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들녀석의 편지[2005년 05월 병장시절]
참 세월이 빠르지요?
둘째아들 녀석이 논산훈련소에 입대한 날이 바로 엊그제같았는대 벌써 다음달이면 제대를 한다고 하니
당사자에게는 긴 세월이라고 하지만 밖에서의 세월은 번개불처럼 빠르게만 느껴집니다.
그 것이 바로 상대성원리겠지요.
바로 그 둘째아들 녀석으로부터 온 한통의 편지를 받고 빙그레 웃음지어 보았습니다.
둘째 아들녀석의 편지를 그대로 올려봅니다. 오늘도 좋은하루되세요
[둘째 아들의 편지]
안녕하세요? 엄마~! 아빠~! 사랑스러운 둘째 아들놈 재형이입니다.
이제 한 달도 채 안남은 군생활 중, 마지막으로 보내는 편지인 듯 합니다.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왠 편지냐? 고 물으신다면
간부들이 제대말년의 병장도 열외없이 부모님께 안부 편지를 쓰라고 해서 펜을 들었다고 말씀드리겠어요. ㅠ.ㅠ.
저에게 지금 군생활이 많이 남아있다면 드리고 싶은 하소연들 또한 많이 남아 있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어서 빨리 이 곳에서 나가고 싶다는 말씀밖에 드릴 말씀이 없답니다.
휴~! 어서빨리 전역해서 부모님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왜 이처럼 세월이 안가는지요?
지금 제가 고참이되어 아무리 군대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해도
한참 꿀잠을 자다가 부비부비 꼭두새벽에 벌떡 일어나 보초를 서야하는 일은 정말 환장 할 지경이랍니다..ㅎ.ㅎ.
빨리 맘놓고 잘 수 있는 그런 날이왔으면 좋겠습니다.
(5월 30일.. 그 날은 온다.. 아자~! 아자~! 파이팅~!)
참~! 안 좋은 소식이 하나 있답니다.
제대를 코 앞에 둔 23일부터 28일까지 계획되어 있는 유격훈련에 꼼짝없이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완전군장을 매고 30킬로를 행군하여 유격체조와 함께 그 지옥같은 가스실을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소름이 쫘~악 돋네요. 유격을 다녀와서 하루만 쉬고나면 말년 휴가를 나간답니다.
휴가 때 제가 발을 절룩인다면 에구~ 유격을 가서 고생했구나~ 라고
생각하시면 틀림없을 것입니다.
불쌍한 아들~! 아마 몸이 반쪽이 되어 뵙게 될 것입니다.
에효~ 이제 마지막으로 요 말씀만 드리고 펜을 접을랍니다.
엄마 아빠~! 사랑하구요. 신형 핸드폰은 꼭 갖고싶어용.
제 전용 컴퓨터랑, MP3랑 사고 싶은 것은 많지만 나머지는 제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장만해야겠지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말입니다. 이만 줄일께요. 25일 후에 뵙겠습니다.
엄마 아빠의 사랑스러운 아들, 말년 병장 전재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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