어지고 있다.
눈에 보이는 삼라만상, 세상 모든 것들이 온통 초록 빛이다.
[두로령 운무]
숲길 옆으로 흐르는 시리도록 맑은 계곡물도 초록 빛이고
심산유곡을 스치는 바람결에도 초록빛 물감이 흠뻑 배어 있는 것 같다.
구구구~ 어디선가 들려오는 산 비둘기와
산 비둘기 소리에 화답하는 장끼의 울음소리에도 초록빛이 질퍽하다.
삭풍이 휘몰아치던 기나 긴 겨울을 지나면서
삭막하고 을씨년스럽기만 했던 회색 빛 그 앙상하던 나뭇가지에
어찌 이리도 고운 초록빛 색깔이 솟아날 수 있을까~!
어느 누가 이토록 아름다운 초록빛 세상을 만들어 냈단 말인가~!!
[두로령 계곡]
아름다운 초록 빛 세상을 연출해 낸 자연은
그저 위대하고 경이로우며 신비롭다는 생각만 들었다.
[두로령 하산길]
구비구비 탄성을 쏟아내며 걷는 길목마다
연분홍 철쭉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올랐고
노란 피나물 꽃과 하얀 오랑캐꽃, 그리고 현호색과 하늘 매발톱 같은 수 많은 야생화들이
하얗거나 노란... 또는 붉거나 보랏빛의 예쁜 꽃들을 앞다투어 피워내고 있다.
[두로령 철쭉]
가도가도 끝없는 오대산(五臺山) 두로령 산길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그저 곱기만하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전나무와 참나무들이 빚어낸 초록빛도 곱고
하얀 껍질을 훌러덩~ 벗어버리려는 자작나무 옆에서
누가 더 푸르른가~? 초록빛 경쟁을 벌리고 있는 옻나무와 다래나무 순들도 참 곱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산다는 주목나무의 위풍당당함 앞에서
두릅순을 내민 두릅나무의 뾰쪽한 가시까지도 곱게만 보인다.
[두로령 계곡]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바위에 다소곳이 숨어 피어있는 철쭉꽃~
붉은 철쭉꽃을 감싸고 흐르는 청정옥수 계곡 물 또한 너무나도 맑다.
한 폭의 수채화를 이룬 초록 빛 세상 속에는
온갖 산나물들도 바글바글~ 지천으로 솟아 오르고 있다.
[고비]
참취와 미역취..수리취도 보이고 고비와 당귀까지 눈에 들어온다.
[당귀]
지나는 길손이 별로 없고 민가나 사찰도 없는 두로령에는
어느 곳이나 이처럼 청정한 산나물들이 지천을 이루고 있단다.
열목어가 서식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심산유곡 명개리 계곡은
금강산 구룡연 계곡만큼이나 티 없이 맑고 청정한 곳으로 소문난 곳이란다.
전나무와 낙엽송이 밀림을 이룬 오대산 두로령 고개 길에는
두메산골 오지에서나 맡을 수 있는 향기로 가득하다.
이끼 깔린 계곡을 따라 얼마나 걸어내려 갔을까?
드디어 명개리가 3킬로 남았다는 반가운 이정표가 눈 앞에 나타난다.
와~ 이제 3킬로밖에 안남았단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23킬로, 약 60리 길을 걸어온 셈이네.
그 먼길을 걸어온 다리가 아직도 이처럼 쌩쌩하니 어쩐 일일까~!
아마도 그 것은 두로령 초록 빛이 선물해준 안복(眼福)덕분인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눈 앞으로 달려와준 종점~ 명개리 내면 분소~!
[꽃잎이 깔린 산길]
26킬로 두로령 산길을 넘어온 것을 축복이라도 해주는 것일까~?
산길에는 꽃비가 되어 쏟아져내린 수많은 꽃잎이 깔려 온통 하얗다.
초록빛 고개를 넘어오면서 초록빛에 푹 젖어 버린 마음은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라고 했던
나옹선사의 선시처럼 물같이 바람같이~
이미 욕심이 사라져버린 빈 마음이 되어 있는 듯 하다.
[명개리 계곡]
꼭두새벽 5시부터 월정사에서 상원사를 거쳐왔던 26킬로의 두로령 산길~
초록빛이 흥건했던 그 길은 탐욕도 성냄도 벗어 버리고 내려올 수 있었던
또 하나의 멋진 연록색 소풍길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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