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 여행기 2편 [거문도]
○ 천혜의 항구, 거문도
용광로처럼 이글거리는 한 여름의 태양아래
절정에 달한 무더위는 온 세상을 푹~푹~ 삶아대는 듯 하다.
[녹동~거문도 간을 운행하는 쾌속선 "모비딕호"]
오후 2시 반, 녹동항을 출항한 거문도행 쾌속선 "모비딕호"는
시속 33놋트의 빠른 속도로 망망대해를 달려
[달리는 쾌속선 "모비딕호]
출발한지 두 시간도 안된 4시 20분경에 벌써 거문도 항으로 들어선다.
[거문도항 여객 터미널]
거문도까지 달려오는 동안~ 한 바다에서 만난 여울파도로
배는 롤링과 핏칭을 반복하면서 제법 흔들렸으나
[쾌속선 "모비딕호" 선실]
어르신들 모두 배멀미는커녕 배타는 것이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모두들 쌩쌩한 얼굴로 싱글벙글~ 그저 기분 좋다는 표정이시다.
[거문도 항구 주변 1]
걷는 것도 열심이시고 배멀미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어르신들이
너무도 고맙고 감사해서 모두 업어드리고 싶다.
[거문도 항구]
거문항에는 수많은 휴가 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거문도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백도를 둘러본다고 했는데
[거문도 항구]
백도 유람선 승선일정이 내일로 연기되어
오늘 오후는 숙소에서 자유휴식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가이드가 설명해 준다.
[고도와 서도를 연결해주는 "삼호교"]
거문항 주변에 숙소가 없어 우리는 건너편 서도리 장촌마을에서 민박할 것이라고 한다.
거문도는 동도(東島)와 서도(西島), 그리고 두 섬 사이에 있는 고도(古島) 등~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거문도 약도]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동도와 서도 사이에 생긴 내해(內海) 남쪽을
고도(古島)가 꽉~ 막아주고 있는 덕분에 기가 막힌 천혜의 항구가 생겼다고 한다.
[도선을 타고 서도리로 1]
또한 거문항이 있는 작은 섬, 고도(古島)는
삼호교라는 철제 연육교로 서도(西島)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도선을 타고 서도리로 2]
작은 도선으로 건너 도착한 서도리 장촌포구는 한적한 어촌마을이었다.
[서도리 장촌마을 전경]
어떻게 보면 많은 휴가인파로 시끌시끌 할 거문항 주변보다
조용하고 아늑한 이곳 장촌마을이 오히려 어르신들에게 더 편할 듯 싶었다.
[서도리 장촌포구 도착]
♬ 어이야~ 디야~ ♪ ♬ 어이야~ 디야~ ♪
거문도 뱃노래 전수관이 있는 서도리 장촌 마을 포구근처에
한적하고 깨끗한 민박 집, 방 다섯 개를 배정받았다.
[서도리 민박집]
○ 녹산등대 길, 산책
오후 다섯시경~
어르신들을 모시고 녹산등대로 이어진 해안 길 산책에 나섰다.
[녹산등대로 오르는 길 1]
이 곳 거문도에는 1박 2일 TV 프로그램 촬영장소로 유명한 거문도 등대와
서도(西島) 북쪽 끝에 위치한 녹산등대 등, 두 곳의 등대가 있는데
[거문도 약도]
거문도를 방문한 사람들 대부분은 거문도 등대만 둘러보고 갈뿐
거문항에서 6∼7㎞ 떨어진 이 곳 녹산등대는 그 존재조차 잘 모른다고 한다.
[거문초등학교 서도분교]
해풍을 맞아 향이 강하고 품질이 뛰어나다는 거문도 특산 해풍쑥밭을 지나
거문도 초등학교 서도분교 앞을 지날 무렵, 길은 가파른 오르막 길로 변한다.
[녹산등대로 오르는 길 2]
산책도 좋지만 두 시간 동안 배를 타고 오신 어르신들이
이렇게 가파른 길을 오르느라 힘들거나 피곤하시지는 않으실까?하는 노파심에
[녹산등대로 오르는 길 3]
"혹시라도 힘이 드시면 말씀하세요. 바로 되돌아 가게요"하고 말씀 드렸으나
이처럼 멋진 길을 산책 중인데 무슨 웃기는 소리냐~는 표정이시다.
[해얀절경 앞에서]
녹산등대로 이어진 해안 산책로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다풍광은 그대로 한 폭의 수채화다.
[건너편 좌측이 거문도 동도]
저 멀리 동도와 서도 사이에 조성된 잔잔한 거문도 내해(內海)에는
아늑하고 평화로운 기운으로 가득하다.
[바다풍광]
쪽빛 바다 위를 하얀 물 꼬리를 매단 크고 작은 배들이 그림처럼 오가고 있다.
[서도리 장촌마을 전경]
거문도 사람들은 서도를 사슴의 암컷이라 부르고 동도를 수컷이라 부르면서
두 섬 사이에 끼어 있는 고도를 사슴의 새끼로 비유한다는데
사슴의 암컷에 해당되는 서도의 지형을 도화지에 그려보면
등대가 있는 녹산이 사슴의 머리로 그려진다고 한다.
[멀리 보이는 녹산등대]
그래서 그럴까? 팔각정에 앉아 녹산등대 방향을 바라보니
등대 쪽으로 길게 뻗어나간 산 자락이 사슴의 목처럼 느껴진다.
눈 앞에 펼쳐진 멋진 경치에 감탄의 탄성을 내뱉고 계시는
어르신들 모두가 천진난만 한 어린아이 모습이다.
녹산등대 길 산책을 마치고 내려온 시간은 저녁 7시경이었다.
서울에서 광주와 녹동을 거쳐 거문도까지 기차와 버스와 배를 타고 달려와
[서도리 장촌마을 이정표]
다시 녹산등대 길을 한 시간 이상 더 걸으셨으니~ 어르신들이 많이 피곤하고 출출하실 것이다~!
서둘러 서도리 마을 끝에 있는 작은 횟집을 찾아 나선다.
[장촌마을 앞 해안 1]
활처럼 휘어진 해안을 따라 거문도에서 두 대밖에 없다는 택시 하나가
별로 바쁠 것이 없다는 듯 어슬렁어슬렁 지나간다.
[장촌마을 앞 포구]
창밖에 어둑어둑 먹물같은 어둠이 내릴 무렵
어르신들이 둘러앉은 식탁에 싱싱한 자연산 회 3킬로가 차려졌다.
서도리에서 제일 크고 좋은 회집이지만 기대했던 것만큼의 수준은 아닌 듯 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르신들 모두가 상에 차려진 음식들보다
함께 모여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이 순간을 더 행복해하신다는 것이다.
어르신들 모두 이처럼 항상 건강하신 모습으로 행복해 하셨으면 좋겠다.
"어르신들 모두 만수무강 하소서~!!!"
거문도에서의 첫날은 그렇게 저물었다.
<2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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