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훈련소로부터 날아온 편지
둘째 아들, 재형이가 논산훈련소에 입소한 것이 지난 5월26일이었으니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는 녀석이라 찌는 듯한 이 무더위에 얼마나 혼이 나고 있을까? 하고 내심 많은 걱정을 해 왔는데 몇 번 보내준 녀석의 편지를 통해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녀석의 생각들을 확인할 수가 있어서 이제 믿음직한 든든함으로 변하고 있다.
7월11일이라고 했던가? 훈련이 끝난다는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녀석의 퇴소일을 손 꼽아보며 논산훈련소으로부터 날라온 녀석의 편지 몇 가지를 모자이크해 본다.
1.
보고싶어요~! 보십시요 이 눈물 자욱.. →O OO [실은 땀~!]
자랑스런 둘째아들내미, 재형이는 열심히 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편지를 쓰고 있는 오늘이 입소하고 6일째 되는 날입니다.
어제 처음 훈련에 들어 갔는데 좀 힘들더군요. 그래도 할만 합니다.
저는 제28연대 3교육대대 12중대 3소대로서 이 곳은 다이어트 부대도 아닌 바로 비만부대랍니다~!!
머 어차피 지원할 생각이었는데 알아서 넣어 주더군요. 그래도 저는 이 곳에서 무척 날씬한 편입니다.
이 친구들하고 함께 훈련받을 생각을 하니 좀 걱정되긴 하지만...머~! 잘 하겠죠?
지금 옆에서는 벌써 군 생활을 130분지 1 했다고 좋아 하네요.
휴~! 지금으로서는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물 한 컵 마셔보는 것이 소원입니다.
[2003년5월31일 보낸 편지 중]
2.
충성~! 137번 훈련병~ 전~!재~!형~! 인사드립니다.
매일 수십 번씩 외쳐야 하는 관등성명~!!!
사랑스러운 아들 재형이는 매우 건강하게 잘 있습니다.
양 옆 사이드에 앉아 있는 동기들은 다들 감기로 고생하고 있지만 저는 끄덕 없습니다.. 훗~훗~!!!
오늘, 사격술 예비훈련, 일명 PRI (피 터지고, 알 박히고, 이가 갈린다는)라는 훈련을 했는데
소문과는 달리 전혀 힘들지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로 어깨 총 자세로 걸어 가는 것이 훨씬 힘들었답니다.(특히, 총을 받쳐 든 오른 손이)
내무생활은 동기들이 떠들다 걸려서 종종 얼차려를 받는 것말고는 별 탈이 없답니다.
다만 제 머리를 깍던놈이 뒷통수에 뎃빵만한 땜빵~!!!을 만들어 놔서
훈육분대장님이 빡빡머리로 만들어 이마에 점만 찍으면 완존 중이랍니다.
그래도 머리가 시원하긴 하네요.
[2003년6월10일 쓴 편지 중]
3.
엄마~! 아빠~! 충성~! 싸랑하는 전재형~! 잘 있습니다.
이제 훈련 3주차 6주간의 훈련 중, 반으로 들어가는 시점입니다.
3주차부터는 힘든 훈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사격입니다.
쉽다고는 하는데 은근히 걱정되는군요.
사격이 끝나면 주간행군, 기초유격, 수류탄투척, 각개전투, 야간행군, 숙영, 화생방 등이 시작된답니다.
이제부턴 살이 쫙쫙 빠지겠지요.
아~ 그리고 이 편지가 도착할 때쯤이면 형이 제대했겠네요. 부럽다고 전해 주세요.
나중에 100일 휴가 나가면 형이 맛 있는 것을 많이 사 준다고 했는데 잊지 않고 있다고 전해주세요...(각오 햇~!!)
[2003년 6월15일 쓴 편지 중]
4.
안녕 하십니까? 우리의 재형이는 아직도 무사히 살아 있습니다.
엊그제 사격을 했는데 K2소총소리에 깜짝깜짝 놀랬습니다.
영점사격을 했는데 A+를 받았습니다. 제가 쏜 영점 사격지를 동봉해서 보냅니다.
사격이 끝나고 그 다음 날에 기초유격을 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날 비가 오는 바람에 그렇게 타고 싶었던 유격장 장애물들을 4개 정도 밖에만 못 타보고
열불나게 PT체조(유격체조)만 했더랍니다. 으~!! PT체조 해본 사람만이 알죠...~~!!!
당연히 그 다음날 온몸이 쑤시고, 결리고 죽을 지경이었는데 15KM 행군이라니
정말~! 정신 없이 걸었답니다.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도 온 몸이 쑤시네요.
내일은 교회가는 날~! 오호호~! 먹을 것이 과연 무엇이 나올까?
후후~! 이제 교회 세 번만 가면 퇴소랍니다.
사회에 있을 때, 이등병을 보면 훗~!하고 콧 방귀를 뀌었는데
막상 훈련병이 되고 보니 이등병 작대기 하나가 그렇게 부럽네요.
으~! 언제 이병 전재형 하는 날이 올까? 지금 악바리 분대장이 꾸벅꾸벅 졸고 있네요.
가장 까다롭고 무서운 분대장이지만 지도 피곤하니 어쩔 수 없나 보네요.
제가 상관할 바 아니지만 제발 얼차려 좀 주지 말라고 외치고 싶네요.
군 생활을 하면서 그 동안 제가 너무 편하게 지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빨래같은 경우 세탁기가 너무 그립답니다.
그리고 한 통의 편지가 이렇게 좋은 것일 줄을 미처 몰랐습니다.
또 편지 오면 답장 쓸께요.
[2003년6월21에 쓴 편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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