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중마을 작은 아버님 댁 방문기 2
뒷산에 있는 묘소를 가기 위해선 이름도 이상한 도롱굴을 지나야 한다.
도롱굴 산촌의 시골스러운 집들과
고추밭을 지나 산길을 휘돌아 오르면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작은 아버지와 작은 어머니께서 쉬고 계시는 묘소가 나타난다.
강진에서 준비해온 장미꽃부터 먼저 헌화했다.
묘소 주변 잔디밭에 솟아오른 잡초를 하나하나 뽑아내거나 낫으로 베면서 약식 벌초도 했다.
하얀 개망초 꽃 너머로 보이는 묘소주변이 그저 평화롭기만 하다.
주인을 잃은 밭은 한없이 쓸쓸하기만 해도
저 멀리 내려다 보이는 풍광만큼은 한 폭의 멋진 수채화를 이루고 있다.
비록 조화이긴 해도 붉은 장미꽃이 참 예쁘다.
오랜 만에 방문한 묘소 상석에 네 분을 추모하며 간단한 상을 차렸다.
홍동백서, 좌포우혜 등을 따지며 거창한 제삿상을 차려 보겠다는 것은 아니고
모처럼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작은 아버지와 작은 어머니를 회상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이렇게 간소하게 차려본 것이다.
먼저 기독교식 추도예배를 드리면서 네 분의 명복을 기도드렸고
자손들이 대대손손 번창할 것을 기원드렸다.
6월 30일, 작은 아버님의 2주기 기일을 앞두고
이처럼 다섯명의 조카들이 미리 달려와 추도식을 올린다는 것을 말씀드렸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작은 아버지, 작은어머니~!
명복을 빌어드립니다. 평안하게 영면하소서~!
앞으로도 우리 집안을 잘 보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하나님 아버지~ 이처럼 묘소에 가족들이 모여
기도를 드리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작은아버지, 작은 어머니께 참배를 마친 후
묘소 옆 감나무 그늘 밑에 자리를 깔고 도란도란~ 오붓한 휴식시간을 가졌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장끼소리~! 문득 장만영 시인의 시 "성묘"가 생각났다.
『성묘(省墓)』 -장만영-
아버지가 내 한 손을 이끌으시고 할아버지 산소에 가던 날은
햇볕도 좋고 산 빛도 좋아 끝없이 걸어서 가고만 싶더라.
실개천 건너 뛰면 거기 옛이야기같은 조그만 마을이 있고
마을을 지나면 언덕, 언덕을 넘으면 좁다란 들길
들길에는 새빨간 산 딸기가 가도가도 억없이 열렸더라.
산 딸기 주렁주렁 열린 들길로 산 딸기 따먹으며 쉬엄쉬엄 가다가
솔밭 속으로 들어서 한참을 가면 양지바른 널따란 잔디밭에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아버지 어머니의 산소들
송편에 고기에 대추에 밤에 식혜에 술에 모두 거기 차려놓고
절하다 바라보는 하늘, 하늘이 맑고 곱더라. 산 숲에서는 산 꿩이 자꾸 울고
흐드러진 하얀 밤꽃의 배웅을 받으며
허정허정 내려오는 산길
내딛는 발걸음이 하늘을 날아갈 듯 가볍고 상쾌하기만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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