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마스떼(NAMASTE)~ 안나푸르나 ~ [4편]
(데우랄리~반탄티~타다파니~추일레)
○ 데우랄리~반탄티
데우랄리를 지난 길은 이제 가파른 내리막 돌계단으로 변한다.
[타다파니로 가는 길]
내려가는 것은 오르막에 비해 누워 떡 먹기 만큼이나 쉽고 편하지만
그렇다고 결코 달가운 것만은 아니다.
최종목적지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가 해발 4,130미터에 위치하고 있어
가다가 내려간 고도만큼은 반드시 다시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울울창창 우거진 숲길 좌우로 작은 폭포도 나타나고~
네팔국화 랄리그란스나무 숲이 줄지어 계속 나타난다.
반탄티계곡의 높은 바위지대를 지날 무렵
바위 틈 곳곳에 피어있는 보랏빛 야생화들이 눈을 황홀하게 만든다.
제비꽃 모양의 이 깜찍한 야생화 이름은 뭘까?
궁금해하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 높은 곳으로부터 하염없이 물줄기만 쏟아져 내린다.
깎아지른 듯한 협곡 아래에 둥지를 튼 마을 하나가 나타난다.
오늘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 반탄티 마을이다.
[반탄티 마을]
개울에 걸린 작은 나무다리 건너
선 라이스(Sun Rise)롯지에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주문한다.
[반탄티 마을]
맛이 그렇고 그런 네팔음식의 메뉴들~
딱히 이거다 하고 호감이 가는 메뉴가 별로 없어~
식사 때마다 메뉴를 고르는 일이 고역이다.
그러나 음식주문을 하질 않으면
동행한 포터들의 식사제공까지 안되니 주문을 거를 수도 없다.
○ 반탄티~타다파니
반탄티를 뒤로 하고 오늘의 숙박지인 "타다파니"를 향해 다시 출발한다.
돌계단과 흙 길이 번갈아가며 반복되던 길은
빽빽한 랄리그란스 나무 숲을 파고들며 계속 내려간다.
파란 이끼에 뒤덮여있는 나무 가지들~
나뭇가지를 휘감고 축 늘어져 너풀거리는 넝쿨식물들~
영화 아바타에서나 보던 그런 환상의 장면들이 계속 눈 앞에 펼쳐진다.
산마루 위에 조성된 포터 쉼 터가 나타난다.
짐나르는 포터들을 위해 트레킹코스 곳곳에 이런 쉼 터가 마련되어 있다.
[포터 쉼터]
길섶에 외롭게 졸고 있는 허름한 롯지 하나가 나타난다.
숙박과 식당, 구멍가게를 겸하는 롯지다.
포니 서비스(Pony Services)라는 글씨를 보니
이 롯지에서는 트레킹용 말, 소개까지 하고 있는 것 같다.
[생츄어리 롯지]
초록빛 잎이 싱그럽게 보이는 대나무 지대를 지난다.
대나무와 양치식물 사이에 숨어있는 고목 나무 등걸이
앞발과 머리를 든 짐승모습과 꼭 닮아있다.
[짐승모양의 고목나무 등걸]
이제 내리막은 끝나고 다시 오르막 돌 계단이 시작된다.
휴~ 또 오르막이라니~
잠시 내리막에 길들여진 다리가 아우성을 친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오르막 길~! 한 걸음 한 걸음이 천근만근이다.
안간힘을 다하며 한시간 쯤이나 올랐을까?
드디어 "타다파니"마을이 짠~하고 그 모습을 나타낸다.
네팔 말로 물이 귀한 마을이라는 뜻을 가졌다는 "타다파니"~
해발 2,630m의 고지대 마을이니 물이 귀할 수밖에 없겠다.
[타다파니 마을]
히말라야 투어리스트 롯지에 여장을 푼다.
짙어진 운무에 주변 풍광은 아무 것도 안보인다.
미리 주문해야 하는 저녁식사로 200루피짜리 "삶은 감자"만 시켜놓고
숙소에서 건조김치를 넣은 양송이스프를 끓여 미리 배를 채운다.
[히말라야 투어리스트 롯지]
밤이 되니 전혀 난방이 안되는 숙소가 너무 썰렁하고 춥다.
그래도 이 롯지엔 다른 곳에서 구경하기 힘든 손바닥만한 이불이라도 준다.
카트만두에서 사온 영하 20도를 견디는 오리털 침낭을 펴고
등과 발에 "핫팩"을 붙인 후, 잠자리로 기어든다.
[롯지 침실 내부]
○ 타다파니의 아침
트레킹 4일차 아침~! 와~우~
갑자기 들려오는 환호성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후다닥 밖으로 나가본다.
[타다파니의 아침]
세상에나~ 안나푸르나 남봉과 히운출리, 마차푸차례봉이
손에 닿을 듯한 가까운 곳에 우뚝 솟아있다.
[안나푸르나 남봉, 히운출리, 마차푸차레]
아니 이럴 수가~ 저 설산들이 이렇게나 가까운 곳에 있었다니~?
어제 이곳에 들어올 때는 짙은 운무에 가려 아무 것도 보이질 않았는데~
아침에 보니 병풍처럼 늘어선 설산들의 모습이 장관이다.
[안나푸르나 남봉]
잠시 후, 동쪽하늘에서 아침해가 떠오른다.
[타다파니 마을의 일출]
동녘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아침 해~
하얀 설산 옆에서 맞이하는 일출이라서 그런지 더욱 더 운치가 있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 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박두진 시인의 시 한수를 읊는 사이~
아침해가 두둥실 설산 위로 떠오르고 만다.
아침식사를 마친 후 세면장으로 간다.
전력사정이 열악한 이곳에서는
지붕에 설치해 놓은 태양광전기로 뜨거운 물을 만들어 쓴다.
어제 태양광전기로 데워 놓은 따뜻한 물은 이미 고갈된 후라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물밖에 나오질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물 티슈로 두어 번 닦는 고양이 세수만 하고 만다.
서울 소식이 궁금해 스마트 폰을 켜본다.
로밍을 해 놓았는데도 산간오지라서 그런지 전혀 터지질 않는다.
이 경우에도 돈을 주고 롯지의 와이파이를 사용해야 한다.
[안나푸르나 남봉]
카메라 배터리도 한 개당 100루피를 주어야 충전할 수 있다.
문명의 사각지대에서 문명을 누려 보리는 일이 정말 힘들고 피곤하다.
○ 타다파니~추일레
안나푸르나 남봉의 빼어난 자태를 두 눈에 담으며 타다파니를 떠난다.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는 안나푸르나 남봉 정상에서는
뽀얀 눈보라가 안개처럼 휘날리고 있다.
[바람에 날리는 안나푸르나 남봉 정상의 눈]
타다파니를 떠나온 길이 빽빽한 정글 숲을 파고든다.
[정글]
정글 숲을 빠져 나오니 옹기종기 모여있는 네팔 산촌마을이 나타난다.
집 처마에 걸린 탱글탱글 여문 누런 옥수수들~
옥수수 아래로 안나푸르나 남봉이 삐쭉 고개를 내밀고 있다.
건너편 산 자락에 층층계단을 이룬 다랑이 논들이 경이롭다.
산비탈에 일구어 놓은 층층 다랑이 논에서
손바닥만한 땅까지 소중히 여기는 산악국가 네팔의 정서가 느껴진다.
[추일레 건너편으로 보이는 계단식 논]
빨래를 널어 놓고 담소를 나누는 부녀의 모습에서
이 세상 어디에서나 비슷할 것 같은~
소박한 사람들의 행복한 삶의 모습을 본다.
[네팔 사람들]
폐교로 보이는 건물 운동장 앞을 지난다.
[폐교]
안나푸르나 남봉을 향해 활짝 핀 장미꽃 한 송이가 참 예쁘다.
[장미 아래로 보이는 안나푸르나 남봉]
소녀 하나가 밭에서 수확한 네팔 오이를 손질하고 있다.
[네팔 오이를 다듬는 소녀]
펄럭이는 오색 타루초 아래로 보이는 안나푸르나 남봉~
구름인지~ 안개인지~
설산에 베일처럼 드리워진 하얀 운무가 그저 신비스럽다.
가보지 않는 미지의 길~ 앞으로 다가올 트레킹 코스가
베일에 가린 설산만큼이나 기대가 크다.
추일레를 지났으니 앞으로 만날 곳은 구루중이다.
이제 구루중에 산다는 구릉족을 만나러 가봐야지~!
<4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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