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다산길 산책
○ 북한강 폐철교 ~ 팔당역까지
다시 북한강 폐철교를 거꾸로 건넌다.
철교 바닥 중간중간에 설치된 투명 유리창으로
다리 아래에서 흐르는 북한강 푸른 물이 눈에 들어온다.
송판이 깔린 깨끗한 바닥과는 달리 철교는 녹슬어 있다.
폐 철교 옆에 새로 놓인 신 철교 위로
색동 옷을 걸친 전동차 하나가 덜컹~덜컹~ 요란스럽게 지나간다.
길은 이제 "물래길"을 지나 "남양주 다산길"로 들어선다.
얼마 전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지나봤던 길을
지금은 느릿느릿 느림의 미학으로 걸어본다.
자전거를 타고 쏜살같이 지나쳤을 때는
미처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야생화 한 송이까지도~
[꽃 양귀비]
느릿느릿 걷는 발걸음 앞에서는 배시시 얼굴을 내밀어준다.
조안면이 슬로시티로 지정되었다는 안내간판이 나타난다.
아니~ 조안면이 언제 슬로시티로 인증 받았지?
슬로시티는 청산도나 증도 같은 오지 마을만 받는 줄 알았다.
자전거 도로로 개조해 놓은 폐 철도 구간에
옛날 철로를 그대로 보존해 놓은 곳도 있다.
남아있는 폐 철도에는 빨간 녹이 슬어 있지만
폐 철도 옆 공터에는 빨간 꽃 잔디가 활짝 피어있다.
운길산역에서 4킬로쯤 되는 곳에서 능내역이 나타난다.
[지금은 폐역이 된 능내역]
역무원도 없이 운영되던 중앙선 간이역, 능내역은
그나마 철도가 이설되고 나서는 지금 폐역이 되어있다.
[능내역 역사쉼터]
능내역 앞 소머리국밥 집에서 허기진 배를 채운다.
점심식사와 휴식으로 잠시 재충전을 마친 후~
다시 또 오후의 여정에 나서본다.
붉게 흐드러진 철쭉 꽃이 무릉도원을 이루고 있다.
휙휙 지나가는 자전거들을 보면서
세월아~네월아~ 두 발로 느릿느릿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 멀리 팔당수력발전소 댐이 눈에 들어온다.
시설 용량 8만 킬로와트(㎾)인 팔당수력은
[팔당 댐]
비록 화력발전소에 비해 발전용량은 작지만
전기가 부족하던 시절~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해준 수력발전소다.
아직 20킬로도 안걸었는데 벌써부터 다리가 뻐근해 온다.
군 현역시절엔 그 무거운 군장을 등에 메고도
30킬로 거리를 거뜬하게 뛰고도 남았었는데~
요걸 걷고서 다리가 뻐근해지는 것이 느껴지니
서글픔이 든다. 아~ 옛날이여~!
간간히 강바람이 불어주긴 했지만
아스팔트가 내뿜는 열기를 식혀주기엔 역부족이다.
초 여름처럼 무더워진 날씨 속에 흐르는 땀이 장난이 아니다.
아무리 맹물을 마셔봐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다.
활짝 핀 등나무 꽃을 지나니 저 멀리 팔당역 이정표가 보인다.
그러니까 운길산역 시작점부터 두물머리를 거쳐
다시 팔당역까지 근 20킬로를 걸어온 셈이다.
당초 목표로했던 30킬로 지점, 덕소역까지 아직 10킬로가 더 남아있지만
몸이 더 이상은 못가겠다고 앙탈을 부린다.
[팔당역]
그렇다고 마음만 가지고 강행군을 할 수는 없는법~
에잇~ 그래~ 20킬로 걸어준 다리에 고마워하면서 이만 접어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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