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이야기
놀고 있는 좋은 땅이 있다며 밭이라도 가꾸어 먹으라는 땅주인의 권유에
겁도없이 무조건 그러겠노라고 덜컥 달라붙었던 텃밭이 요즈음 단단히 시어머니 노릇을 하고 있다.
아무 때라도 무조건 심어만 놓으면 지가 다 알아서 자라는 줄 알았던 이런 저런 밭 작물들~!
4월 초순경에 무심코 심었던 고추모는 "아니~ 이렇게 일찍 고추모를 심는 사람도 있나?"라는 소리를
고개를 갸우뚱 거리면서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수도 없이 들어야 했고
어렵게 구한 강원도 찰옥수수는 또 너무 늦게 씨를 뿌려
껑충 키가 커 있는 다른 사람들의 옥수수 옆에 이제 배시시~ 얼굴만 내민 상태이다.
그리고 그 놈의 풀은 어쩌면 그렇게도 끈질기고 억척스러운지?
일주일에 한번 쫒아가 뽑아내고 뽑아내고 또 뽑아내도
뽑아낸 것보다 더 많은 풀들이 뒤만 돌아서면 쑥쑥~ 자라나고 있다.
그리고 그 벌레라는 놈들은 또 얼마나 억척스러운가? 무공해채소를 먹어보자며
아무런 농약도 비료도 쓰지 않았던 얼갈이 배추 잎에는 벌레 구멍들이 슝슝슝 은하수처럼 뚤려 있다.
하긴 뭐 벌레들이 먹고 남은 것들만 뜯어다 먹으면 되지 뭐~
하고 마음을 비워보지만 남아 있는 것이 얼마 안되어 보인다.
그래도 허허로웠던 빈 땅에 가득 푸릇푸릇 심어져있는 밭작물들이
5월의 신록만큼이나 푸르고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니 이것이 바로 텃밭을 가꾸는 재미가 아니겠는가~!
또한 앞으로는 절대 채소 값을 일원 한 푼도 깍지 말아야겠다는 결심까지 섰으니
이보더 더큰 소득이 어디 있겠는가~!
바람이 굴러가고 있는 텃밭 위로 뻐꾹새 소리가 뻐꾹~뻐꾹 날아와 앉고 있다.
<끝>
텃밭주변 스켓치 [詩]
<작자는 잘 모릅니다.>
감꽃 필 때 올콩 심고
감꽃 질 때
메주콩 심으라 했다던가
엊그제
비 오시는 날
텃밭에 콩을 심다.
엄니는 밭머리에서 참견하시고
초보농군의 서투른 호미질
빗속에서 바쁘다.
알곡은 세 알을 심어야 하는 법.
한 알은 날짐승이 먹고
또 한 알은 들짐승과 나눠먹고
나머지 한 알로 싹을 틔워
사람이 먹으라고 세 알을 심으란다.
새벽운동을 마치며 올라오는 텃밭머리
까치가 파먹다 날아가고
비들기가 빼먹다 날아간다.
멀찌기 텃밭머리에서 비켜 앉다.
고요한
아침
먼 산에서 아침 뻐꾸기 울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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