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대나무 골 테마공원
외할아버지 산소에 기생하고 있던 질긴 산 딸기나무 뿌리를 거의 뽑아내고 나니 시간은 11시를 넘어있었다.
따사로운 햇살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고 슬슬 시장기도 돌았다.
흐드러진 보랏빛 제비꽃과 노란 민들레 꽃의 전송을 받으며
묘소를 나와 어머니의 고향~ 원률리 동네를 들어가 골목골목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외갓집이 있던 자리엔 정겹던 옛집은 없어지고 낯선 집이 새로 들어서 있었다.
뒤로 보이는 산은 그대로였지만 삐그덕~ 문을 여시며 외손자를 반가워하시던 정 많으셨던 외할아버지께서도 안계셨고
가마솥 밑에서 알싸한 냄새를 풍기며 활활~ 타오르던 마른 솔까지 타는 연기도 보이질 않았다.
옛집을 한참 동안 바라보시던 어머님의 눈가에 이슬같은 것이 비치는 듯 했다.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이라는 곳은 역시 고희(古稀)를 넘어 팔순(八旬)으로 접어든 나이에서도
이처럼 어린아이와도 같은 감성을 솟구치게 만드는가 보다.
원률리를 빠져 나온 후 대나무골 테마공원을 찾아가기로 했다.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어 가로수 길을 조금 달리다 금성면소재지, 다리 앞에서 뚝방길로 좌회전
전형적인 시골 길을 꼬부랑꼬부랑 달려가니 울창한 대나무 숲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 곳이 바로 대나무골 테마공원이란다. 입장료 2천원씩을 내고 공원입구를 들어서니
봄 바람에 휘~휘~ 흔들리던 대나무 잎들이 사그락거리며 인사를 해준다.
대나무의 정기를 품고 고여있다는 "죽로천" 샘물로 목을 축인 후, 제1 산책로로 접어 들었다.
대나무 숲 산책로 바닥에는 손가락 마디처럼 촘촘하게 마디 진 대나무 뿌리들이 구불구불~ 뱀처럼 기어 다니고 있었다.
산 자락에 빽빽하게 우거진 대나무 숲에는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솟아오른 대나무들이 곧은 절개를 뽐내고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여름방학 때면 찾아왔던 외갓집 동네어귀에도 언제나 이런 대나무 숲이 제일 먼저 마중 나오곤 했었다.
장승들이 도란거리고 있는 제1 산책로를 빠져나오니 소나무 숲길이 이어져 있었다.
길 양쪽에 늘어선 소나무와 대나무 숲을 누비며 삼림욕과 죽림욕을 하고나니 마음이 두둥실 에드버룬처럼 떠올랐다.
대나무 산책로 곳곳에는 TV 드라마와 영화를 촬영했다는 표지들이 붙어 있었다.
영화 "청풍명월"과 KBS-TV "흑수선", 그리고 MBC 드라마 "다모" 도 이 곳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밀림처럼 숲을 이루고 있는 대나무들은 생각보다 무척 굵었다.
대 나무 잎에 고인 아침이슬을 먹고 자란다는 나지막한 죽로차 나무들도 보였고
불끈~ 땅을 뚫고 치솟아 오른 죽순들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대나무란 놈은 준순으로 삐죽 얼굴을 내민 후 4~50일 동안에 훌쩍~ 다 커버린다는데
대나무의 굵기는 죽순으로 솟아오를 때의 그 굵기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한다.
아무리 심한 태풍이 불어도 부러지지 않는다는 대나무~! 그 이유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생긴 마디 때문이라고 한다.
만약 마디가 없이 무조건 키만 큰다면 대나무는 쉽게 꺾여버리고 만단다. 성장과 마디의 신비한 조화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삶에도 대나무의 매듭처럼 문득 하던 일을 멈추고 매듭을 지어야 할 때가 있지는 않을까?
전설의 고향 "죽귀"를 촬영했다는 오두막집 앞에서 대나무 숲길은 끝나고 있었다.
대나무골 테마공원을 한 바퀴 도느라 배가 무척 고파왔다.
그래~ 이 곳 담양에서 유명하다는 대통밥을 먹으러 가볼까~!
서둘러 빠져나온 울창한 대숲으로부터 재잘거리는 새소리들이 귀를 간질이며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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